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리모델링’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 체험기

누구나 그렇겠지만 건강검진 전날만큼 마음이 뒤숭숭한 때도 없다. ‘혹시 검사 중 중병에 걸렸다고 판명되면 어쩌지? 불치병이면 안 되는데, 난 아직 나이가 어린데…’라는 두려움부터 앞서기 때문이다.최근 대형 병원들이 건강검진센터를 대대적으로 증축하면서 공통적으로 편안함(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고객들의 심리를 고려해서다. 검사 시작부터 한결같이 고객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편안함이다.건국대학교병원이 최근 증설한 건강검진센터 역시 편안함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환자가 아닌 고객의 관점으로 바라보겠다는 생각에 이름도 건강검진센터에서 헬스케어센터로 바꿨다. 물론 여기에는 건강검진의 목적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아닌 건강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도 함께 담겨 있다.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에서의 건강검진이 예약된 지난 1월 22일. 혹시 모를 불안감으로 잠을 설친 끝에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이때부터 해야 할 것은 이날 있을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병원에서 보내 준 대장 세정제를 마시는 일이다. 세정제가 섞인 4리터의 물을 10분 간격으로 마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보다 검사 전 준비 단계가 훨씬 어렵다는 말이 납득이 간다. 2시간 반에 걸쳐 4리터를 마시자 장이 깨끗하게 청소된 듯했다.검사가 시작된 것은 아침 8시부터다. 우선 입구부터가 호텔 로비를 연상하게 만든다. 간호 인력의 복장부터가 병원 간호사가 아닌 호텔 리조트 직원의 느낌을 준다. 지하 1층에 있으면서도 자연 채광을 그대로 살려 내부를 꾸몄다는 점도 달라진 모습이다. 모든 검사는 환자와 고객 중심이다. 가령 초음파 검사에서는 의료진 모니터 외에 환자 전용 모니터를 별도로 설치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과 고객이 각각 초음파 모니터를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프로그램도 세분화돼 있다. 당뇨·고혈압·고지혈증·통풍·비만 등 한국인이 잘 걸리기 쉬운 성인병 주요 암을 조기 진단해 주는 종합 헬스케어 프로그램과 중·장년층을 위해 암과 심혈관계 질환에 특화된 정밀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인기다. 스타 암 정밀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위암·폐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주요 10대 암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주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요인들도 확인해 준다. 프리미엄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가 보유한 CT, MRI, PET 기기로 주요 암,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을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진단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 코디네이터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소화기·심장·뇌·호흡기, 당뇨·대사증후군, 여성 정밀 등을 질환별로 검사하거나 흡연·음주·비만 등 생활습관별로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예비 부부나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가 도입한 토털 헬스케어 ‘휴(休)프로그램’은 국내 최초 시도다. 다른 대형 병원과 달리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는 고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 운동 능력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사해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 처방까지 서비스해 준다. 심신 재충전을 위한 각종 휴식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바로 앞 도심형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500’과 연계해 1박 2일부터 4박 5일간 나눠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검사 시간 동안 환자는 더 클래식 500의 스위트룸에서 숙박한다.이 밖에 휴 프로그램에서는 스트레스, 수면 검사, 피부 건강 진단·자세·탈모·진균 등의 검사가 진행된다. 검사가 끝나면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교정해 주는 ‘건강검진 솔루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가령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현재 환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대일 맞춤식 운동을 처방한다. 동시에 환자에 대한 모든 건강 관련 정보가 자동 이력 관리 시스템에 입력돼 운동 모니터링 서비스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인스턴트나 자극적인 식습관으로 당뇨나 고혈압이 우려되는 환자에게는 ‘영양 상담’을 통해 잘못된 식습관부터 교정해 주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약선 식사와 하버드대 건강 식단에 대한 교육과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소화기내시경·초음파·심전도·폐기능·안압 검사 등에 해당 분야 전문의가 직접 검사해 검사와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것도 장점이다. 검사 결과 고위험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오면 건국대병원 스타급 의료진이 전담 주치의로 배정돼 치료를 실시한다. 참고로 건국대병원에는 현재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한 심장 질환 전문의 송명근 교수를 비롯해 치매 분야의 권위자인 한설희 교수, 폐·호흡기 질환 전문의 김원동 교수, 간 질환 분야 이창홍 교수, 부인암 치료 전문의 이효표 교수 등이 근무하고 있다. 백남선 건국대병원장과 심찬섭 헬스케어센터장 역시 유방암과 위·췌장 등 소화기 질환 분야의 국내 권위자다.무선 인식 칩을 활용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검사 정보를 각 검사실로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다. 또 고객이 RFID 칩을 검사실 입구 왼쪽에 있는 인식기에 대면 검사실에 자동 등록되는 것은 물론 진행 상황을 고려해 가장 빨리 검사받을 수 있는 위치와 동선을 미리 알려 준다.1주일 뒤 나온 검사 결과, 건강상 별다른 위험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결과 보고서 곳곳에 ‘운동 부족, 운동 요망’이라고 써 있다. 그나마 폐 CT, 위·대장내시경 결과 모두 별다른 이상 징후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다만 관상동맥 질환이나 뇌졸중의 경우 동일 연령에서 평균 10년 동안 발생할 예측 위험도보다 1~4%씩 높은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물론 규칙(?)적인 음주와 운동 부족 탓이다. -----------------------------------------------------------------------------------------------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 내 모든 테이블에는 각종 잡지와 함께 ‘99 88 234’라는 소책자가 놓여 있다. 일반 건강 상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이 책자는 헬스케어센터 심찬섭(사진) 센터장이 직접 만든 자료다. 책자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설명하면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되 만약 병에 걸리면 딱 이틀(2) 아프고 셋째(3)날은 가족들과 작별 인사한 뒤 아름답게 세상을 떠나자(4)’라는 뜻이다.이 책은 상당수 내용이 ‘노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채워져 있다. 대한민국 평균연령이 79.2세이니 건강을 걱정하기보다 은퇴 후 어떻게 즐기며 살지 고민해야 한다는 희망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은퇴 세대를 가리켜 올드 영(Old You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도 심 소장의 아이디어다.그는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는 검진보다 고객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추후 병으로 발전되는 것을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 “검사받는 고객 수와 거의 비슷한 규모로 간호 인력을 배치해 일대일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든 것도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점”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76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심 센터장은 순천향대병원장과 대한췌담도연구회장을 역임한 국내 소화기 내과 부문 최고 권위자다. 심 센터장은 “최고급 시니어 타운을 활용해 다른 대형 병원과 차별화된 다양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1949년 광주 출생. 76년 전남대 의학과 졸업. 87년 고려대 대학원 의학박사. 순천향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95~2009년). 순천향대학교병원 병원장(2003~2005년). 대한병원협회 이사(2004~2005년). 대한췌담도연구회 회장(2005~2006년). 2009년 건국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장(현).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