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중소기업청장

“지난해에는 현장의 소리를 듣는데 치중했다면 올해는 기업인의 시각에서 정책을 살펴볼까 합니다. 결국 일자리 문제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많아져 고용이 늘어나야 해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지난 1월 21일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을 올 중소기업청의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그동안 수립한 정부 정책을 기업 입장에서 살펴보고 체험하는 ‘정책체험단’을 올해 처음 발족시켰다. 홍 청장은 “중소기업인이나 소상공인이 정책 변화를 체감하는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법인 설립, 공공 구매 등 모든 중소기업 대책들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올 국정 최우선 목표인 일자리 창출은 우리 중소기업청에도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죠. 결국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활성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기업 보증 규모가 지난해 5조8000억 원에서 3조1000억 원으로 줄었는데 이 문제는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재조정했습니다. 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증 여부를 결정해 정부 기금이 단기 유동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 목표입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도 올해 첫 전파를 탈 것입니다.이렇게 되면 기존 홈쇼핑의 과다 수수료로 애를 태우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 슈퍼마켓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수산물 유통센터와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 중입니다. 대·중소기업의 상생은 제도보다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대기업 관계자와 중소기업인 간 만남의 장을 많이 만든다거나 상생에 앞장서는 대기업을 포상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중소기업청은 올해 중소기업 분야에서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18조2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 자금은 1인 창조 기업과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대학생 등 청년층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공 벤처 기업인이 대학을 돌며 기업가 정신에 대해 특강하고 청년 최고경영자(CEO) 양성을 위한 경영 교육, 지역 청년 포럼도 활용하겠습니다.창업 대상을 대학생·교수·연구원으로 넓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수·연구원이 휴직이나 겸직 시 부설연구소를 설립하는 조건도 완화할 계획입니다. 현장 맞춤형 산·학 인력을 5만3000명 정도 양성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올해 중점 사항 중 하나입니다.아무래도 대기업에 비해 근무 조건이 열악하고 인적자원 개발 역량이 부족한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임금과 복지 여건이 낮은 점도 중소기업을 덜 선호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지난 2007년 대기업을 100으로 놓고 중소기업 근로 조건을 비교해 보니 총근로시간은 105, 임금 총액은 65로 나왔습니다. 숙식·교통비 등 법정 외 복리후생비도 절반인 65였죠. 대신 산재 발생은 3배가 넘는 337로 나타났습니다.전문계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병역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 전문계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갈수록 젊은이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소기업 취업 기피를 부채질하고 있죠. 지난해 통계청의 취업 선호도 조사에서 공무원·공기업을 선택한 응답자는 44.5%인 반면 중소기업은 고작 2.4%에 불과했습니다.미스매치의 원인은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과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가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잘 모른다는 점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부가 미스매치 문제를 그동안 방치한 것은 아닙니다. 좀 단편적으로 접근했을 뿐이죠.무엇보다 구직자들의 정보 접근이 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노동부와 공동으로 대졸자·전문계고 80만 명, 우수 중소기업 6만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가입되는 기업은 대략 총매출이 20억 원 이상은 돼야 합니다. 지방청장이 중심이 돼 전문계 고교, 지역 산업체, 경제 단체 등을 묶어 지역별 대책단을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 중입니다. 산·학 연계를 통한 중소기업 채용 지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무엇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대학생의 현장 체험 기회를 늘리는 등 밑그림부터 그리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는 중·장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생각입니다. 전국 50개 대학을 ‘중소기업 체험대학’으로 지정해 이들에게 혁신형 중소기업 현장 체험을 실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15세에서 29세의 청년 미취업자들에게는 15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직장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말씀하신 것처럼 1955년과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 은퇴 대열에 합류하는데 정부로서도 해결책을 놓고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단 노동부가 중심이 돼 정년 연장, 임금 피크제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고령자의 정년 연장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청년 실업과 맞물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 후 5년간 생존율은 38% 정도입니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업·숙박업 등 생계형 창업의 경우는 30%에 불과하죠. 이 때문에 정부도 기업형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생존율이 70%에 이르거든요.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은 물론 아이디어 상업화 센터 등을 활용하는 등의 준비와 창업 틈새시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청은 상권 정보 시스템을 통해 지역별·업종별 종합적인 상권 정보를 확인하고 아이디어상업화센터를 통해 신제품 제작, 소비자 평가 등을 창업 전에 확인해 주는 맞춤형 전략을 펴나갈 생각입니다.물론입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서울을 비롯해 부산·광주·대구·대전 등지에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를 개소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 중증 장애인이 창업할 수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보육시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무료로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는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 수료 후 창업 희망 시에는 창업보육실에 입주, 경영 애로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죠. 아울러 정부는 장애인 기업의 판로를 확대해 준다는 차원에서 공공 구매액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집행된 공공 구매액이 3158억 원이고 올해는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기초부터 다져나간다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창업경진대회, 실험실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발굴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입니다. 이들에게는 창업 초기에서부터 정착까지 일괄 지원됩니다. 장애인 대책처럼 창업 대학생에게도 제품 제작, 판로 개척 등 창업 준비와 전문가 멘토링 등이 제공됩니다. 예비 기술 창업자 육성 사업의 일환인데 지난해 494억 원을 1212명에게 지원했습니다. 또 교수나 연구원에게만 허용하던 ‘실험실공장’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벤처특별법을 개선해 오는 4월부터 시행합니다.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1953년생. 80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85년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 석사. 2004년 성균관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80년 행정고시(23회) 합격. 2006년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2007년 무역투자정책본부장. 2008년 중소기업청장(현). 홍석우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