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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100여개의 외국인투자기업이 참여하는 채용박람회가 6일부터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1106..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100여개의 외국인투자기업이 참여하는 채용박람회가 6일부터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1106..
이명박 정부 집권 2년, 2월 말께 언론 평가들을 보면 경제 쪽이 잘한 분야로 꼽혔다. 지표로도 그렇고, 위기 탈출의 관점에서 본 국제적인 평가도 대개 그랬다. 일반의 체감 경기, 실감의 경제는 어떨까.

특히 고용 한파,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 정부가 주력 분야로 정한 서비스 업종 지원이나 관광 레저 산업 육성과 같은 현안의 실상을 느껴보기 위해 2월 27~28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0 관광산업 채용박람회’장을 두루 둘러보았다.

마침 박람회 현장에선 관광 분야 일자리 창출의 이론적·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관광협회중앙회와 관광학회, 문화관광부가 공동 개최한 ‘관광산업 일자리 창출, 인력 양성 확대 방안’이란 주제의 정책 포럼이었다.

휴일이었지만 구직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려들어 마치 고용의 시장통에서 열린 대안 모색의 경연장 격이었다. 100여 개 업체가 참석한 전시장의 오프라인 행사는 이틀간뿐이었지만 온라인상의 취업 박람회는 3월 12일까지 계속된다.

국내 고용 시장을 보면 어느 특정 부문이 나은 곳도 없다. 관광산업, 관광 인력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도 물론 없다. 그래도 최근 글로벌 경제가 구조 개편의 큰 흐름을 타고 있는 와중에, 특히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전통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돼 가는 한국 경제에서 일자리에 관한 한 돌파구는 한 방향뿐이다.

그것은 서비스·3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고 문화·콘텐츠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며, 관광 레저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전통적인 1차산업도, 이제 완숙기에 들어선 제조 업종도, 금융처럼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도 대안이 못 된다면 답은 일찌감치 그렇게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미국 영화 ‘아바타’처럼 3D 기술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바로 만들어낼 기반을 갖춘 것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영화·방송과 같은 대중문화나 관광·오락, 예술·스포츠 같은 분야까지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일자리 창출의 전략 지역으로 공략해야겠지만 아직은 더 닦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관광에 먼저 주목해볼 수 있다. 내수를 살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단시일 내에 창출하면서 최근 급성장세인 중국이나 전통적인 단골 격인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자면 관광산업, 관광 인력을 육성해 이쪽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필요한 백수 양산

어려움도 많다. 인력 수급 여건도, 임금 구조도 모두 열악한 조건이다. 그런데도 인력은 매년 쏟아진다. 2000년 90개였던 한국의 관광 관련 고등교육기관 숫자는 2005년 174개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5년 새 80여 개의 대학이나 전문대학에 관광 관련 학과가 생겼다. 교육정책에서 기본적인 인력 수급 관리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거나 원하는 곳에는 모두 학과를 신설해 주고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교육과정을 인정해 준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필요한 백수를 양산한다는 얘기가 된다.

박람회장 정책 포럼에 나란히 참석했던 모 대학 교수는 “업계의 지인들에게 술을 사며 졸업생 중 겨우 3명을 취업시켰다. 답답하지만 이 정도면 나쁜 것도 아니다”고 자위했다. 다른 교수는 박람회에서 2년 전 졸업한 제자를 만났다며 취업난을 대신 전했다.

신규 고용이 대거 일어나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일단 소수의 성공 사례라도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성만 있으면 인재와 돈은 몰린다. 특히 인재가 한번 몰리면 성공 가능성, 대박의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당연히 대박 케이스는 더 나온다.

가령 처음 100명 중 1명 성공이 30명 중 1명으로, 나중에는 5명 중 1명 식이 되는 것이다. 이게 고용과 새 산업의 선순환 구조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정부도 나름대로 적극 나서고는 있다.

대통령 주재의 국가고용전략회의가 2010년 1월에 신설돼 매달 한 차례씩 열기로 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청년 인턴제, 관광기금 융자 확대, 관광 바우처와 같은 방안이 제시됐다.

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에서도 수요 확대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가야 하는 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실물경제 태스크포스팀이 서비스 산업 선진화 프로그램을 좀 더 치밀하게 짜야 하며, 우리의 문화 관광 자원에 대한 접근도 한층 폭넓게 해 감동과 재미를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 만들기에 주력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