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출범 2주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서 그동안 권력 지형에도 부침이 있었다. 집권 초반, 정권을 창출한 공신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다가 촛불 시위 등으로 상당수가 뒤로 밀려났다가 집권 3년차 다시 이명박 대통령 주위에 몰려들면서 직할 통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 차례의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는 측근 실세 그룹들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한번 MB맨이면 영원한 MB맨’이라는 등식은 여전하다. 우선 청와대를 보면 이동관 홍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도와 왔다. 두 사람은 최장수 수석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박 수석은 공공기관 선진화를 주도해 왔고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결단을 이끌어낸 인물로 알려진다.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박형준 정무수석도 ‘영원한 MB맨’이다.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이 대통령 곁을 잠시 떠나 있다가 홍보기획관으로 컴백한 후 지난해 9월부터 정무수석을 맡아 왔다. 박 수석은 중도실용 철학의 뼈대를 잡은 인물이다. 이 세 사람은 이른바 이 대통령 임기와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순장조’로 불린다. 그만큼 충성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연히 이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정길 실장도 20개월가량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신실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윤진식 정책실장은 경제수석을 겸하면서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뼈대를 마련하고 있다.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은 지난해 12월 1년 6개월 만에 주중 대사로 공직에 컴백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북 관계에서 이 대통령의 ‘밀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 위원장으로 교육·노동·복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을 만들어 내면서 “역시 측근 중 측근”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주호 전 교육문화수석은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과 경제특보로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대통령의 친정 확대 의지 반영

청와대 출신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이 대통령의 친정 확대 의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남은 임기에도 이들이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제 분야는 전문성을 존중한 게 특징이다.

원세훈 국정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MB 정부의 실세로 꼽힌다. 모두 원년 멤버들이다. 여기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가세했다. 이들은 대선 캠프에서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원 원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필해 온 핵심 측근이다.

현 정부 출범 때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아 ‘MB식 정부 조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언론·인터넷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선임돼 비상경제대책회의 멤버로 참여하며 현 정부와 인연을 맺은 후 세계적 금융·경제 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친박근혜계’로 분류되지만 인수위 경제2분과위원장으로 이 대통령을 돕기 시작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다소 사정이 다르다.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무엇보다 정몽준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와 친박 측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였던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들어오면서 권력의 판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특히 현 정부 권력의 한 축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야인 생활을 접고 국가인권위원장을 맡은 것도 향후 정치판의 큰 변수다.

이 위원장이 당으로 돌아와 어떤 포지션으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몸을 낮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차기 대선 구도와도 연결된다. 정 대표와 친이 측의 연대가 이뤄질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지만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이나 차기 한나라당 대표 경선 등을 거치면서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 남은 기간, 각 세력의 이합집산에 따라 정치판의 권력 지형은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홍영식 한국경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