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진화’ 스마트폰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옴니아2 시리즈’ 등에 이어 최근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 등이 시장에 나오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말한다.최근 국내시장에선 10~30대 학생과 직장인들은 물론 40대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스마트폰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기업들도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사무실을 ‘모바일 오피스’로 속속 바꿔 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최대 400만 대 규모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약 50만 대)의 8배에 달하는 폭발적 성장세다. =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상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미국 애플사가 만든 스마트폰으로, 2007년 6월 첫 모델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3400만여 대가 팔려 나간 히트 상품이다. 미국에선 ‘아이포니악(iPhoniac:아이폰에 열광하는 사람)’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국내서도 아이폰의 열기는 뜨겁다. KT가 지난해 11월 말 출시한 후 두 달여 만에 30만 대가 팔려 나가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누적 판매량이 30만 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시장에 나온 후 경쟁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며 시장을 달구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보다 조금 일찍 출시된 삼성전자의 ‘옴니아2’도 최근 판매량 30만 대를 돌파하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게 된 것은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정책도 한몫했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같은 가격에 데이터 이용량을 약 2~12배 늘린 무선 인터넷 정액 요금제인 ‘안심 데이터 100, 150, 190’ 등을 내놓았다. 안심 데이터 150 요금의 경우 월정액 1만5000원으로 5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같은 가격에 42MB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KT는 아이폰을 출시하며 3만5000~9만5000원대의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 4종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해 음성·문자·데이터·정보 이용료 등을 통합한 요금제를 내놓아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다. KT는 정액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무선 데이터 요금도 대폭 인하했다. LG텔레콤은 2만 원에 1기가바이트(GB)까지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무선 데이터 요금을 1만 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조치와 함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최근 출시 모델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애플의 아이폰과 T옴니아2가 뜨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드로이드폰의 공습도 예고돼 있다.아이폰 돌풍의 핵심은 ‘앱스토어’다. 앱스토어는 애플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장터로,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유·무료 프로그램을 올려놓는 곳이다. 아이폰 판매량이 늘면서 개발자들도 몰려들어 이미 이곳엔 14만 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처럼 풍부한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아이폰의 인기엔 제품을 공개하기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애플의 ‘신비주의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 전도사’란 별칭이 붙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후광효과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광고 회사 마틴 에이전시는 “애플은 자사 제품을 숭배의 대상물로 만드는 몇 안 되는 회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하지만 아이폰은 배터리를 따로 빼내어 충전할 수 없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볼 수 없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의 컴퓨터에서만 동기화(각종 데이터 등을 주고받는 것)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폰이다. 모토로라가 최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는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글서치(검색)·G메일(e메일)·유튜브(동영상) 등을 바탕화면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지도 서비스도 담겨 있다.모토로이는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한 컴퓨터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일)’ 기능도 갖췄다. 예컨대 채팅하다 궁금한 게 생기면 프로그램을 종료하지 않고 웹브라우저를 열어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한 번에 한 가지 작업만 할 수 있는 애플 아이폰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멀티미디어 기능도 기존 스마트폰보다 강화했다. 800만 화소 카메라, 고화질(HD) 동영상 촬영 기능 등을 갖췄다. 3.7인치 고해상도 화면을 장착했으며 모토로이로 찍은 HD 동영상을 TV에 연결해 바로 볼 수도 있다. 이 밖에 구글의 온라인 응용 프로그램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에 있는 2만여 개의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엔 모토로라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도 곧 국내 시장에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예정이다.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내놓은 T옴니아2(SK텔레콤용)·쇼옴니아(KT용)·오즈옴니아(LG텔레콤용) 등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지도·일정관리·날씨·뉴스 등과 관련한 다양한 ‘위젯(자주 쓰는 기능을 바탕화면에 작은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 서비스가 담긴 게 강점이다.국내 이동통신 3사별로 특화한 자체 서비스들도 옴니아2의 기능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주고 있다. SK텔레콤용인 T옴니아2는 지도(T맵)와 음악(멜론) 서비스 등에 강점이 있다. 각각 월 5000원짜리 서비스지만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T의 쇼옴니아는 3세대 이동통신(WCDMA)·와이브로(초고속 무선인터넷)·무선랜(와이파이) 등 세 가지 통신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단말기다. 지상파를 포함해 30개 채널을 갖춘 모바일 IPTV(인터넷TV)도 이용할 수 있다.LG텔레콤용인 오즈옴니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OS인 ‘윈도 모바일 6.5’를 탑재한 게 강점이다. 한국형 무선 인터넷 표준인 ‘위피’를 지원해 다양한 일반 휴대전화용 응용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업체들 간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스마트폰을 200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엔 전체 물량의 40%를 스마트폰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구글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KT는 올해 출시할 40여 종의 휴대전화 가운데 10~15종을 스마트폰으로 내놓는다. 25% 이상의 비율이다. LG텔레콤도 전체 출시 모델 가운데 20~ 30%를 스마트폰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2300만 대 정도였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출시 비율과 판매 목표, 스마트폰 가격 등을 감안하면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17% 정도인 400만 대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제조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국내외에서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스마트폰(삼성 40여 종, LG 20여 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회사가 내놓는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은 안드로이드폰으로 출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안정락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