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최고조 압구정동

“압구정은 앞으로 한국의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 뉴욕 맨해튼의 대표 부촌)로 재탄생될 겁니다.”

압구정 주민들의 기대감은 다른 한강변 개발지와 달랐다. 한국 최고의 부촌이란 자존심, 그리고 초고층 개발 후 재탄생하게 되는 ‘압구정’이란 브랜드 가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보였다.

압구정동은 전통적인 부촌이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최고 50층까지 초고층 개발이 가능해졌다. 중층 단지로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던 압구정동에는 희소식이었다. 그 후 압구정동은 부동산의 ‘뜨거운 감자’로 투자 1순위로 손꼽혔다.

실제 한강변 초고층 개발로 지정된 2009년 압구정동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정 전인 2008년보다 4배(2008년 147건→ 2009년 592건) 이상 늘어났다. 압구정동 B공인 대표는 “손가락에 꼽히는 부촌이다 보니 커뮤니티가 높고 학군·편의시설·교통 등의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며 “초고층으로 재건축된다면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한국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압구정동의 입지는 주거지역으로 단연 으뜸이다. 단지 북측으로 한강이 흘러 한강시민공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기부채납하더라도 그 부지에 공원이 들어서 주거 쾌적성이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압구정초·중·고, 현대고 등 강남 8학군이 속해 교육 여건이 우수하고 업무지구의 중심인 테헤란로와 로데오거리, 청담동 명품거리 등이 인접해 있다. 이런 주변 환경으로 개발 후 압구정동의 미래 가치는 ‘백지수표’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개발 전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인다. 우선 용적률 문제다. 현재 3종 주거지역인 압구정동은 재건축 시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압구정동 아파트는 대부분 15층 이상의 고층이 많은데다 개발 면적의 25% 정도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시가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이나 임대 의무 비율 등을 적용하면 사업성이 낮아 용적률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한양아파트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지난 2월 이 문제에 대해 오세훈 서울 시장과 면담했고 4월에 확답을 주겠다고 했다”며 “4월에 구체적인 지구단위개발계획이 나오면 사업성 여부가 가려지는 만큼 사업 추진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09.01.20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09.01.20
소형 평형 의무비율 적용 시 수익률 악화

주민들은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믿음은 집값과 직결된다.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지난 1년간 평균 8% 올랐다. 개별 아파트로 살펴보면 현대3차 109㎡는 지난 1년간 1억6000만 원(12억→ 13억6000만 원), 한양5차 105㎡는 2억 원(11억5000만→ 13억 5000만 원), 현대 1차 142㎡는 1억3000만 원(17억2000만→ 18억5000만 원) 올랐다.

이는 지난 2006년 12월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1억~1억5000만 원 더 오른 가격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2006년 12월 고점을 넘어서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만큼 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수요가 줄었지만 압구정동에 대한 문의는 꾸준한 편이다.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되는 4월께 가격 상승이 한 차례 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압구정동 S공인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곳은 삼성동 현대아이파크로 압구정동(4386만 원)보다 높은 3.3㎡당 5797만 원 수준”이라며 “그러나 압구정동이 초고층으로 개발되면 단지 규모나 주거 환경 등이 삼성동 아이파크에 비해 월등히 앞서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 JJH@neo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