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성장’ 기록한 폴란드

지난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룬 나라는? 바로 ‘폴란드’다.구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유럽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뇌관’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이 막대한 재정 적자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과 달리 동유럽 국가 가운데 폴란드는 오히려 안정된 경제 여건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폴란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가 안정돼 있고 경제가 탄탄하다”며 “이젠 ‘난장판 정부와 형편없는 도로, 땅덩어리만 큰 가난한 나라’라는 과거 폴란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소개했다.폴란드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월 말 밝혔다. 2008년 4.9% 성장률에 비해선 크게 떨어진 것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 EU 회원국 가운데 ‘나홀로’ 성장한 것이다. 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EU 회원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4.1%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 덕분에 폴란드의 지난해 1인당 GDP는 EU 회원국 평균의 50%에서 56%로 급증했다.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경우 폴란드의 경제 규모는 EU 회원국 가운데 9번째로 크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해외 투자가들도 폴란드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1월 30억 유로(43억 달러) 규모의 15년 만기 유로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유로화 표시 채권으로는 4년 만에 최대 발행 규모였다. 발행 금리는 5.4%다. ‘서유럽’에 속한 그리스의 국채 금리보다 낮았다. 주요 국제 신용 평가 회사들은 폴란드에 투자 적격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폴란드 국채에 대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A-, 무디스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A2 신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폴란드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큰 폭풍을 비교적 큰 피해 없이 비켜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폴란드 은행들이 ‘따분하다’ 싶을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 중 자국 내 은행들이 외화 대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헝가리와 라트비아 등은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IMF가 추정한 라트비아와 헝가리의 지난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12%와 마이너스 3.3%다. 상대적으로 큰 내수시장도 위기에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폴란드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40%로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서유럽의 수요 둔화로 수출이 감소했지만 즈워티화 약세는 수출 감소 폭을 둔화시켰다. 이웃 나라 독일의 경기 부양책도 국경을 넘어 폴란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폴란드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수 있었던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대외무역 의존도 △전통적으로 낮은 이자율 △민간 부문의 채무 상환 부담 경감 △소득세 감면 및 EU 기금 수혜를 통한 인프라스트럭처(사회 기반 시설) 프로젝트 추진 △(위기 후) 확대 통화정책 시행 △통화가치 약세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상승 △비교적 건전한 금융 부문 △경기 부양 조치 등을 꼽았다.이코노미스트지는 2008년 2월부터 집권한 현 폴란드 정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거 그 어느 정부보다 잘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예로 현 정부가 연금 개혁에 나서고 도로와 철도망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점 등을 들었다.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행정 관료주의도 개선되고 있다. 폴란드의 조세 시스템은 여전히 세계은행 조사에서 183위 중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낙후돼 있지만 온라인 세금 신고가 가능해지고 통관 속도가 빨라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다른 나라들과의 외교 관계도 좋아지고 있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폴란드에 배치하기로 했고 독일도 폴란드와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리더십 향상도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10%에 가까운 실업률과 늘어나는 재정 적자는 폴란드 경제에 부담 요인이다. 폴란드의 재정 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6.3%로 확대됐고 올해는 GDP의 7%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박성완 한국경제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