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 한국고용정보원 원장

“핵심은 국가 고용 인프라입니다. 고용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돼 있으면 적어도 매달 실업자 48만 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했던 5년간 일자리 창출 목표 300만 명의 16%에 해당됩니다.”

정인수(56) 한국고용정보원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라며 “구인 구직 정보 서비스를 더욱 개선하고 직무급 비중을 확대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정보 서비스 양적·질적 수준 높일 터’
고용 서비스 인프라가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직자를 위한 취업 알선, 직업훈련 등을 포괄하는 고용 서비스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약 20년 동안 우리나라 고용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입니다.

아르헨티나 등 고용 서비스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은 나라는 모두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습니다. 반면 스웨덴과 독일 등 고용 서비스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나라들은 선진국 도약이 가능했죠.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 아니겠습니까. 제가 고용정보원장을 맡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용 서비스를 개선하고 싶었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는 워크넷입니다. 스웨덴 일본 등은 구인 구직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상당히 잘돼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합니다. 구인 구직 정보의 양적·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가 인력 수급 전망의 정확성입니다. 본래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인력 수급을 맡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인력 공급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두 곳에서 예측하는 것은 업무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제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인력 수요와 공급 업무를 모두 맡아 진행하고 있죠. 인력 수급 전망치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높이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는 직무급 비중의 확대입니다. 현실적으로 직원을 정년까지 일하게 두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연령에 상관없이 업무에 따라 봉급을 지급하는 직무급 비중을 확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두 가지는 고용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고용 서비스 총괄 기획입니다. 고용 정보 DB를 공공재화함으로써 교수나 연구원 등이 연구를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직무급 비중 확대는 예전부터 강조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은 보장되지만 일정 연령 이상 되면 임금이 삭감돼 노동조합이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죠. 하지만 직무급은 일한 만큼 가져가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사정위원회 고령자 고용 안정을 위한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에도 직무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죠. 2008년 3월에는 협상 대표들이 직무급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경영계로서는 임금 체계를 확산시킬 동력을 얻었고 노동계는 조기 퇴직자를 줄이고 정년 이후 고용 유지라는 명분을 획득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가 지금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직무급이 확산되려면 우선 직무급 임금체계 DB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국고용정보원이 DB를 구축해 직무급 비중이 높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현재 이러한 사항을 노동부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1월 국가고용전략회의 때도 얘기를 꺼낸 바 있습니다.

워크넷 개선 방안은 어떻습니까.

대학 졸업자들의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 활용 빈도는 아직 높지 않습니다. 워크넷은 취약 계층만을 위한 사이트로 여기고 고용 촉진 지원금을 받는 중소기업 등의 정보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잡코리아 등 다른 구직 사이트에 비해 알선 정보가 많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엄연히 다릅니다.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앞으로는 대기업·벤처기업·공공부문·중소기업 등 다양한 정보들을 무료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6만 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구인 정보를 받아내고 입사 시 필요한 면접 정보 등도 상세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는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작년 말 국내 최초로 일자리 정보 전문 검색 프로그램인 소프트매칭(soft matching)을 도입해 더 많은 취업 알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프트매칭 검색 방식을 통해 구직자들은 어떠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까.

기존의 구인·구직 검색(하드매칭)은 검색자가 지정한 것만 찾아주지만 소프트매칭에서는 지정한 것 외에도 그와 유사한 정보도 함께 찾아줍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검색할 때 근무지를 ‘서울 중구’, 직종을 ‘간호사’로 입력할 경우 하드매칭은 ‘서울 중구 지역 간호사’만 검색 결과로 보여주죠. 하지만 소프트매칭은 ‘서울 중구 지역 간호사’뿐만 아니라 ‘서울 중구 지역 간호조무사’ ‘서울 중구 지역 간병인’ ‘서울 종로구 지역 간호사’ 등 연관된 유사한 일자리 정보를 매칭 정도 순서에 따라 함께 보여줍니다.

소프트매칭 검색 방식을 통해서는 동일한 직업 내에서의 유사 정보뿐만 아니라 유사한 직업에서의 정보까지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구인자와 구직자의 요구 사항 차이를 시각적으로도 비교해 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벨기에·프랑스·영국·독일 등 선도적 고용 서비스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소프트매칭 검색 방식을 도입해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곧 잡로봇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잡로봇은 인터넷상의 일자리 정보를 자동 취합해 형식을 표준에 맞게 변환, 워크넷으로 수집하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입니다. 소프트매칭과 버금갈 파워를 갖고 있죠.

워크넷의 일자리 정보는 고용지원센터의 직업 상담원과 기업체 인사 담당자가 직접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에 국한돼 있는 반면 잡로봇은 이 밖의 다양한 정보들을 가져옵니다. 공공 고용 지원 서비스 선진국의 경우 일자리 정보의 3분의 1 이상이 웹로봇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청년 실업자들은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한곳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되고, 구인난을 겪는 기업체의 경우에는 구인 정보를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이 밖에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은 없나요.

고용지원센터의 구인 구직 정보 발굴 업무를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기업을 직접 돌아다니며 구인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실업 급여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원들보다 구인 구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입니다. 이러한 체제를 속히 개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 관련 업무는 오전 중으로 단시간 내에 처리하고 그 외에는 구인 개척에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과 스웨덴은 고용 서비스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구인 개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 정보를 입력하는데 힘쓰고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입니다.

정인수 원장은…
1953년생. 8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89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2003년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2007년 노사정위원회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위원장. 2006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현). 2008년 한국노동경제학회 부회장(현). 2008년 한국고용정보원 원장(현).

대담= 장승규 차장
정리=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