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ETF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작년 말부터 거래 가격에 대한 말들이 많다. 짐 로저스를 비롯한 헤지 펀드 매니저들은 당분간 강세로 보고 있지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경제학자들은 버블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금값에 대한 말들이 많은 이유는 금의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참고로 성경에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 왕 때 바빌론에서는 금 1온스로 빵 350개를 샀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금값이 오른 주요 요인은 재정적자인 선진 정부들이 화폐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개인들과 이머징 마켓 중심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계속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상의 불균형을 재활용 고금(古金)으로 충당하고 있는 국면이다.
불황기 대안 투자…고수익 맹신 ‘No’
먼저 화폐와 금의 상대 가치 측면에서 보자. 부동산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 이후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요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한 화폐통화 확대 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퍼지고 있다.

미국의 금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를 넘어설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상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도 꾸준히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

각 국가들의 재정적자 요인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비록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위주로 미국에서 불거졌지만 선진국들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과도한 여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IMF는 각 국가들의 순부채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향후 10여 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수급적인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크게 변했다. 실물 금에 대한 일반인의 투자 수요 증가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순매수가 보석 장신구류 수요 등 전통적 수요 감소를 압도한 것으로 요약된다.

금화 골드바 금ETFs 등 금 실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최근 발표된 WGC의 2009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요의 40%(1271톤)가 증가했다. 전체 수요는 금값의 상승으로 1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요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특히 ETF 등의 수요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는 것은 금 실물에 대한 왕성한 투자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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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 투자 관련 상품 부족

또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2009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금을 순매수했다. 이는 장기적인 금값 지지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WGC 기준 전년도 금 순매수 금액은 812톤으로 연간 금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큰 규모다.

인도 중앙은행이 IMF의 금 200톤을 작년 11월에 시장에서 매입한 것 외에도 중국(454톤), 러시아(112톤) 등도 자국 내 광산에서 생산된 것을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매입했다. 앞으로 이들 이머징 국가들의 외화보유액 내에서의 금 비중은 5% 내외, 혹은 미만으로 향후 10% 내외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존스사의 발표에 따르면 대표적 상품지수인 DJ-UBS상품지수를 추적하는 펀드들(규모 275억 달러)의 2010년 금 시장 비중은 9.12%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상품(Commodity)과 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낯설다. 현재 상품 자산에 대해 독립된 유형으로 투자하는 국내 기관은 없으며 대체 투자의 한 방편으로서만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천연자원의 빈국임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관투자가의 자산 배분 측면에서 금의 주요한 특징들은 무엇일까. 가치 보존(store of value), 경기 사이클과 독립성, 그리고 시스템 위험에 대한 헤지를 들 수 있다. 금의 연 생산 증가량은 1.5% 내외임에 비해 달러 기준 본원통화의 연 증가율은 10% 내외로 과거 20년간 이뤄져 왔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통화승수까지 고려한 총통화량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가치 보존 측면에서의 금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통계적으로 볼 경우 지난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금의 상관관계는 평균 0.03으로 아주 미미했다.

또한 시장의 시스템적 위험에 대한 헤지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즉, IMF 구제금융, 1970년대 말 오일쇼크, 그리고 최근의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훌륭한 헤지 기능을 수행해 왔다. 금값을 전망하려면 어떤 요인들을 봐야 할까. 현재 시장이 민감하게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달러를 매도하고 금을 포함한 다른 자산으로 캐리 트레이드한 자금이 달러의 강세로 인해 거꾸로 청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기술적인 요인에 불과하며 정부의 재정적자, 통화 확대, 기축통화 논란 속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 관련 금융 상품에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가입한 상품이 거래 상대방 위험이 있느냐다. 금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거래은행이나 거래 상대방이 부도가 날 경우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런 금 투자로는 국내 은행의 골드 뱅킹(Gold Banking)이나 비할당계좌 내 금(Unallocated Gold)이 해당된다.

세계경기 불안…금값 강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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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거대 상대방 위험이 없는 금 실물 투자에 해당되는 금을 할당계좌 내 금(Allocated Gold)라고 하는데 이는 귀금속 창고에 보관된 금에 투자자의 소유로 꼬리표가 붙게 된다. 현재 금 현물(Spot) 시장에서 95% 이상이 거래 위험이 있는 비할당계좌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2월 현재 국내에서 실물 금(Physically backed)에 투자하는 구조의 금융상품으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하이셰어 골드(A110550)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이론적 금 중량 200분의 1온스에 대해 런던귀금속협회(LBMA) 오후장 종가에 원·달러 환율을 곱한 가격을 추적하는 금의 인덱스 펀드로서 한국거래소에 2009년 11월 상장됐다. 런던과 뉴욕의 귀금속 창고에 저장된 실물 금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실물 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창고 보관, 운송·보험·경비 등의 제반 비용이 증가한다. 이런 비용은 규모의 경제가 도달되지 않으면 펀드의 기준가에 큰 부담요인이 된다. 한 예로 해외 투자은행이 요구한 귀금속 창고 보관비용은 연간 3억 원과 펀드 순자산의 연 0.15% 정도다.

현대의 하이셰어 골드는 연 0.40%의 재간접비용으로 위의 제반 비용도 해결하고 국제적인 골드바 적격 기준에도 부합하게 투자하는 펀드다. 2월 12일 현재 편입된 종목은 뉴욕거래소의 대표 금ETF 2종목과 런던거래소의 대표 금ETF 2종목이며 발행 주식 수 180만 주에 주당 금 보유량은 0.00497624온스로 계산됐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상기 재간접비용(연 0.4%)과 총 신탁보수(연 0.6%)가 있지만 국제 금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환전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우리나라 장중에 형성된 국제 금의 시세로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개인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할 경우 해외 주식 주문 수수료 약 0.5% 내외보다 저렴하게 국내 주식 주문 수수료로 활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ETF는 유동성 공급자가 호가 스프레드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ETF는 추가형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하루에 100억 원이라도 시장에 팔 수 있는 구조다. 향후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경우 거래 상대방 위험이 없는 금 상품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종도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AI운용팀장 jdcha@hdfu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