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파격 인사 화제

SK증권의 파격 인사가 화제다. SK증권은 지난 2월 3일 이동섭 기업분석2팀장을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신임 이 리서치센터장은 1973년생으로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에서 줄곧 통신서비스 부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부터 SK증권에서 근무해 왔다. 업계 최연소다. 이 신임 센터장 이전까지 최연소는 1970년생인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사)이었다.여의도 증권가에서는 SK증권의 이번 인사를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40대 팀장이 즐비한 여의도 증권가에 30대 센터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비공채 출신 애널리스트를 리서치센터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점도 주목받는다.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취임 3년째에 접어드는 이현승호(號)가 본격적인 ‘제 색깔 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다 비록 1년 단위로 계약하지만 오상훈 전임 센터장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단독 인사를 낸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이현승 사장 역시 1966년생으로 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최연장자였던 전임 오 센터장(1956년생)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 이번 인사로 SK증권은 최연소 최고경영자-리서치센터장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비 증권맨 출신인 이 사장이 파격적으로 사장에 오른 바 있어 이번 인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조직 정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했으며 지난 2000년까지 재정경제부 서기관으로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SK증권발 혁신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SK증권은 지난해 7명의 애널리스트를 외부에서 수혈했으며 전원 정규직이었던 애널리스트의 절반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지난 2~3년간 대규모 외부 수혈 없이 공채 인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는 당시에도 여의도 증권가의 화제가 됐었다. 더군다나 이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 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8년 5월 사장 취임 이후 불어 닥친 금융 위기로 인재 영입과 성장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리서치센터 확대 등 조직 개편을 통해 앞으로 2년 내 업계 5위권 리서치센터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해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시사한 바 있다. 당장 증권업계는 SK증권의 후속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현재 푸르덴셜투자증권을 비롯해 몇몇 증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SK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은 SK증권이 M&A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러기 위해선 일반 지주회사가 자회사로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SK증권은 SK그룹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데 최대 걸림돌이었다. 현재 SK증권의 최대 주주는 22.7%의 지분을 보유한 SK네트웍스이고 SK네트웍스는 지분 40.0%를 확보하고 있는 SK(주)가 최대 주주다. 결국 지배구조상 SK증권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의 손자 회사다.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금지해 왔다. 이 때문에 SK증권은 지난 수년간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에 개정안이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SK증권은 SK그룹의 지배력이 더욱 탄탄해지는 것은 물론 SK그룹이 향후 금융 사업에 진출하는데 첨병 역할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지분 49%를 인수했다.한 증권사 지주회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 지주사가 일반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그 반대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면서 “SK증권이 대대적인 조직 혁신과 투자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례적으로 SK증권을 다녀가는 등 자본시장 재편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한편 이 신임 센터장은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조직의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SK증권 리서치센터만의 색깔 있는 보고서를 내는데 주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