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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도 지나고 명실상부하게 경인년 새해가 됐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 여건은 만만치 않다. G2로 글로벌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이 같은 시점에서 출구전략 카드를 본격적으로 매만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그리스 지원은 영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 등이 미· 일간, 미·중 간 초대형 교역국 사이에 어떤 갈등으로 비화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당연히 우리의 수출 전선에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튀지나 않을지 살얼음판이다. 설을 지나면서 국회와 정치권은 사실상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 큰 현안은 세종시 문제다.

여권이 이 문제를 놓고 서로 물러설 기미 없이 양분 지경인데 여야가 6·2 선거에 몰두하는 것도 나라 경제와 경제정책에는 불안 변수다. 선거야말로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공간이고, 인기영합주의의 달콤함에 혹하지 않을 정당이 없으니 특히나 집권 여당의 이런저런 요구를 행정 각부가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포퓰리즘의 단맛을 요구하는 것도 유권자에서 비롯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이런저런 대중영합적 정책을 경계하고 뿌리쳐야 하는 것도 유권자다.

요컨대 정치인과 직접 이해관계가 닿는 일부 유권자의 결탁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의 경제팀이 급변하는 외부 변수를 가장 긴장하며 주시해야 할 때다. 가장 먼저 주목할 환경 변화는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중·미 금융 당국의 긴축 실행인 것 같다.

미 안전보장이사회(FRB)는 은행에 긴급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조만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3단계 출구전략’을 언론에 발표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꽤 잘 짜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연방기금 금리를 올려 풀린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2월 2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올리겠다고 설 연휴 직전 미리 발표했다.

정부의 상황 인식 안이해 보여

이 같은 긴축정책을 우리도 바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G2발 금융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국제 금융시장에, 또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국면이라는 얘기다. 도요타가 유례없는 리콜 사태에 정면 대응해 나가는 가운데 이번 일이 도요타라는 특정 회사 차원을 넘어 미·일 간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만에 무기 수출 문제로 촉발된 미·중 간 통상 갈등은 또 어떻게 비화될지도 큰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상황 인식은 다소간 안이해 보인다. 1월의 무역 적자만 해도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 변수로만 돌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고용 문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1월 한 달에만 실업자 수가 38만 명이나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공공근로 운영 과정에서 비롯된 통계상 착시에다 계절적인 요인만으로 해석한 정부의 설명 역시 위기를 더 이상 위기로 보지 않는 타성은 아닌지 걱정이다. 재임 1년을 넘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성장 5% 달성을 이룰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장담할 수 있는 여건일지, 공공부문부터 이 각오를 끝까지 이행할 수 있는지 거듭 점검해 봐야 한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임기 중 한창 안정적으로 일할 때다. 그러나 경제만이 문제는 아니다. 국내 정치 여건도 그렇게 좋다거나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 역시 나쁜 조건이다. 우선 세종시 문제의 조기 결론부터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주류 쪽이 당론 변경을 결말짓겠다며 행동에 나섰지만 차분한 논의로 합리적인 결말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표가 붙는다.

여당 내 대립만 하더라도 정치 과잉 현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야권은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여당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설 이후 경제팀이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주요국의 출구전략 동향에 따른 파장을 잘 살피고, 성장세와 일자리의 연계를 더욱 면밀히 연구하면서, 주력 수출 시장이나 국제 통상 환경에서 변화 요인을 미리 점검해 대비해 나가는 것, 금호아시아나의 구조조정처럼 한계 기업들에 지원과 군살 빼기를 확실히 독려하는 것이다. 선거 국면 정치권의 과도한 요구나 공약에 맞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부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 일도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