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믈리에 김은경

장안에 소문난 스타 요리 연구가에서 이제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채소 소믈리에'로 변신한 이가 있다.국내 제1호 채소 소믈리에이자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협회' 회장인 김은경 씨다.맛있는 와인,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와인, 좋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와인 소믈리에’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와인 소믈리에’가 와인 그 자체는 물론 와인 산업 전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와인 전문가라면,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이 되는 채소와 과일 등의 먹을거리에 대한 전문가는 ‘채소 소믈리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소 소믈리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있다.“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을 고르는 방법에서부터 저장·유통·조리법 등에 이르기까지 관련 지식을 두루 갖추고 그 지식을 통해 채소와 과일의 맛과 즐거움을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죠.”국내 제1호 채소 소믈리에인 김은경 씨는 원래 요리 연구가로 유명했던 이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는 ‘압구정 요리선생님’ ‘노아 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스타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더랬다. 현재도 ‘쿠킹노아(www.cookingnoah.com)’라는 요리 교실을 운영하고 각종 잡지며 언론 매체에 요리와 건강한 식생활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 유명 요리 연구가이기도 하다.“요리를 해 온 지 15년이 됐어요. 특히 전문이 가정 요리인지라 채소와 과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 거죠.” 좀 더 맛있는 요리일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를 함께 마주하는 이들의 건강까지 고려한 건강한 요리를 위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에 ‘채소 소믈리에’라는 채소&과일 전문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채소 소믈리에는 초급(주니어 마이스터), 중급(마이스터), 고급(시니어 마이스터) 등으로 나뉘는데, 일정 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거쳐야만 비로소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된다. “이 중 주니어 마이스터는 채소와 과일의 매력과 감동을 알고 스스로 즐기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고 마이스터는 그 매력과 감동을 주변에 전달하는 해설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 시니어 마이스터는 채소와 과일을 통해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배우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2008년 여름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국내 제1호 채소 소믈리에가 되었고 그녀의 성실한 태도와 남다른 열정, 그리고 요리 경력을 눈여겨본 일본의 협회가 그녀에게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협회’ 한국 지부의 대표 자리를 맡겼다.건강을 위해 야채와 과일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건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 됐다. 하지만 어떤 야채와 어떤 과일을 얼마만큼 어떻게 먹어야 좋은지 아는 일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특히 각종 성인병과 신종플루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현대병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생활이 좋은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식으로 한국 지부를 발족한 이후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채소 소믈리에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지난해 첫 강의가 시작된 한국 채소 소믈리에 과정에서는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인 김은경 씨와 2호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이수한 농업 전문 방송인 안은금주 씨, 그리고 일본 현지의 강사와 관련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았다.공고를 내고 얼마 안 돼 수강생 모집이 마감된 1기 과정처럼 3월에 시작하는 2, 3기 과정도 진작 마감되고 끊임없이 취재 요청이 밀려들 정도로 ‘채소 소믈리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모두가 건강한 먹을거리, 바른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일 거예요.” 그 때문에 그녀가 유독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가장 좋은 과일과 채소는 무엇이냐”는 거다. “하지만 정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거든요. 자신의 몸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이 충분한 과일이나 채소를 선택해 올바른 조리법으로 먹는 게 정답이죠. 예를 들어 토마토에는 강력한 항산화 역할을 하는 리코펜이라는 성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 리코펜은 익혀 먹을 경우 흡수율이 훨씬 높아지거든요. 그런 반면 비타민C는 가열하면 소멸해 버리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고요.그러니 자신이 어떤 성분을 섭취하고 싶은지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하는 게 좋겠죠?” 사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사과 껍질을 벗겨 먹고는 하는데 사실 고혈압·동맥경화·비만에 좋다고 알려진 사과 안의 펙틴 성분은 껍질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과는 껍질째 그냥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죠. 비단 채식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동물성 단백질도 우리 몸에는 필요한 영양소이니까요. 다만 지금까지의 식생활이 육식에 많이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거죠. 특정 채소나 과일만 고집하는 것도 좋지 않고요.” 그렇다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하루에 채소나 과일을 얼마만큼 섭취해야 할까.그녀는 ‘두 손’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고 귀띔해 준다. “양손을 모은 상태에서 펴 보세요. 한쪽 손바닥만큼 밥이나 고기·생선을 먹는다면 나머지 한쪽 손바닥 넓이만큼이 바로 자신이 먹을 채소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이왕이면 빨간색·노란색·주황색·초록색·보라색을 포함한 검정색·하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고요.” 또한 채소와 과일을 선택할 때는 어떤 땅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배한 것인지와 같은 생산 이력, 자신의 손에 도달할 때까지의 유통 이력을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한다.“와인 소믈리에가 와인의 제조·유통·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와인 생산자와 와인 소비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듯이 채소 소믈리에도 마찬가지예요. 생산자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생산자들에게는 더 건강한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일, 다시 말해 ‘건강 밥상 지킴이’, 그것이 바로 채소 소믈리에가 해야 하는 일들이죠.” 그래서 그녀는 요즘 자신의 쿠킹 스튜디오 운영하랴, 한국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협회’ 강의하랴, 각종 잡지며 언론에 칼럼 게재 및 요리 소개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한 권의 책을 준비하느라 한층 더 바쁜 모습이다.“일종의 채소 도감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정보를 일반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채소 도감이 없어서 그동안은 외국에서 나온 책을 봐야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웠고요. 그래서 단순히 번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맞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채소와 과일 정보, 그리고 손쉽게 조리하는 법까지 담으려고 해요.”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