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미국에서 판매 개시된 아이패드(iPad)는 출시 당일 35만 대, 2주일 만에 무려 95만 대나 판매됐다. 2007년 6월 출시된 아이폰의 첫날 27만 대, 3개월 100만 대의 기록과 비교하면 매우 뛰어난 결과다. 정보기술(IT) 기기 리서치 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710만 대의 아이패드가 팔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아이패드가 새로운 황금 시장을 열어갈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하드웨어적인 특징과 더불어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구현하므로 아이패드 하나만 있으면 전자책과 휴대용 게임기는 물론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내비게이션·전자사전 등 다른 하드웨어를 모두 구매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즉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소형 IT 제품들의 컨버전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이패드(혹은 출시 대기 중인 비슷한 사양의 태블릿 PC)를 가지고는 우선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 독서가가 아니라면 1만 원을 주고 종이책 한 권을 구입하지, 전자책을 7000원에 사기 위해 50만 원짜리 킨들을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구입한 사람이라면 단지 7000원이면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전자책의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기존에 1만 원에 팔리던 종이책을 7000원에 팔더라도 출판 업계에는 오히려 이익이다. 종이책 원가의 60%에 달하는 인쇄비용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는 아이패드의 컬러풀한 화면의 수혜가 기대되고 큰 화면으로 그림과 글을 함께 읽는 만화책 시장 또한 같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는 아이들과 놀기에도 적당하다.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User Interface) 덕분에 유아들도 터치만으로 사용할 만큼 편리하기 때문이다. 터치하면 화면이 움직이고 소리가 나는 가장 간단한 기능도 유아들의 흥미를 끌 것이다. 영어나 한글, 숫자 등의 조기교육 열풍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면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서슴없이 지갑을 열 것이다.

실제로 56%를 차지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은 아이패드 앱스토어에서는 35%로 감소하는 대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거의 없던 교육용 앱이 아이패드 앱스토어의 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종이 신문을 대체할 수 있다. 현재도 언론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주요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신문사에서 작성한 모든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과거 몇 년 동안의 기사도 편리하게 검색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이패드를 통하면 인쇄하고 배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유료 독자 증가로 판매 부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신문사 광고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패드는 넓고 시원한 화면을 제공해 게임하기에도 좋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닌텐도 DS의 성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닌텐도 DS는 쉽고 편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두뇌 개발과 같은 참신한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며 온 가족을 게임 고객층으로 끌어들여 성공할 수 있었다. 수익을 보장하는 애플의 오픈마켓 정책으로 보다 많은 게임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참신한 게임의 등장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아이패드는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그 변화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앞서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이걸로 뭐하고 놀까
정종선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약력 : 1975년생. 2002년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한양증권 리서치센터, 2009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