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서비스 매장이 도대체 왜 이렇게 된지 모르겠습니다.”

애플 아이폰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서울 한 KT플라자 직원은 말이다. 삼일절 연휴 기간동안 스키장을 찾은 기자는 거금을 들여 구입한 아이폰을 실수로 그만 눈 속에 빠트리고 말았다. 곧장 전원을 껐지만 밧데리와 본체가 하나로 결합된 일체형이다보니 전원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연휴를 끝마치고 KT플라자를 방문해 애프터서비스를 의뢰하니 왜 애플의 애프터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애플의 애프터서비스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겐 불안감 그 자체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1년 무상보증을 판매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제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 대신 해당 제품과 똑같은 ‘리퍼(리퍼비시:재생산품 교환)폰’으로 교환만 가능하다. 리퍼폰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1~2주 가량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동안 KT는 임시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수리비용은 더 큰 문제다. 현재 애플은 소비자과실로 판명돼 리퍼폰으로 기기를 교체할 경우 최소 26만5000원의 수리비를 요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수리비가 40만~5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작은 고장이라고 할지라도 수리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교환만이 가능하다. 삼성, LG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아무리 소비자과실이라도 무상 또는 일부 수리비만 소비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과 천양지차다. 물론 별도로 이를 대비해 단말기 분실이나 고장 시 최대 70만 원까지 보장하는 KT의 '쇼폰케어'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매달 2000~3000원 씩 내야하며 이마저 개통 30일 이내에만 가입해야 한다.

문제는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진 애플의 태도다. 아이폰 수리를 대하는 애플의 전략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수리를 의뢰하는 소비자에게 재생산된 리퍼폰을 주면서 청구하는 금액을 ‘수리비’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애플의 태도가 얼마나 불성실한지를 알 수 있다. 제조사인 애플 입장에서는 수리비일 수 있겠지만 다른 제품을 받는 고객 입장에선 당연히 교환비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아이폰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전국 KT플라자에는 매일 상담원과 소비자간 고성이 오가는 소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기자가 해당 센터를 찾은 이날도 아이폰 의 애프터서비스 방침을 이해하지 못해 직원과 고객 간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과 관련된 소비자불만 상담건수는 412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207건이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지난해 11월28일 국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아이폰 판매량만큼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나섰지만 애플이 애프터서비스 전략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용산, 구로 디지털단지 등에서는 사설 수리점들이 아이폰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애플과 스티브잡스이만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낙제점이다. 수많은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휴대전화로 ‘아이폰’이 꼽히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를 받아온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결과는 반대로 나올지 모른다. 어쩌면 2년 약정 기간에 메인 사용자들에게 아이폰은 애지중지(?) 다뤄야하는 부담스러운 물건일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투자 원칙이 아이폰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왜 일까. 글로벌 모바일 넘버원을 꿈꾸는 애플이 10여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 연합군의 공격이 맥없이 무너져 퇴출직전까지 갔던 근본적인 이유가 이같은 ‘폐쇄성’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일부 고객층만 하는 맥킨토시 컴퓨터 제조사에서 MP3, 휴대전화, 테블릿PC 등을 생산하는 모바일 회사 애플에게 지금 필요한 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P.S-결국 기자는 해당 제품을 용산의 한 사설 수리업체에 맡겨 수리했다. 의뢰한지 2시간 만에 완벽히 수리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용은 고작 5만 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애플의 정식 애프터서비스를 받기는 힘들겠지만 기기 교환비 30만~40만 원을 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