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판 금융 위기 오나

성공한 투자자들은 항상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에 둔다.그들이 ‘새가슴’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한 베팅으로 대박을 낚아채기 위한 전략이다.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올해의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며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섬세하고 차분한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성공 투자를 위해 한 해 동안 꼭 체크하고 있어야 할 일곱 가지의 거시경제 적신호들을 꼽아봤다.2009년 금융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2008년의 금융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안좋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마 지금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들이 금융시장 전반을 지배했고 이 같은 심리가 금융시장을 전망 이상의 실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하지만 2010년 금융시장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국내 증시 전망을 봐도 ‘상고하저’, 즉 상반기 상승 하반기 하락과 ‘상저하고’, 즉 상반기 하락 하반기 상승이라는 견해가 대립되며 증권사들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질 기세다.이런 때라면 낙관론자들보다 비관론자들의 견해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나을 듯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경제 적신호들을 잘 관찰하고 이에 맞춰 대응한다면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낙관론자들의 긍정적인 목소리는 먼저 자산을 지켜낸 후 기회를 노리면서 좀 더 귀를 기울이는 게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 때문이다.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을 포함해 국내 주요 증권사 및 경제 연구소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2010년의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은 7가지로 요약된다. 이른바 2010년판 금융 위기의 ‘세븐 사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중국·브라질 등을 위시한 신흥국가들이 이끌어 왔다. 이는 특히 선진국들의 유례없는 저금리 등으로 생긴 글로벌 유동성이 달러화 약세로 인한 달러-캐리 트레이드 등을 통해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달러-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통화인 달러화를 빌려 고수익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이에 따라 금융 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신흥국에 새로운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MSCI 신흥국지수는 2008년 8월 말 956에서 2008년 10월 400대 후반까지 떨어진 후 2009년 11월 말 다시 953까지 올라 99.7%의 회복률을 나타냈다. 또 중국 부동산 값 추이를 살피는 주요 지수 중 하나인 70대 도시주택가격지수는 2008년 8월 125.3에서 2009년 10월 131.1까지 상승했다.자산 버블은 선진국에도 끼어 있다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예가 투기 등급 채권과 미 국채 스프레드(금리 차이)다. 투기 등급 채권과 미 국채 간의 스프레드는 2007년 말 6.42에서 2008년 11월 21.65까지 벌어졌지만 2009년 11월 말 6.59까지 다시 좁혀졌다. 즉 위험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이처럼 초저금리가 장기화되고 미국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된다면 점진적인 버블 형성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문제는 버블 형성이 아니라 버블 붕괴다. 전문가들은 향후 출구전략, 즉 정책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시행으로 미 달러화 강세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신흥국 자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면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즉 지난 금융 위기가 미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서 발발했듯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실이 확대되고 각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줄이는 등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금융 위기 전까지 세계경제는 역사상 최대의 경제 대국 미국의 ‘소비’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은 미국에 물건을 팔고 들어오는 달러를 차곡차곡 곳간에 쌓아두는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이런 시스템이 바로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글로벌 불균형’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 위기의 뜨거운 맛을 본 미국은 그간의 과소비를 줄이고 남는 돈을 저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2009년 8월 기준 3%에서 올해 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국내총생산(GDP) 비율은 2007년 5.3%에서 2008년 4.7%까지 줄어들었다. 또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GDP 비율은 2007년 11%에서 2008년 10%로 하락했다. 이 같은 불균형 해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하지만 미국이 허리띠를 차차 졸라매지 않고 한꺼번에 졸라맨다면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한다. 이 경우 미국에 대한 수출로 경제성장을 일궈오던 신흥국들의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달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며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신용 경색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또 글로벌 불균형이 개선되면 흑자국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경우 그간 달러화를 쌓아 놓았거나 보다 많은 흑자를 내는 국가들이 세계 외환시장이나 여타 자산 가격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진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이 대미 20개 흑자국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7%에서 2007년 34%로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60%대까지 급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늘어나고 만의 하나 중국 경제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현 세계경제 성장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 세계경제는 금융 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각국의 대규모 재정 투입의 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의 경제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고용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3월 8.5%에서 10월 10.2%로, 유로 지역 실업률은 2009년 3월 9.0%에서 10월 9.8%로, 일본의 실업률은 2009년 3월 4.8%에서 5.1%로 미미한 회복에 그쳤다.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니 당연히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초 보고서를 통해 OECD 가입 국가 전체의 평균 잠재성장률을 2.1%에서 1.4%로 낮춘 상태다. 개별 국가로 보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4%에서 1.5%로, 유로 지역의 잠재성장률은 1.7%에서 0.9%로,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0%에서 0.6%로 낮아졌다.여기에 성급한 출구전략의 시행, 중국 자산 버블 붕괴 등의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이어진다면 세계경제가 더블 딥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시중 자금 단기화가 큰 위협 중 하나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광의통화(M₂)에서 단기성 자금인 협의통화(M₁)가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 위기 전인 2008년 9월 22%에서 12월 22.5%, 2009년 3월 23%, 10월 23.9%로 점차 늘고 있다.이에 따라 2009년 4월 이후 시중자금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 및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며 큰 폭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9월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증시 조정이 이뤄졌고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으로 다시 돈이 몰렸다.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처럼 은행권으로 몰려든 자금의 대부분이 단기 및 회전식 정기예금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위해 들어왔다기보다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올 경우 또다시 자산 가격의 버블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자산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은행들이 대출을 막고 대출금리를 더욱 높일 수 있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아울러 출구전략의 시행 시 자산시장에서 급격히 자금이 빠져나가며 자산 가격의 폭락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2009년 4월 5.40%까지 급락했다가 상승 추세로 전환해 같은 해 10월 5.88%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 대출금리는 2009년 6월 2.3%까지 떨어졌다가 9월 12년 만에 최대 폭(0.33%)으로 오른 후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 추세는 올 하반기께 예상되는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더 가파른 추세 오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등의 예상에 따르면 올해 내로 1% 정도의 정책금리 인상이 전망된다. 이 경우 당연 시장금리에 연동된 대출금리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다.문제는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악화돼 부실 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결과 금리가 1% 상승하면 가계 대출의 경우 고정이하 여신 비중(전체 여신 중 주의를 요하는 여신의 비중)은 0.19% 포인트(1.01%→ 1.20%) 상승하며 가계 평균 손실률을 감안한 추가 손실 규모는 4000억 원 정도가 발생한다. 또 기업 대출의 경우 금리가 1% 상승하면 고정이하 여신 비중은 0.19%포인트(2.50%→ 2.69%) 상승하며 기업 평균 손실률을 감안한 추가 손실 규모는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금리가 1% 상승할 때 추가 손실 규모가 6500억 원으로 기업 여신 손실 규모의 88.1%나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금리가 1%만 인상돼도 가계와 중소기업이 1조500억 원 규모의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 원화 강세는 2009년 3월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매수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국제결제은행), OECD 등은 현재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은 원·달러 환율이 보고서 발간 당시인 11월 말 기준 1150원 수준에서 10~13%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또 원·엔 환율 역시 단기적으로는 엔화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로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이 같은 달러·엔 대비 원화 강세 기조는 수출 주도형 경제국인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수출이 감소되고 수입이 늘어 무역수지가 악화되며, 이는 곧 국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출 비중이 높고 한·일 간 수출 경합 관계가 있는 산업이나 중소 수출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채산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제조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3.85%포인트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또 수입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품이나 줄이기 위한 부품 소재의 국산화율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국내의 성장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일 수입 중 부품 소재 비중은 2009년 1월부터 10월 중 60.9%를 차지하는 가운데 수입액은 2008년 10월 30억 달러에서 2009년 1월 18억4000만 달러로 급감했다가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 작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국내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다.2010년에도 이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경기가 견조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대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또 2010년에는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하지만 2010년의 경제 상황을 곱게만 보지 않는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기감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또 과대 채무국들의 신용 위험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불안 재발과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등으로 신흥국의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해질 것이다.따라서 외국인 투자 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은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비중이 높은 현 상황에서 주가 및 시장금리 변동성을 크게 확대해 금융시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또 외국인 투자 자금이 자주 국경을 오가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국내 금융의 외화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크게 악화될 수 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