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기대주 브라질 펀드

2008년 10월 말 브라질 증시가 고점 대비 60% 하락하면서 3만을 밑돌 당시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하염없이 떨어지는 수익률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미 환매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려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무너져 가는 증시를 보면서 섣불리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시점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 등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2009년 놀라운 경기 회복 능력을 보여줬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또한 내수의 견실함 속에 헤알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나타나면서 빠른 경기 회복을 경험했다. 주택 착공이나 주택 판매 등 부동산 시장 역시 2009년 3분기를 기점으로 턴하면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이에 따라 브라질 증시는 저점 대비 100% 넘게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도 빠르게 개선됐다. 2009년 브라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9.39%로 러시아와 함께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무엇일까. 아마도 브라질 펀드의 선전이 향후에도 지속될지 여부일 것이다.그러나 일단 최근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브라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시장 감독 강화로 글로벌 증시 전체가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브라질 수출의 미국 시장 비중이 10%대로 그리 높진 않지만 브라질은 미국과 인접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다행스러운 것은 브라질은 미국의 수출 비중이 감소한 반면 아시아 및 유럽의 수출 비중이 높아져 특정 국가에 쏠리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이 20%, 내수가 80%를 차지할 정도로 대외 의존도가 작은 국가라는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이 점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살펴보면, 일단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됐다. 브라질의 2009년 1월 무역수지가 5억1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200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지만 그 후 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했고 2009년 한 해 무역수지는 235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이는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가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 크게 악화된 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역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는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2009년 11월 산업 생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로 5.11%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반전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더욱이 9%를 넘나들던 실업률이 7.4%까지 하락하며 고용 시장이 안정화돼 가고 있다. 물론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과 2010년 10월 3일 대선 이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브라질의 잠재 리스크 요인이긴 하지만 견실한 브라질 경제가 증시를 뒷받침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글로벌 펀드 자금 동향을 보면 브릭스 지역 중 가장 빠른 자금 유입을 보이는데, 이는 브릭스 지역에서 러시아와 더불어 증시가 빠르게 상승했다는 측면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이 집계한 글로벌 펀드 자금을 살펴보면, 다른 브릭스 지역은 2009년 10월 이후로 주간 단위로 단 2차례를 제외하고 자금 유입이 지속됐고 2009년 자금 유입 규모도 총 59억7000만 달러로 브릭스 지역 중 가장 많은 자금 유입액을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연초 대비 브라질 펀드의 설정액이 171억 원(1월 26일, 제로인 기준) 감소하며 오히려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 폐지에 따라 원금에서 회복된 브라질 펀드를 조금씩 환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펀드는 상당히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신규 투자자라면 브라질 펀드 투자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거치식보다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 또한 브라질 펀드뿐만 아니라 주식형 펀드의 전체적인 수익률이 작년과 같이 크게 개선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기대 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직 글로벌 경제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가격에 대한 레벨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한편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운용사별로 차이가 난다. 이는 각각 다른 운용사가 운용 중인 펀드의 업종별 비중이 달라 수익률의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꼭 운용 능력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환헤지 유무에서도 수익률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최근 브라질 펀드 중 환노출형 펀드가 환헤지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다. 이는 연초 대비 원·달러 환율은 보합권이었던 반면 브라질 헤알·달러 환율은 상승했기 때문이다.에에 대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투자자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브라질 펀드에 1000원을 투자한다고 하자. 연초에 1000원은 1달러로 교환되고, 1달러는 2브라질 헤알화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1000원을 1달러로 바꾸고 다시 1달러를 2브라질 헤알화로 교환해 브라질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현시점에 달러와 원 사이에는 큰 변동이 없던 반면 1달러는 4헤알화가 됐다고 하자. 그럴 경우 브라질 증시의 상승에 따른 펀드 수익률의 호전이 없다고 가정하면 2헤알은 0.5달러로 바꾸고 0.5달러는 500원으로 다시 교환하게 되면서 500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최근 환노출형 펀드가 환헤지형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마지막으로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원자재다. 브라질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증시에서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또한 세계 2위 광산 업체 발레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브라질을 말할 때 원자재를 제외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브라질 펀드에 투자할 때는 원자재 가격 추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