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본즈’

“1973년 12월 6일, 내가 살해당한 날이다. 나는 열네 살이었다.” ‘러블리 본즈’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이미 살해당한 소녀 수지(시얼샤 로넌 분)의 내레이션을 통해 살인범의 정체부터 밝힌다. 그는 수지의 옆집에 살던 독신남 하비(스탠리 투치 분)다. 인형의 집을 만드는 것이 취미인 조용한 남자. 그가 알고 보니 잔혹한 변태성욕자였고, 예쁘고 활기찬 수지는 그의 눈길을 끌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참하게 희생당했다.‘러블리 본즈’는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킹콩’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라든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대적할 만한 젊은 피로 자리매김했던 피터 잭슨 감독의 차기작이다. 무엇보다 그가 집중한 지점은 수지가 머무르는 ‘경계(지상과 천국 사이에 속한 중간지대)’다. 삶을 박탈당해 영원히 열네 살에 머물러 있는 그녀는 천국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계속 지상의 풍경을 관찰하며 경계를 배회한다.동명의 원작 소설 ‘러블리 본즈’는 첫사랑의 설렘에 들뜬 열네 살 소녀의 심리라든지, 수지의 죽음 이후 오랜 세월을 거치며 가족들이 무너져 내리고 다시금 성장해 가는 과정을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수지가 상상하는 대로, 혹은 그녀가 느끼는 대로 변해가는 경계의 풍경에 더 초점을 맞춘다.‘반지의 제왕’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 효과를 전담했던 웨타 스튜디오가 이번에도 두 팔을 걷어붙였고 결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판타지의 사후 세계다. 살바도르 달리라든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입체감을 가지고 숨을 쉬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매끄럽고 컬러풀한 공간은 지금까지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에선 금기와도 같았던 사후 세계의 풍경을 근사하게 펼쳐놓는다.원작에 버금가는 칭찬을 받는 영화들은 거의 없다. ‘러블리 본즈’ 역시 원작의 깊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영화는 멜로드라마와 호러·스릴러·판타지 모두에 걸쳐 있으면서 조금씩 힘이 달리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 판타지 풍경들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이계(異界)의 시각화에 일가견이 있는 피터 잭슨 감독의 독창성을 맛보는 즐거움은 여전하다.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 대학교수인 남편은 어린 여학생들과 심상치 않은 관계를 맺는 듯하다. 아내는 매혹적인 소녀 클로이와 계약하고 남편을 의도적으로 유혹하도록 부탁한다. 그러나 남편이 예상한 대로 클로이에게 빠져들수록, 아내는 더 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클로이의 위험한 덫에 빠져들었음을 깨닫는다. ‘맘마 미아!’의 청순 소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치명적인 팜파탈로 변신한 작품.미국 알래스카 주의 작은 마을 ‘놈’에선 1960년대 이후 해마다 많은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40년 동안 1200명의 주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타일러 박사는 환자들에게서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최면 치료를 감행한다. 외계인이 지구인들을 납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사의 환자 중 한 명이 가족을 죽인 다음 자살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제 박사의 어린 딸마저 실종된다. 그녀는 생명을 걸고 위험한 실체와의 접촉을 시도한다.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커밍아웃한 게이로 처음 시의원에 당선됐던 인권 운동가 하비 밀크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다. 평범한 증권맨에 불과했던 하비 밀크는 동성애자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친구들을 위해 게이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하비 밀크의 소신은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보수적인 정치권 싸움에 휘말려 암살당했다.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작.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