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잃은 대구경제...차라리 연방제가 대안?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대구는 한국 안경산업의 메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안경테의 90%이상이 대구 3공단에서 만들어진다. 대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경 집산지이기도 하다. 안경은 세계적으로 생산국이 몇 안 되는 특이한 상품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냥 해외에서 수입해 쓴다.

한때 대구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안경업체들은 중국 저가품과 해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끼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과 재작년 간만에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피폐한 3공단의 썰렁함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30년 가까이 안경사업을 해온 이모 사장의 이야기다. 점심을 함께 한 이 사장은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는 대구 경제의 힘겨운 현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구에 남아있는 그래도 규모가 있는 기업다운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대구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은 외국계 자동차부품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싫어했지만 행정수도이전 하나는 정말 잘했다고 본다며 거꾸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4대강 사업까지 다 찬성하지만 세종시 수정안만큼은 반대라고 목청을 높였다.

대한민국의 기형적 구조는 안경 팔리는 것만 봐도 안다고 했다. 부산에서부터 대구, 대전, 광주, 강릉, 제주까지 전국을 다 돌아봐야 팔리는 것은 30%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나머지 70%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7대3 구조다. 서울, 수도권이 발전한다고 해도 적어도 5대5는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방제' 개헌 정도의 과격한 처방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문제의 해법은 영원히 오리무중일 것만 같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없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