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디어·광고 산업 전망

우리는 수많은 광고에 노출돼 있어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프로그램 중간의 15초짜리 상업광고를 대표로 TV·라디오·신문·잡지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4대 매체 광고, 케이블TV·인터넷 등의 뉴미디어 광고, 옥외 광고 및 기타 매체 등을 통해 광고를 접하고 있다. 극장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도 광고를 본다.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광고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의 광고 시장 규모는 2003년 이후에 정체를 보이며 국내총생산(GDP)의 0.7~0.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광고 시장의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 광고가 사실상 규제 시장이어서 성장을 제한한 점도 한 요인이다.

2010년 광고 시장은 광고 시장의 세 가지 변수인 경기 회복과 이벤트 특수, 규제 완화가 집중된 해로 광고 시장이 10% 성장하면서 2008년 수준으로의 회복이 예상된다.

매체별로는 전파 매체가 인쇄 매체에 비해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뉴미디어에 비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가장 광고 집중도와 선호도가 높은 매체는 전파 매체이며 경기 회복기나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전파 매체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한편 온라인 매체의 고성장세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미디어로서 모바일 광고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온라인 광고의 보완재일 뿐 기존 4대 매체 광고 시장에 미치는 영항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 경기 회복 = 내수시장의 경기변동에 민감한 광고 산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침체를 겪어 왔지만 경기 회복세로 2009년 1분기 저점에서 업황이 개선되는 추세다. 경기 변동에 따른 광고 시장 성장의 예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와 2003년 카드 사태 이후에 광고 시장이 회복됐던 경우다.

최근 경기 회복세로 방송 매체에 대한 광고주의 광고비 규모를 나타내는 방송 광고비가 2009년 6월 이후 전월 대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98년 10월 이후 방송 광고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에서 성장으로 전환됐다.

올림픽·월드컵으로 상반기 ‘양적 확대’

◇ 이벤트 특수 = 2010년 2월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 증가와 6월 남아공 월드컵 개최로 상반기 스포츠 이벤트 특수는 유효하다. 이와 관련한 방송 광고 시장 재원은 800억~1000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경기가 기존 프로그램을 대체하는데 따른 방송사별 재원 순증액은 약 200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츠 경기 광고의 평균 판매율이 50% 전후로 나타나지만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광고 판매율이 80%에 이르렀다. 한·일 월드컵 관련 재원 1600억 원에 총 광고 판매는 1300억 원을 기록했다. 남아공 월드컵은 독일 월드컵과 시차가 유사하며 이전 경기의 광고 단가에 준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남아공 월드컵은 독일 월드컵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규제 완화 = 방송법시행령 개정안 효력이 발생됨에 따라서 미디어 시장에서의 소유 규제 완화 및 광고 규제 완화의 실행 방안이 유효하게 된다.

광고 시장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방송 진출 신문의 행위 기준을 담고 있어 종합편성(종편) PP 선정 작업에 진척을 보이는 것, 두 번째는 간접광고와 가상 광고의 시행이다. 종편 채널 선정의 구체안이 나왔지만 사업자 선정은 6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여 금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광고 제도 규제 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표류 중인 미디어렙 관련 법안도 진척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광고에서는 간접광고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가 협찬의 형태로 광고주의 브랜드나 로고를 노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간접광고의 허용은 이와 같은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간접광고는 프로그램 광고보다 짧은 시간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선호한다. 간접광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 방송 광고 시장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간접광고와 가상 광고 허용으로 지상파 방송 광고 규모가 약 1500억~1800억 원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외주 제작사들은 방송사의 TV 방영권료 명목으로 방송국으로부터 프로그램 제작비의 50~60% 규모를 지원받으며 나머지는 30% 내외의 협찬 및 PPL로 조달한다. 지상파 방송에서 순수 외주 제작비는 2007년 말 기준 3600억 원 수준으로 이를 근거로 간접광고 시장을 추정하면 1500억~1800억 원 수준이다.

간접광고, 미디어렙으로 ‘질적 변화’

간접광고 시행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프로그램에 대한 수출 상품 광고주들의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그램 수출과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은 수출 주도형이어서 해외 수출 상품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광고주들은 간접광고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간접광고가 민영미디어렙 시행과 맞물려 경쟁 방식이 도입된다면 추가적인 시장 확대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방송법시행령 개정안 효력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표류 중인 미디어렙(광고를 미디어 대신해 판매하는 광고 판매 대행사) 관련 법안 처리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적으로는 금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체제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음으로써 KOBACO를 통한 광고 대행 판매 의무가 없어졌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KOBACO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1공영 1민영’과 ‘1공영 다민영’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상반기 내에 민영미디어렙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영미디어렙 도입 시 다양한 산업의 광고주를 보유하고 있고 방송 시장에서 광고 단가가 높은 시간대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형 광고 대행사에 유리하다. 이는 방송사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광고주 포트폴리오와 장기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광고사는 미디어렙을 통해 물량 할인(Volume Discount)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광고주와 나눌 수 있게 된다. 또한 광고주도 매체 구매력(Media buying power)이 큰 광고 회사를 이용하게 되면 광고주 특성에 따른 매체 플래닝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광고주에게도 유리하다.

2010년 광고 시장의 성장의 직접적 수혜주로 관심을 둘 종목은 제일기획과 SBS다. 제일기획은 경기 회복과 스포츠 이벤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광고주들의 마케팅 활동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로 단말기 제조사 및 통신사들의 마케팅 활동이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제일기획의 2010년도 해외법인 연계 총취급액은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BS는 2010년에는 경기 회복 및 스포츠 이벤트 등의 영향으로 실적 모멘텀이 유효하며 고정비 규모가 큰 이익 구조상 외형 성장은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희정 SK증권 연구위원 heuijung@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