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회사는 더 이상 그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채택되지 않았고 지위적 한계도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28세 때 처음 시작한 사업은 동업자들과 마인드가 맞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지만 차기 사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승승장구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로버트 굴드’,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시’ 등도 그의 회사를 찾을 정도였다. 주인공은 바로 코스모진여행사 정명진 대표다.

2001년 설립된 코스모진여행사(이하 코스모진)는 외국인 VIP 및 바이어 의전 관광 전문 여행사다. 코스모진은 업무차 방한하는 외국인 바이어나 VIP, 연예인 등에게 공항 영접에서부터 호텔 숙박, 관광, 미팅 장소 섭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원할 경우에는 혼자서만 투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이른바 ‘맞춤형 프라이빗(private) 투어’다. 개인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단체 관광과는 다르다.

코스모진이 서비스한 고객만 해도 4만여 명.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창시자 스티브 챙, 각국 장관(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필리핀 등), 유명 기업의 고위 임원 등 다양하다. 작년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뿐만 아니라 덴마크 대법원장, 세계적 행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 ‘CSI’ 작가 웨스트 웬디(West Wendy) 등도 코스모진을 방문했다.

“DMZ(비무장지대), 강남투어, 체험 프로그램 등 서울과 인근 지역의 테마별 관광 코스를 개발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자유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 실력이 출중한 가이드들이 관광지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역사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진을 통해 국내 여행을 한 외국인들이 2007년에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2008년 대비 150% 증가한 2만5000여 명을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 7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외국인들의 방문이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게 정 대표의 말이다.

“MICE(미팅, 인센티브 관광, 컨벤션, 전시) 관련 인사와 기업체 초청 바이어들의 방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가 한국 방문의 해가 진행되는 3년 동안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고 있어 앞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이 왕’…맞춤형 서비스

코스모진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틈새시장에 있다. VIP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여행사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정해진 코스에서 단체 관광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VIP만을 상대하는 코스모진의 경우에는 고객이 직접 시간이나 여행지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까지 고객들이 볼 수 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거나 몸이 아플 때에는 일정을 바꿀 수도 있다. 날씨를 매일 체크하는 것은 기본. 당일 비가 올 경우에는 실내 쪽으로 투어를 변경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화장품 기업 대표가 고객일 경우에는 그 기업 브랜드 향수를 차 안에 뿌려 놓기도 한다. 또 각 VIP 고객들이 원하는 물과 와인 등의 브랜드를 기호에 따라 준비해 놓는다.

개인적인 식성을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채식주의자인지,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등을 미리 체크해 식사를 준비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VIP들도 많이 상대해 봤기 때문에 각 나라 특성을 거의 꿰뚫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성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짤 수 있죠. 그리고 최대한 꼼꼼히 준비합니다. 고객들의 성향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죠.”

가이드나 차량 운전사를 섭외하는 여타 다른 여행사와 달리 코스모진은 가이드와 운전사를 보유하면서 이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시키고 있다. 정 대표는 열흘에 한 번 정도 미팅을 가져 가이드들끼리 여행지 정보나 중국과 일본 등 각 나라 VIP 기호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평가는 상대방이 하는 것이므로 컴플레인(complain)이 들어왔을 때는 무조건 사과하라고 직원들을 훈련한다.

“간혹 가이드들이 저한테 상황 설명을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데, 저는 딱 잘라 말합니다. 상대방에게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것은 서비스를 잘못했다는 것이기에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가이드가 억울하다며 통사정해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운전사들에게는 VIP 고객들이 소속돼 있는 기업의 경쟁사가 있는 길은 피해서 가라고 교육한다. 또 세부적인 빌딩에 대한 길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한다.

운전사들도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 고객들이 운전사에게 가끔 자신의 필요 사항을 요구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 내부 직원의 경우에는 아이디어와 기획서 등을 매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VIP 고객들이 추구하는 것은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 그들이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을 원합니다. 많은 고객들 중 나이지리아 장관과 그의 부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들이 칵테일파티 때 먹었던 안주를 고국에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우리가 그 안주를 직접 만들어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며칠 뒤 감동받았다며 한국에 또 방문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셨더라고요. 그때 정말 한국인으로서 뿌듯했습니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띄워 비주얼(visual)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관광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는 동영상 웹진 디자인 서비스다.

예를 들어 강남역 어디에 어떤 쇼핑몰이 있고 강남역 1번 출구 주변에는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심지어 세일하고 있는 가게들이 어디인지, 그리고 몇 퍼센트 세일하는지도 알려준다.

고궁·남산한옥마을·명동·국립중앙박물관·서울N타워·청계천·강남역·북촌한옥마을·한강유람선·코엑스몰·백화점남대문시장 등 메인 관광지 70개 정보를 모두 담을 방침이다.

동영상 웹진 디자인 서비스 개발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홈페이지가 그들의 커뮤니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서 알게 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히 획기적이죠. 다른 여행사들이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한 정보들을 동영상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들도 홈페이지에 띄울 계획이다.

그의 경영 철학은 한 분야에 전문화되는 것. 그 분야를 더욱 파고들 때 아이디어가 생기고 발전이 있다고 말한다.

“전화가 생긴 뒤 휴대전화가 개발됐죠. 그러고 나서 아이폰과 스마트폰 등이 새롭게 출현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한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그 분야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게 되고, 그 부족함을 채워 넣으려 하게 되죠. 그때 길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저는 여행사 분야만 집중적으로 연구해 최상의 전문가가 될 것입니다.”

<회사 개요 >

개소 : 2001년
본사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188-3 프레지던트 호텔 2층
주요 사업 : 외국인 VIP 등에게 맞춤형 여행 서비스 제공
직원 수 : 30명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약력 : 1972년생. 95년 호주 골드코스트 대학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학과 졸업. 96년 나운건설 기획실 근무. 97년 국제회의 관련 기획 업무. 2009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출강. 2001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현).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