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도 혁명 중
세계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www.facebook.com)은 전 세계 4억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이 분야의 ‘넘버원’ 업체다.매일 6000만 명의 사용자가 글을 올리고 있으며 매달 30억 장의 사진이 업로드되는 ‘나날이 새로운’ 공간이다. 70개 언어로 전 세계에 제공되고 있으며 회원의 70%는 미국이 아닌 해외 사용자다. 지난 2006년만 해도 1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불과 1년 만에 15배인 150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스물여섯 살의 하버드대 중퇴생인 마크 주커버그가 스물네 살 때 만든 페이스북이 오늘날 이처럼 잘나가는 회사로 성장한 가장 큰 원동력은 ‘개방’과 ‘협력’ ‘공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07년 5월 개방한 F8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지 페이스북에 적합한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개발자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를 도입했다.
도움의 ‘원군’ 인터넷서 찾아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까지 시장의 절대 강자는 마이스페이스였다. 하지만 마이스페이스는 기업 외부 참여자에 대해 페이스북과 정반대의 태도를 취해 쇠락의 길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를 비롯한 많은 콘텐츠 제공 기업들이 마이스페이스에 콘텐츠를 올리기 원했지만 마이스페이스는 이들을 차단했다.
가상공간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우려한 마이스페이스는 이들 외부 참여자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콘텐츠를 직접 개발해 협력의 단초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결국 새로운 수익 모델로 키울 수도 있는 외부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잘라버린 꼴이다. 페이스북의 성공에 자극받은 마이스페이스는 최근 개방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원군, 즉 소셜 네트워크를 제품 개발이나 연구·개발(R&D)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의 생활 용품 업체 P&G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R&D를 아예 C&D(Connect and Development:연결 개발)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른다.
C&D 전략의 핵심은 외부 R&D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 신제품의 절반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나머지 반은 외부에서 얻게 될 것”이라는 이 회사 앨런 래프리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이러한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감자칩 프링글스에 글자를 새겨 넣은 이 회사의 대박 상품 ‘프링글스 프린트’가 C&D를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제품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글자가 새겨진 감자칩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 P&G는 제품 개발에 매달렸지만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얇고 끈적이는 감자칩 반죽에 글씨를 새기기도 어려웠지만 글자를 새기더라도 곧장 번지기 일쑤였다.
P&G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줄 ‘원군’을 인터넷에서 찾았고 도움은 뜻밖에도 멀리 대서양을 건너 이탈리아에서 날아들었다. 식용 잉크를 개발해 사용 중이던 볼로냐의 한 대학교수가 P&G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이 교수의 도움으로 P&G는 2년 넘게 걸려야 할 제품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R&D는 회사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기업 스스로 총동원하는 것인데 비해 C&D는 핵심 역량 강화에 필요한 투자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핵심 역량과 관련되지 않은 기술은 외부에서 ‘수혈’해 오자는 전략이다. 이 같은 C&D 전략을 통해 P&G는 150만 명 규모의 외부 R&D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내부 R&D 인력 9000명에 비하면 무려 167배다.
P&G와 같이 R&D 역량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의존하는 전략은 특히 상품 수명이 짧고 경쟁자가 많은 소비재 산업 등에 적합하다는 게 중론이다. 신제품을 빨리 시판해 선점 효과를 누리고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것이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만으로는 할 수 없는 혁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P&G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C&D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와 동등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P&G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이익만 챙기려고 했다면 제2, 제3의 파트너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P&G 외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동칫솔 ‘크레스트 스핀브러시’ 역시 1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지난 2년간 C&D를 통해 만들었다. 미국 가전 업체 월풀도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채택하는 등 ‘다수의 머리’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려는 경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C&D의 비용이 회사 자체적인 R&D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고정 급여가 들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 비용 역시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경우 풀타임 직원 수가 불과 2명에 불과하지만 등록된 기고자는 무려 3만6000명에 이른다.
자체 R&D보다 비용 적게 들어 참여 서비스에는 반드시 머리가 뛰어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김중태 IT문화원장은 말한다. 단순한 작업에 대중이 참여해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는 것. 아마존의 메커니컬터크(www.mturk.com)가 대중의 힘을 빌리는 대표적 사례다. 컴퓨터가 하지 못하고 사람이 가능한 일을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메커니컬터크(MT:Mech
anical Turk)의 기본 철학이다. 예컨대 사진 속 여자가 미인인지 아닌지, 예술사진인지 일반 사진인지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사진을 보고 분류하는 일은 사람들의 남는 노동력을 이용해 저렴하게 하자는 것이 MT의 목표다.
C&D 전략의 일환으로 공동 실험실(Collaboratory)을 설립, 운영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있다. 세계적 IT 기업인 IBM과 소니, 도시바가 주인공이다. 이들 3사는 힘을 합쳐 게임·미디어용 프로세서 ‘셀브로드밴드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소니의 히트 상품 플레이스테이션의 핵심부가 됐다.
협업을 통해 보통의 최신 PC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일반적인 가정용 컴퓨터보다 10배 이상 수행 능력이 뛰어난 셀(Cell)을 혁신해낸 것이다.
미국계 제약 회사인 머크는 개방형 신약 개발 시스템을 도입해 대학이나 국공립 연구소, 정부 기관은 물론 다른 제약·생명과학 경쟁사와도 적극적으로 라이선싱 제휴를 한다. 특히 세계적 과학자 15명으로 구성된 ‘사이언스 앰배서더’를 출범시켜 공동 연구 추진을 위한 가교 역할을 맡긴 것도 눈길을 끈다. 사용자 참여를 기업 활동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의 자동차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회사인 엠앤소프트가 사용자 참여로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케이스.
이 회사는 제품 사용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맵피마을’을 운영하며 고객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45만 명의 고객들이 과속 단속 카메라 등 길에 대한 정보를 올리면 이를 반영하는 형태로 지도 서비스의 정보를 갱신해 나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엠앤소프트의 전자지도 ‘맵피’는 시장 1위에 올라섰으며 사이트도 월평균 1억2000만 건의 방문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 속에서 만나 책 출간과 판매까지 한 사례가 지난해 국내에서 있었다. 브이코아를 통해 출간된 ‘2009년 블로그로 우아하게 살아남다’라는 책은 블로거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책의 기획에서부터 원고 집필·편집·디자인·제목·홍보·인쇄까지 모두 블로거들이 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졌으며 오프라인 모임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데 약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어렵지 않게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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