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주가의 영향

최근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시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정보기술(IT), 혹은 문화(culture)는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한 가지는 영화 ‘아바타’일 것이다. 이미 수십 년 동안 박람회 등에서 즐겼던 새삼스럽지도 않은 3D 영화인 아바타가 한국과 전 세계 영화 산업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바타는 연일 새로운 기록들을 경신하고 있다. 매출액과 관람객 수 등등…. 아바타를 등에 업은 3D TV는 연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갖가지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탁월한 감독이면서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자금(=투자)을 투입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철저한 제작품의 영향력이 영상 시장의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연일 연기되는 출시 일정에 일명 ‘다음 달 폰’이라고 불리던 애플의 ‘아이폰’이 KT를 통해 한국에 출시되면서 한국 휴대전화 산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변화는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인 SK텔레콤·KT·LG텔레콤은 물론 휴대전화를 제조하는 삼성전자·LG전자 제품군에서도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며칠 전 일간지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요즘에는 ‘아바타’, ‘애플’, ‘앱스토어’란, 즉 3A를 알아야지 20~30대 청장년층과 대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대중들은 이미 이들 단어의 영향력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도 이들 관련 종목군들의 테마가 형성되기도 한다.이들 단어를 꺼내는 것은 3D 관련 종목, 스마트폰 관련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주가에 영향력이 큰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을 때 기업의 경영진, 특히 CEO를 평가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훌륭한 CEO는 주가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일전에 스티브 잡스가 암 수술로 인한 일시적인 경영 공백기에 애플 주가는 출렁였던 경험이 있었다. 애플의 아이팟 MP3 플레이어가 잘 팔리지 않았다거나 실적이 부진했거나 하지도 않았지만 CEO의 건강 악화설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준 적이 있었다.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의 조언에서도 경영진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버핏은 “주식 투자는 간단하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값이 싸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이 경영하는 주식을 사면 된다. 그리고 그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면 된다”고 말했다. 버핏은 기업 가치를 말하면서 전제 조건으로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을 강조하고 있다.실질적으로 경영진은 기업에 큰 영향을 준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매번 확인되었다. 우선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의 경우다. 삼성전자의 초석을 다졌으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윤 전 부회장은 경영인으로 역사에 남을만한 인물이었다. 윤 전 부회장은 1996~2008년 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었다. 가전 3사 중 1개사였던 삼성전자를 반도체·휴대전화·액정표시장치(LCD)로 이어지는 종합 IT 회사로 발돋움하게 했던 경영인이었다. 매출액은 1997년 18조 원에서 2005년 기준 57조 원으로 성장했으며 시가총액은 100조 원으로 늘어났다. 윤 전 부회장은 또 삼성전자 역대 CEO 중 가장 오랜 기간 장수했던 CEO로 기억된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인이 삼성전자를 잘 이끌었던 게 오늘의 삼성전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한국전기초자를 이끌었던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부회장,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대표이사 등은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회자되는 인물들이다. 매년 경제 신문 등 언론이 우수 CEO들의 서열을 매기곤 한다. 이는 투자 종목을 고를 때 참으로 유용한 정보일 것이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오랜 기간 증권시장에 머물렀던 필자의 경험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작은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만년 안정 가치주로 여겨지던 통신 및 유틸리티 업종에서 스타 종목이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유틸리티에서는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의 김쌍수 CEO는 성실하고 능력을 검증받았던 CEO다. LG전자 CEO 시절 혁신 전도사로서 창원공장의 생산성 개선 사례는 혁신의 바람을 산업계에 영향을 줬다. 한국전력의 CEO로 2008년에 취임한 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원전 수출의 개가를 이루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전력의 변화에 주식시장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전력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있는 과정이다. 항상 정책변수(전기료 가격)와 환율, 유가 등 외생변수에 얽매였던 한국전력의 본질적인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한국전력의 CEO가 많은 역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또 하나의 공기업적인 통신 서비스 기업 KT의 변화도 신임 CEO ‘이석채 효과’가 적극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KT라는 단어보다는 ‘올레’라는 브랜드로 변화를 시작했으며 명예퇴직이라는 카드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노력하고 있으며, 시장이 거부했던 다음 달 폰인 ‘아이폰’을 과감히 도입, 한국 무선통신 산업의 기본 골격을 바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에 화답하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1월 27일(1월 4일 1696.14, 1월 27일 1625.48) 기준 4.17% 하락했지만 KT 주가(1월 4일 3만9150원, 1월 27일 5만600원)는 29.3% 상승하고 있다. 능력 있는 CEO가 KT만이 아닌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현재의 시장 구도가 변화될 수 있다는 점과 KT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는 듯하다.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뛰어났던 경영진이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복귀하는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것을 권한다. 능력 있는 경영진은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력이 뛰어나며 이를 통한 조직 장악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일시적인 비용 요인이 초래될 수도 있지만 체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능력이 뛰어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작년에 환율이 급등했을 때 당시 많은 중소기업 및 코스닥 기업들은 KIKO라는 족쇄로 인한 대규모 적자, 퇴출 등을 경험했다. 그런데 대기업들 중 KIKO를 체결했던 기업은 없었다. 그 이유는 뭘까. KIKO 사례에서 보듯 CEO뿐만 아닌 그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에 대한 꼼꼼한 분석도 필요한 사항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업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무엇보다 중요한 우선순위에 둔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경영진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할까 한다.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