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비용 한국라파즈석고보드 대표
라파즈그룹은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으로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최대 건축자재 기업이다. 1883년에 설립된 이후 약 20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파즈그룹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미국·캐나다·중국·호주·브라질·모로코 등 약 76개국에 진출해 있고 임직원만 9만여 명에 달한다.라파즈그룹은 ‘라파즈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시멘트와 석고 2개 사업부가 진출해 있다. 시멘트 부문은 지난 2000년 기존 한라시멘트의 지분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들어왔으며 현재 ‘라파즈한라 시멘트’는 시멘트 업계 7강 중 하나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 석고보드 부문은 지난 1998년 동부 벽산 등 2개의 석고보드 공장을 인수해 ‘한국라파즈석고보드’로 진출한 뒤 현재 KCC와 내수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라파즈석고보드의 신임 사장에 취임한 프레드릭 비용 대표를 만났다.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에 있었습니다. 1997년 당시 동부와 벽산의 인수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의 한국라파즈석고보드는 10년 전과 꽤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의 전통적 기업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외국계와 한국계의 스타일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라파즈석고보드의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1998년 한국의 건축자재 업계에는 벽산·동부·금강(현 KCC) 등 3개 회사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발생했는데 이때 동부와 벽산이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외국계 회사와의 제휴를 원했습니다.
이 시기에 라파즈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아시아 시장 중에 전체 인프라가 잘 개발돼 있는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때였죠. 검토 끝에 이들 2개 회사를 모두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01년에 당진공장을 설립했고 2007년엔 석고보드 2호 라인을 준공했습니다. 한국라파즈석고보드는 현재 3개 공장(당진·울산·여수)에 4개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3월 2일 우리 회사의 대표적 친환경 천장재 브랜드인 ‘집텍스(Gyptex)’ 2호 라인을 울산공장에 증설했습니다. 이처럼 현재 국내 건설 경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시장을 KCC와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라파즈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국라파즈석고보드는 국내 최초로 석고계 천장재, 가벼운 석고보드 등 혁신적인 기능을 추가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 현장에서 쓰다 남은 폐석고를 재활용하는 서비스는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입니다.
이 밖에 설비 투자와 인력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인력 개발에 많은 주안점을 둬야 서비스와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고보드가 특히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석고보드는 독특한 건축 재료입니다. 현 건축자재 환경에서 필수적인 제품이 돼 가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방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면에서도 곡선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어 우수하고 거주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용성도 높습니다.
둘째, 무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공장과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석고보드는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석고보드는 버려지는 것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친환경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석고보드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료도 환경 친화적입니다.
셋째, 가볍기 때문에 단열재만 적절하게 삽입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벽체여서 물의 소비가 낮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재 석고보드와 함께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요.
석고보드와 관련된 여러 제품을 시스템화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석고보드를 포함해 단열재, 석고보드를 연결하는 스터드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이 방화·방수 기능 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은 어느 정도입니까.
2009년 매출은 1700억 원 정도입니다. 라파즈가 199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석고보드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고 우리도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벌어들인 수입은 다시 한국 시장에 활발히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제가 보기에는 회사의 규모는 물론 한국 직원들의 전문성·기술성도 매우 향상됐습니다. 그 예로 현재 14명의 한국라파즈석고보드 출신 직원들이 본사는 물론 다른 나라 지사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으며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사람들의 기술력·전문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회사 성과 측면에서 영업이익·매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에선 2009년 한 해 성과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현재 무재해 8년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경영 스타일이나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영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라파즈그룹의 전략을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죠. 심지어 마케팅 전략팀도 없었으니까요. 그 당시 저는 의사결정을 할 때 빠르고 직선적으로 끌어 가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자체가 성장했고 많은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우선순위를 갖고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인력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해나갈 방침입니다. 즉,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경청하며 팀워크를 발휘해 일해 나갈 겁니다. 제 역할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것입니다.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역량이 잘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죠.
최고경영자(CEO)로서 한국 문화를 보면 일하는데 편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은 가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자기 의견을 잘 표출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제 역할은 직원들이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니저들에게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국 시장은 비즈니스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최근 건축물이 가진 큰 도전 과제는 에너지 효율성입니다. 건축물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입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건축’의 핵심입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은 우리 회사에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혁신을 많이 이뤄야 하는데 다행히 폐석고 재활용 서비스뿐만 아니라 건축설계사들도 우리의 혁신적 제품을 가지고 에너지 효율 중심의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라파즈석고보드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조 공정에서 물과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인식 전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마인드가 바탕이 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원하는 고객에게 보다 뛰어난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프레드릭 비용 대표는…
1961년 프랑스생. 80년 국립 농림대학원 동물학 전공. 92년 인시아드(INSEAD) 석사. 95년 라파즈석고보드 마케팅 전략 부장. 98년 한국라파즈석고보드 전략 마케팅 이사. 2007년 라파즈석고보드 마케팅 전략 부사장. 2010년 한국라파즈석고보드 대표이사 사장.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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