이종구 현대하이스코 정보기술 담당 이사(CIO)

“M·하이스코 덕에 월말에 늦게 갈 일 없어요”
이종구 현대하이스코 이사(CIO)와의 인터뷰는 한경비즈니스가 아니라 블랙베리(Blackberry) 측에서 섭외가 이뤄졌다. 블랙베리 측이 모바일 오피스(스마트폰으로 결제, e메일, 재고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사례로 현대하이스코를 지목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바람으로 모바일 오피스 도입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대하이스코는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모바일 오피스로는 처음으로 자체 애플리케이션(M·하이스코)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제품(79%, 자동차·백색가전 외관·건축물 외장재로 쓰임), 강관제품(21%, 배관용·송유관용으로 쓰임)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로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것은 의외의 매칭(matching)이다.

이 이사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의 공을 대표이사에게 돌렸다. “최고경영층이 IT에 관심이 많고 자주 접하는 데다 해외에 자주 나가다 보니 외국 기업인들이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블랙베리를 유심히 본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스피드 경영·소통 경영을 실현하자고 발의해 시작한 겁니다.” 현대하이스코는 김원갑 부회장(59)·신성재 사장(43) 공동대표이사 체제인데 신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다.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처럼 창조적 경영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아이폰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지만 기업용으로는 블랙베리가 더 적합해 선택했다는 것이 이 이사의 말이다. 가장 큰 장점은 보안 문제다. “아이폰은 개인 가입자용이어서 컨트롤(통제)이 안 됩니다.

블랙베리는 ‘베스(Blackberry Enterprise System:블랙베리가 제공하는 모바일 오피스용 솔루션)’를 통해 단말기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만약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면 베스에서 간단히 통신을 끊어버리고 작동을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

베스에서는 첨부 파일이 저장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전자 결제도 항상 서버에 접속해야 볼 수 있도록 해 전화기 자체에 저장되지 않도록 했다. 또 사원들끼리는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통신사에 기록이 남는 단문 문자 메시지(SMS)보다 보안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대하이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엠·하이스코(M·Hysco)’에는 메일, 메신저, 전자 결제, 재고 현황 보기, 발주 상황 보기의 5개 메뉴로 구성돼 있다.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뒤 가장 큰 변화는 월말에 결재를 기다리느라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결재자가 외부에 있거나 회의 중이더라도 급한 결재는 바로바로 이뤄진다.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IT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여서 처음엔 블랙베리와 일반 휴대전화기를 모두 들고 다녔지만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서 손에서 블랙베리를 떼지 않을 정도다. 단점은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용 애플리케이션이 무척 부족하다는 것.

이 이사는 “블랙베리는 원래 사무용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오히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얘기했다.

한편 최근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포화 상태인 개인용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데이터 요금과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고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영업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약력 : 1956년생. 83년 동아대 전자공학과 졸업. 83년 현대강관(현 현대하이스코) 입사. 정보기술팀, IT기획팀 근무. 2008년 현대하이스코 정보기술 담당 이사(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