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에서 K7이 나오면서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수입차 못지않게 세련된 데다, 성능도 전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대도.

희한한 것은 K7이 출시할 때는 젊은 감각의 댄디(dandy)함을 강조한 흰색차를 전시용으로 내세웠으나, 아직 도로 주행 중에 하얀색 K7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주로 검은색이 대세이고, 간간이 은색이 보였다.

아직 한국에서 하얀색 대형차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도 있다. 디자이너의 의욕과 현실과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하얀색 시트는 대형차 구매자들의 연령층을 고려해볼 때 부담스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시족, 패션을 중시하는 중년여성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80%의 만족, 20%의 아쉬움
그랜저(TG)가 뒷꽁무니에 곡선을 넣어 깔끔한 마무리를 한 반면, K7의 각진 후미는 지나치게 큰 느낌이다. 옛 뉴EF쏘나타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 K7의 트렁크 부위를 보면 엄청나게 높고 커 보인다. 최근 나온 에쿠스조차 덩치에 비해 작아 보이는 디자인을 한 것에 비하면 크기가 도드라져 보이는 검정색 K7은 다이내스티(현대차)의 계보를 잇는 ‘깍두기 차’로 등극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수석 패널과 도어를 따라 켜진 무드등(mood燈)은 고급 카페의 부분조명처럼 고급스럽다. 다만 색이 너무 어두워 실제 탑승 때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벤츠 E클래스에서는 이 부분이 좀 더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있다.

다음은 가속능력. 발끝에서 힘이 느껴지는 셋팅은 아니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가장 기대했다가 실망한 부분이다. 너무 부드럽다. 물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 배기량의 독일차들은 발끝에서 느껴지는 강한 파워로 유약한 도시인의 원시 본능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부드러움이 대세다.

그렇지만 일단 배기량(3500cc)만큼의 파워는 나온다. 제원 상으로 보면 새로 셋팅 된 람다3.5엔진은 2년 전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장착된 람다3.8만큼의 파워를 갖고 있다. 슈퍼카와 붙지 않는 이상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다른 차들을 제칠 수 있다.

대개 3000cc 이상의 고배기량 차량에는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게 마련이지만, K7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온 전륜구동 방식이다. 비용절감과 운전이 편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고속에서는 다소 불안정함이 느껴진다.

자유로에서 시속 200km돌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더니 차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쳐 스티어링(핸들링)에서 애를 먹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의 차이다. 동력이 실리는 앞바퀴에 제동력이 더 걸리기 때문에 뒷바퀴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초기 토크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중속 이상에서 충분한 파워를 내는 셋팅은 연비와도 관련이 있다. 3500cc이면서도 연비(10.6km/l)는 뛰어나다. 70리터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500km 넘게 달렸다. 물론 시승을 위해 급가속에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저연비 운전을 한 결과다.

K7 VG350의 가격은 △노블레스 3870만 원 △노블레스 프리미엄 4130만 원이다. 노블레스의 경우 닛산 알티마3.5(3690만 원), 도요타 캠리2.5(3490만 원), 혼다 어코드2.4(3590만 원)보다 비싸고, 혼다 어코드 3.5(4090만 원)보다는 싸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