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산 투자의 중요성

증권 투자의 격언 중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 있다.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은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한꺼번에 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때문에 증권 투자는 종류별(주식·채권), 지역별(해외·국내), 업종별, 기업별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위험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분산 투자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A라는 종목과 B라는 종목에 투자금의 절반씩을 분산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A라는 종목이 30% 올랐고 B라는 종목이 10% 올랐다고 가정하면 이 사람의 평균 수익률은 20%가 된다. 만약 이 사람이 B라는 한 종목에만 투자했다면 이 사람의 투자수익률은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는 분산 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A종목에만 투자했다면 이 사람의 투자수익률은 30%에 이르러 분산 투자 때보다 수익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 결국 기회비용 측면에서 보면 여러 종목에 나눠서 투자하는 분산 투자나 한두 종목에만 투자하는 집중 투자 모두 같은 수익률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그러면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산 투자가 필요할까.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주식 투자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 한 채를 마련하기에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자본 축적이 많이 된 상태에서는 분산 투자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도 분산 투자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그 장점을 살펴보자.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를 생각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역부터 고려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주변 지인이 사는 곳이나 투자한 곳을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다. 그런데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시장 변동과 연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행히 그 지역이 뜨게 되면 투자한 곳이 모두 올라서 다행이지만 그 지역이 침체라도 된다면 투자수익률이 형편없게 된다. 한마디로 ‘전부(all) 아니면 전무(nothing)인 게임’이 되는 것이다.주식의 경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일부러 한두 종목에 집중해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도 이런 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그 투자자의 투자 성향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서 이런 공격적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익률 때문이 아니라 ‘환금성’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손실을 내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거래 자체가 되지 않으므로 종목을 바꾸어 타는 등 자금이 급히 필요할 때 쉽게 대처할 수 없다.이에 비해 자산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있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도 지역에 따라 수요 공급이 달라져 오르는 곳과 오르지 않는 곳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지역을 여러 곳으로 분산해 투자한다면 한 곳이 오르지 않더라도 다른 곳이 올라 손실이 적어질 수도 있고, 환금성도 확보할 수 있다.둘째, 여러 지역에 분산해 투자하면 자신의 지역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피해야 할 것이 특정 종목에 너무 심취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주식 투자 격언에 ‘종목과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 있을까. 한 곳에만 몰아서 투자하는 경우 작은 호재도 크게 보이게 된다. 그런데 여러 지역에 투자하다 보면 자신이 좋게 봤던 호재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경험이 쌓이면 호재라도 그 레벨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다.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에 대해 일정 비율의 거래세만 징수한다. 예를 들면 1억 원어치를 팔면 30만 원의 세금을 내고, 2억 원어치를 팔면 그 두 배인 60만 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증권사가 떼는 거래 수수료는 거래액이 클 경우 오히려 수수료율이 낮아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해서 주식시장에서는 분산 투자가 세제상에서 오히려 조금 손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끼치는 양도소득세에 대해 우리나라는 누진 과세 제도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익이 적으면 세율 자체가 낮고 수익이 많으면 세율이 높아지는 제도다.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2009년 말에 10억 원으로 아파트 한 채를 샀는데 2년이 지나고 나서 20%가 오른 상태에서 팔았다고 하자. 그러면 양도 차익은 2억 원이 되며 필요 경비와 인적 공제 등을 제하고 난 과세표준은 1억6750만 원이 된다. 이에 대한 양도 소득세는 4548만5000원이 나오게 된다. 이번에는 2009년 말에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두 채 사서 20%가 오른 상태에서 2011년 말에 한 채, 2012년 초에 한 채를 팔았다고 하자. 이 경우 한 채에 대한 양도 차익은 1억 원이 되며 필요 경비와 인적 공제 등을 제하고 난 과세표준은 8250만 원이 된다.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1458만 원이 나오게 된다. 두 채를 파는 것이니 합하면 2916만 원만 내면 된다. 결국 양도 차익은 2억 원으로 같지만 세금에서는 주민세까지 감안하면 1800만 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그런데 위의 시뮬레이션에서 한 채를 연말에, 다른 한 채를 그 다음해 연초에 팔았으므로 이런 세금 절감이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같은 해에 5억 원짜리 두 채를 판다면 10억 원짜리 주택과 똑같이 양도 소득세는 4548만5000원이 나오게 된다. 양도소득세는 한 해에 발생한 소득에 대해 누적 과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절세를 생각한다면 한 해에 한 채씩만 파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므로 매해 일정한 비율로 오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지역의 부동산이 같은 비율로 오르는 것도 아니다.이런 특성을 지녀 같은 지역에 두 채를 사놓았다면 팔아야 할 시기가 겹친 결과 양도세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반면에 다른 지역에 한 채씩 분산 투자해 놓았다면 먼저 오른 곳을 우선적으로 팔고 나중에 다른 지역의 부동산은 다른 해에 팔아도 되는 것이다.다시 말해 주식은 한 종목에 집중해 투자할 경우 망하면 0, 흥하면 100으로 평균 50은 거둘 수 있지만 부동산은 망하면 0, 흥해도 세금 때문에 100이 안 된다는 의미다.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역사는 그야말로 널뛰기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경기가 침체되면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가 경기가 과열 기미를 보이면 부동산 정책을 먼저 규제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따라 어떤 때는 재건축 투자가, 어떤 때는 분양권 투자가, 어떤 때는 경매를 통한 투자가 수익률이 높을 때가 있다. 부동산의 투자 사이클이 주식과 같이 짧다면 그때그때 부동산 정책 방향에 맞춰 투자하면 되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짧아도 2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소요되므로 부동산 정책 방향이 바뀌는 사이클과 맞지 않는다.이 때문에 한 가지 성격의 투자 상품에만 투자해 놓을 경우 정책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도 있지만 규제의 불이익을 모두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역적 분산뿐만 아니라 투자 상품 측면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위험 분산 측면에서 유리하다.결국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분산 투자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2008년말 금융 위기 때는 주택 시장의 바닥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비타민’등 부동산 전문서를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등에서 재테크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