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약 50% 수준의 강한 반등세를 보이던 국내 주식시장은 올 들어 중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금융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추가적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른 타격도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PIIGS(Portugal, Italy, Ireland, Greece, Spain)라고 불리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불안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PIIGS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미치는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회사의 그리스 익스포저는 3억8000만 달러로 전체 익스포저 534억 달러의 0.72%에 불과하다. 이 밖에 스페인은 6000만 달러로 0.11%, 이탈리아는 1억9000만 달러로 0.36%, 포르투갈은 2000만 달러로 0.04%의 익스포저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그리스의 불확실성이 유럽 국가로 파급될 경우 유로 존 및 국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한국의 재정 상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2.3%이고 국가 부채는 35.6%에 불과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6.9%와 73% 대비 건전한 수준이다.

또한 2010년 1월 2736억 달러의 충분한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고 지난 2009년 3분기에는 한국이 순 채무국에서 순 채권국으로 전환했다. 또한 대외 채무 가운데 단기 외채 비중도 36.8%에 불과해 양호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연일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긴축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최근 유럽 사태에 따라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중국의 긴축 영향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긴축이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의 역할이 제한될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신규 수요를 창출해 재고 조정을 빠르게 진행시켰고 금융 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낮아져 이자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긴축 전환은 이 같은 경기 친화 정책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글로벌 전체의 긴축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긴축이 경기를 꺾을 만큼 강화되기 어렵다는 점과 최근 유럽 사태에 따라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긴축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투자 심리 불안과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게 유지돼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사태 악화가 없을 경우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 기준 9배 초반에 위치한 가격 메리트 역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구간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0년 기업 이익 전망치가 여전히 우상향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메리트는 상당 부분 설득력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두드러진 업황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은 이번 위기 국면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이 반등세를 보여 가격 경쟁력 부담에서 당분간 벗어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의 흐름을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 2009년에는 신규 투자 시기를 고민했던 투자자들도 예상보다 빠른 주가 상승 구간에서 마켓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장기간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펀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투자와 달리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최근과 같은 조정 국면에서 주식시장의 재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하반기를 겨냥해 주가 하락 시마다 분할 매수를 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펀드 투자 전략으로 판단된다.
중국 긴축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박현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약력 : 1973년생. 2003년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2005년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수료. 2005년 한국펀드평가. 2007년 메리츠증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