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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현장에서 15년간 목수로 일해 온 박두만 대표는 자신이 소속된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4월 1인 기업 ‘박 목수의 열린 견적서’로 독립했다.그의 사업 구상은 말 그대로 ‘열린 견적서’에서 출발했다. 보통 인테리어 업체들은 시공 과정에서 견적서를 꼼꼼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완공 후 가격이 부풀려지기도 하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사례도 많았다.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의 주문 사항을 접수한 뒤 그에 따른 견적서를 모두 공개한다. 소비자들은 다른 소비자의 견적서까지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이나 해당 가격 등을 일일이 따져보고 인테리어 시공을 주문할 수 있다.‘박 목수의 열린 견적서’에는 그를 비롯한 40여 명의 동업자가 있다. 물론 대표는 1명이지만 나머지 동업자들은 목수 외에 도장업자나 설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스스로 시공하면서 얻는 수익 외에도 동업자들과 소비자를 연결해 줌으로써 부가 수익을 얻고 있는 것. 일을 처음 시작한 4월에는 한 달 매출이 1000만 원 정도였지만 어느덧 매출이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월수입은 1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2007년부터 1인 기업가로 활동 중인 민유식 대표는 일명 ‘미스터리 쇼퍼(MS:Mystery shopper)’다. 매장 측 의뢰로 고객을 가장해 해당 매장에 들어가 직원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와 매장 환경, 점포의 브랜드 경쟁력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해 전국적으로 주부·퇴직자·학생·교수·일반 직장인 등 500여 명의 MS를 이끌고 있다. 다른 MS들을 적소에 배치해 공급하고 스스로도 MS 활동을 하고 있다.원래 그는 보험회사에서 10년간 일한 뒤 참치 음식점을 6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자영업 시절 우연히 한 인터넷 매체에 ‘민과장의 창업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창업 컨설턴트로 유명세를 탄 그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 부문을 특화해 혼자 창업에 나선 것.민 대표는 2008년 한국관광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성 고객을 유치하면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민 대표의 수익은 월 450만 원 선이다.전남 영암에 사는 이부송 씨는 우직하게 막걸리를 담그는 일을 50여 년간 해 온 탁주 제조 ‘1인 기업’이다. 그는 요즘 웰빙 바람을 타고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면서 수입이 억대로 늘어났다고 한다. 성공의 시작은 2006년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영암의 특산물 ‘무화과’를 접목한 ‘무화과 막걸리’가 히트를 치면서부터다. 그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지속적인 연구로 품질이 나아지면서 매년 50% 이상 매출이 뛰고 있다”며 “무화과 막걸리의 좋은 맛과 향 때문에 일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최근 ‘1인 창조기업’이 국내서 부쩍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창조기업은 약 5만 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사업자 등록을 한 1인 창조기업은 약 1만5000개로 32% 정도를 차지하고 사업자 등록 없이 활동하는 프리랜서는 3만5000명에 이른다.1인 창조기업은 사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선진국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주요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1인 기업 실태를 조사한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전미개인사업자협회 등 주별·산업별 단체들이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의료·법률·세금과 관련된 대정부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라고 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수는 1997년 1540만 명에서 2006년 20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공공부문을 제외한 미국 전체 일자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프리랜서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1400만 명이나 되는 프리랜서가 활동 중인 영국은 고령화에 따라 노인과 여성 인구의 1인 기업 창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 대책 마련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내놓고 있으며 개인 사업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들을 직접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독일은 1인 기업 성장 정책이 가장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나라다. 통일 이후 발생한 실업 문제, 이로 인한 각종 경제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1인 기업 성장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02년부터 2006까지는 무려 40만개의 1인 기업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일본 역시 1인 기업이 당당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다. 작가·저널리스트·아나운서 등 개인 능력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질 수 있는 직종의 경우 프리랜서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 업무가 전문화·다양화되면서 이를 관리하는 에이전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이처럼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1인 창조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지식 서비스 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아웃소싱 시장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에 전문 프리랜서에 대한 선호 경향이 커지면서 1인 창조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고 있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동의 유연화, 혼자서도 창업이 가능한 인터넷 기반, 개인의 창조성이 강조되는 21세기에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1인 창조기업이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1인 기업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소호 창업자에게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르호봇은 현재 전국 21개사가 있으며 이곳에 입주한 700여 개 회원사 가운데 34%가 1인 기업이다. 박광회 르호봇 비즈니스인큐베이터 대표는 “지난 2000년 1인실을 찾는 비율이 10% 정도에 그친 반면 2008년 문을 연 신규 센터는 입주 회원사 중 60%가 1인 기업”이라고 말했다.특히 최근 들어 새로운 형태의 창업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1인 창업은 출판사, 개인 연구소, 번역 등에 몇몇 분야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앞서 소개한 바처럼 건축업·제조업·서비스업 등 전 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이 이른바 ‘앱스토어(스마트폰·휴대전화 등을 통해 응용 프로그램, 즉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일종의 장터)’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이 일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주목해 볼 것은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커지면서 1인 창업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나아가 국내 소프트웨어·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점이다.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판매나 구매에 국경이 따로 없다 보니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는 애플리케이션만 11만 개에 이를 정도다. 여기에 등록된 국내 1인 개발자들도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 회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특히 최근에는 애플의 앱스토어는 물론 SK텔레콤·KT가 제공하는 앱스토어를 통해 대박을 일군 사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2학년생인 유주완 군은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놓은 주소록 검색 프로그램 ‘콘택츠’와 서울시 버스 운행 정보 프로그램 ‘서울버스’를 개발해 아이폰 스타 반열에 올랐다. 무료 이용되는 서울버스는 하루 평균 다운로드 건수가 1만 회에 이른다. 특히 TV CF에도 등장한 ‘베이비폰’의 개발자 유재현 씨는 6000만 원, ‘지하철알리미’를 개발한 대학생 이민석 씨는 SK텔레콤의 앱스토어인 T스토어를 통해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한 창업 전문가는 “하루 한두 시간, 혹은 주말을 투자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앱스토어에서 판매한다면 개인이라도 얼마든지 창업이나 투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돈과 리스크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인 앱스토어는 정보기술(IT)에 능숙한 1인 창조 기업인이 꼭 관심을 가져볼 분야”라고 강조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