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주도하는 신발 산업

우리나라 신발 산업은 우리 경제구조와 맥을 같이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 신발 산업은 단일 품목으로 40억 달러를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은 1970~80년대 세계 최대 운동화 생산 도시로 유명했다.

당시 부산에서 대유행한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스템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생산 방식으로 글로벌 신발 업계에서는 국제상사가 처음 개발했다고 해 ‘KJ 생산 시스템(KJ Product System)’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던 국내 신발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요인은 인건비 상승과 전문 인력 부족 탓이다.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으로 바뀌면서 우리 수출의 효자 상품이었던 신발 산업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국내 상당수 업체들이 동남아 등지로 생산 기지를 옮긴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그나마 남아 있던 업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사세가 완전히 기울었다.

이 같은 흐름은 연간 수출액만으로도 알 수 있다. 1977년 4억8862만 달러였던 신발 수출액은 1987년 27억5587만 달러로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1990년 43억705만 달러를 정점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04년에는 4억9964만 달러로 줄었다. 연평균 11%씩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 규모도 연간 17%씩 급격하게 감소했다.

최근 국내 신발 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전까지 주문자생산방식(OEM)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와 신기술이 가미된 기능성 신발 생산에 주력하면서 세계 신발 제조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발 업체 수가 1100개에서 700여 개 정도로 감소했지만 일찌감치 해외 생산으로 눈을 돌린 업체들은 세계 신발 업계에서 메이저 제조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세계 신발 20% 한국계 기업서 생산

지금도 세계 신발의 30%는 국내 자본과 자재, 관리기술에 의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수출액은 2007년 4억6263만 달러에서 2009년 4억5000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지만 신발용 섬유·피혁·화학약품 수출액 30억 달러까지 포함하면 매년 큰 폭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07년 말 기준 나이키·아디다스·리복 등 메이저 3개 브랜드의 신발 품목 중 한국계 기업의 생산량은 8000만 족(19%)으로 2억8800만 족(67%)을 생산하는 대만계 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완제품 규모보다 관련 부품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8년 부산 지역 10인 이상 신발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1조8511억 원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07년보다 5.1%나 늘어났다.

이는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가 인건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완제품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은 상실했지만 최첨단 기술이 가미된 핵심 부품 생산 기지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부산 신발 제조업체 학산 비트로는 국내 배드민턴화·탁구화·테니스화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이르고 있다. 학산은 충격 흡수 기능 구조물 ‘쇼카코일 시스템’을 적용한 신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배드민턴화는 지식경제부 선정 세계일류상품에 등재돼 있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인 트렉스타의 등산화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1~2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고어텍스 등산화를 선보였으며 스페인 최대 백화점인 엘 코리테 잉글레스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원터치 신발 끈 조임 장치(VOA 시스템)를 부착한 코브라 브랜드를 출시,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사이족 워킹화 해외시장 호평

대표적 신발 제조업체 화승도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2013년까지 OEM 계약을 체결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밖에 화승은 아디다스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리니어 브랜드의 단독 생산 업체로 지정됐다.


또 글로벌 패션화 르까프 런던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르까프 웨이브를 출시했으며 특수 기능화 닥터 세로톤에 대한 해외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프로스펙스를 판매하는 LS네트웍스는 지난해 초 키 크는 신발 ‘GH플러스’로 대박을 터뜨린데 이어 9월에는 스포츠 워킹 토털 브랜드 ‘더블유(W)’를 공식 론칭했다. SM코리아가 개발한 키 크는 신발도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마사이족 신발로 유명한 기능성 신발 부문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2004년 스위스 업체 MBT사가 처음 개발한 마사이족 신발은 국내 브랜드인 린(RYN), MS존이 가세하면서 3000억 원대 시장으로 커졌다. 최근 미국 3대 아웃도어 브랜드 스케처스가 마시아족 스타일의 신발을 적극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우리 업체들에겐 청신호다.

부산의 신발 기업인 삼덕통상의 기능성 신발 스타필드는 현재 26개국에 진출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매출이 매년 300~400%씩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40~60대를 주 판매타깃으로 스포츠화·캐주얼화·정장화·등산화·샌들 등으로 기능성 신발 품목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 중소업체 아이손은 미국·일본·호주·노르웨이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2007년 개발한 아이런 스마트 슈즈는 키·몸무게·나이·성별 등 개인 정보를 컨트롤러에 입력하면 BMI(Body Mass Index)지수가 측정되고 곧바로 권장 체중량, 일일 권장 칼로리 소모량 등의 데이터가 산출되도록 만든 기능성 제품이다. 백산실업은 발열 깔창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회사에 생산하는 파워히트는 발열판이 내장된 인솔과 배터리가 충전된 키트를 연결해 신발 굽 부분에 달린 온도 조절 장치로 온도를 조절해 준다. 비즈코가 개발한 고령 친화형 신발 테스(TES)는 노인들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위험 사실을 알리는 경보음 장치와 신발 분실을 막는 점등 장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발 산업 부흥을 위한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부산을 신발 산업의 핵심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를 개설해 관련 업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도 국비 8000만 원에 시비 4억1000만 원 등 총 5억9000만 원을 투자해 부산 신발 산업 육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