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대한민국 최고 주거지 1순위

한강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친환경과 첨단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은 이제 한강을 중심으로 조성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그 조짐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역사의 중심 무대인 한강이 만들 10년 후 수도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한강변 100리 길을 가다
“한국이 보릿고개에서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해 왔듯이 강남은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달려왔다. 전자의 달리기가 피땀으로 이룬 반면 후자의 달리기는 일확천금의 투기 광풍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욕망의 대질주라고 하는 본질에 있어서는 다를 게 없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에서 강남 제일주의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강남으로 이사가는 것을 모두 투기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산 정약용도 죽기 전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 가지 말고 버텨야 하며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재기하기도 힘들다고 신신당부했다. 강남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강남이 최고의 주거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강남 제일주의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한강이 있다. 풍수지리에서 물(水)은 ‘돈’을 뜻한다.

뒤로 산을 끼고 앞으로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역은 최고의 명당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강 주변은 풍수지리적으로 전형적인 명당 지형이다. 수많은 풍수 전문가들이 한강변을 주목하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지리적인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사회적 트렌드 측면에서도 한강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국민소득 1만~2만 달러 시대에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돈과 명예이며 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양질의 교육이다. 교육 열풍 때문에 강남 집값이 부침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측면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소득이 올라갈수록 금전에 대한 선호는 뚜렷하게 쇠퇴하고 대신 등장하는 것이 삶의 질이다. 대도시 한복판을 벗어나 강을 끼고 있는 한적한 공간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보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강은 준비된 곳이나 다름없다. 이만한 자연환경이 조성된 주거지가 없을뿐더러 서울시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흘러 사통발달의 교통을 자랑한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강 주변이 서울의 최고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후 서울 최고의 요충지가 어디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용산·여의도·압구정·잠원동·성수동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한강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강 주변 개발 신호탄

서울시는 지난해 초 한강 공공성 회복을 통해 한강변 주변 낡은 주거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한강의 쾌적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강변 주변 85%가 주거지역이며 이 중 아파트 주거지역은 7곳이다. 문제는 이들 주거지역 중 20%가 이미 재건축됐고 나머지 80%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더 미뤘다간 향후 20~30년 내에는 한강 공공성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한강변을 전략정비구역·유도정비구역·일반관리구역 등 3개 구역으로 통합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략정비구역은 성수·합정·이촌·압구정·여의도, 유도정비구역은 망원·당산·반포·잠실·구의·자양 등이다. 나머지 지역은 일반관리구역으로 지정, 서울시 기본 경관 계획을 적용해 통합 관리한다.

당장 용산·여의도·압구정동 등지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커다란 변화가 인 것은 아니지만 장기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는 다소 늘었다는 것이 해당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용산은 이번 서울시 한강 프로젝트의 사실상 중심에 있다.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역 주변 개발 등 굵직굵직한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는데다 한남동·동부이촌동 등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상당수 포진해 있어 관심 대상 ‘0순위’다.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승인한 용산 렉스아파트는 강변 아파트 개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면적 125㎡의 단일 크기로 재건축에 따라 가구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일대일 재건축 아파트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투자 메리트는 상당하다는 것이 재건축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