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REITs) 펀드 투자법

환매, 연말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아
올 들어 리츠 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리츠 펀드(4월 27일 기준)는 연초 대비 5.79%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인 2.85%,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인 0.0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 속에 미국의 주택 시장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리츠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말 리츠 펀드의 설정액이 1조3321억 원이었지만 현재 1조1693억 원으로 1628억 원 감소했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 혜택 폐지로 인해 환매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리츠 펀드의 3년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 46.20%라는 사실은 현재 투자자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고 환매에 나선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시점이 리츠 펀드를 환매하기에 적당한 타이밍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펀더멘털은 여전히 오리무중

리츠 펀드는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일종의 재간접 펀드다. 따라서 리츠 펀드의 수익률 구조는 주택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는 첫째, 현재 주택 매매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정체돼 있고 둘째, 주택 착공 및 건축 허가 등 선행성 지표들이 여전히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셋째, 주택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주택 매매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3월 기존 주택 매매가 535만 건을 기록하며 예상치인 529만 건과 전월치인 501만 건을 상회했다. 신규 주택 매매도 41만1000건을 기록하며 7개월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렇게 주택 매매가 증가하는 것은 미국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세액공제 프로그램(First-Time Home Buyer Tax Credit) 효과 때문이다. 이는 주택을 처음 구입할 경우 8000달러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으려면 4월 말까지 주택 매매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해야 한다. 즉, 지난 4월 30일을 끝으로 세액공제 프로그램이 종료된다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 증가 추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낮은 모기지 금리와 점진적인 고용 회복은 주택 매매 건수를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유지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 가격이다. 주택 매매는 회복 추이를 그리고 있지만 주택 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여전히 답보 상태다. 주택 매매와 주택 가격의 시차를 감안해도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그리고 주택 매매 지표에 선행성을 가지는 지표의 움직임도 더디다.

3월 신규 주택 착공 및 건축 허가 지표가 각각 62만600건과 68만5000건을 기록하며 여전히 금융 위기 이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 부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책이 줄어드는 것도 낙관적 전망을 어렵게 한다. 지난 3월 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모기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또 앞서 말했듯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세액공제 프로그램도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리츠 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리츠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리츠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투자하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 경기 이외에 금융시장의 환경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주택 시장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주택 가격의 정체로 인해 자산 가격 상승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패턴에 대한 우려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무조건 악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가 소비 감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 가격에는 주택을 비롯해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9년부터 이어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2010년 2월 자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9.59% 올랐다. 이에 따라 저축률도 2009년 5월 6.4%에서 2010년 2월 3.1%로 하락했다. 이는 소비지출이 급격히 감소할 여지가 적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주택 가격의 안정으로 출구전략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리츠 펀드, 주식시장도 참고해야
환매, 연말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아
미국 소비자물가에서 주택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이다.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물가 추이도 급격한 상승 추이를 그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해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주택 가격 정체가 모기지 부실에 대한 회복을 지연한다는 관점이나 자산 가격 상승이 둔화돼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패턴 관점으로 주택 시장을 이해하기보다 주택 가격 하향 안정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시켜 시장의 급격한 유동성 위축 우려를 감소시킨다는 역발상 관점이 필요하다.

그 결과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에서 빠르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리츠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 까. 이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연말까지 기다려 보는 전략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주택 시장의 회복이 요원해 보이지만 여전히 저가 메리트를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고점 대비 50% 하락하면서 리츠 펀드의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 시기가 찾아 올 것이라는 얘기다. 또 낮은 금리로 인한 배당수익률 매력 부각, 리츠 펀드와 주식 시장의 상대적 주가수익률(PER) 갭 축소 등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 대비 실물 자산인 리츠 펀드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리츠 펀드의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후 반등 국면이 나오는 지금 시점에 굳이 환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 혜택 유예가 올 연말까지 적용되므로 좀 더 리츠 펀드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한편 신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일 수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펀드 투자에서 투자 기간 설정은 적어도 2~3년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리츠 펀드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리스크 대비 수익률로 보면 다른 대안 펀드에 비해 좋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츠 펀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츠 펀드는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주식보다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 투자 상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같은 리츠 펀드라고 하더라도 아시아·유럽·일본 등 어느 지역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반드시 투자 지역에 대해 확인해야 투자 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환매, 연말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아
안정균 애널리스트


1979년생.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현). 펀드 판매 전문인력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 보유.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