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촉진지구 대형 지분 투자

2010년 부동산 시장의 블루오션은 단연 재개발 투자다. 지난해 3월 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촉지구)에 대한 토지 거래 허가 규제가 완화된 데다 가격도 2008년에 비해 10~20%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아파트 매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재개발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최근 재촉지구 투자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재촉지구는 자금 부담이 적은 20㎡ 이하의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 지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3월 25일 정부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토지 거래 완화 등에 대한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풀이된다.개정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재촉지구에서 20㎡(구 6평) 이상의 대지 지분(주거용)을 거래할 때는 반드시 구청으로부터 토지 거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 재촉지구 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 자격을 갖춰야 하고 매입 후 실거주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재촉지구에서는 자금 부담이 적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20㎡ 이하 지분들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하지만 최근 66㎡(구 20평)대 대지 지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 후 토지 거래 허가 면적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토지거래허가구역과 동일한 면적(주거지역 180㎡, 상업지역 200㎡)으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재촉지구 주거 지역에서 20~180㎡인 경우 토지 이용에 관한 의무 도 없어졌다. 또 재촉지구 내 지분을 거래할 때 갖춰야 하는 무주택·실거주 요건도 자유로워졌다.그동안 재촉지구의 진입을 막고 있던 규제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투자 환경이 더욱 좋아졌다. 이 때문에 20㎡ 이하의 대지 지분으로만 몰리던 수요들이 대형 지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실제 장위뉴타운의 경우 대지 지분 99㎡(구 30평) 이상 매물은 3.3㎡당 900만~1197만 원 선을 호가하던 것이 6개월 사이 1300만 원대로 올랐다. 규제 완화로 대형 지분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대지 지분 20㎡ 이하는 3.3㎡당 3500만 원 선, 33㎡대는 2800만 원 선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여기에 대지 지분이 작으면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대형 지분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합원이 많은 재개발 구역의 경우 20㎡ 이하의 작은 지분을 매입하면 청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실제 노량진뉴타운 3구역의 경우 대지 지분 20㎡가 3.3㎡당 4000만 원 선이다. 대로변에 있어 감정평가액이 높은 곳은 이보다 두 배 가량 비싸다. 현재 대지 지분 20㎡는 2억4000만 원을 투자해야 한다. 66㎡(구 20평)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추가 분담금을 고려하면 4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든다. 같은 평형대 노량진 아파트의 매매가가 3억~4억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큰 투자 가치가 없다.그동안 재촉지구의 작은 지분들은 투기의 온상이었다. 거주 요건이 필요 없다 보니 단기적인 시세 차익만 노리고 접근하는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대형 지분의 거래가 자유로워지자 20㎡ 이하 중소형 지분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문·휘경뉴타운 지분 시세를 살펴보면 대지 지분 66㎡ 이하의 빌라가 3.3㎡당 20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99㎡(구 30평)대의 단독주택은 3.3㎡당 1100만 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지 지분 66㎡의 빌라를 매입할 경우 2억 원 가량이 든다고 가정하면 99㎡대의 단독주택은 3억3000만 원으로 1억 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초기 매입에 따른 부담은 높더라도 향후 같은 중대형 아파트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빌라의 추가 부담은 1억 원 이상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변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반면 단독주택의 경우 99㎡대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어 투자 가치 면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평이다.흑석뉴타운도 마찬가지다. 흑석3구역 33㎡ 이하 지분은 3.3㎡당 62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99㎡대의 단독주택은 2300만 원 선이다.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한 7구역은 33㎡ 이하 지분이 3.3㎡당 6500만~7500만 원을 호가하는데 반해 99㎡대의 단독주택은 2200만~2300만 원 선이다.지난해 분양한 흑석5구역센트레빌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 현재 시세가 85㎡(구 25.7평)는 5억 원 선, 106㎡(구 32평)는 7억 원 선, 143㎡(구 43평)는 9억5000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 아파트의 입주권을 무상 혹은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단독주택 투자가 더 효과적이다.흑석뉴타운 이랜드공인 대표는 “예전에는 20㎡ 이하 주택만 전세를 끼고 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지만 재촉지구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99㎡ 이상의 대형 지분들도 실거주 없이 전세 끼고 매입이 가능해졌다”며 “이에 따라 초기 부담금이 낮아진 대형 지분의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지분 쪼개기가 많은 강북권 재개발 지역에서는 대형 지분이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아뉴타운에 속한 길음10구역은 대부분 다세대로 구성돼 있어 조합원 수가 많다. 이곳의 지분 가격은 20㎡ 이하 지분은 3.3㎡당 2400만 원, 33㎡ 이하는 2700만 원, 66㎡의 단독주택은 1300만 원 선이다. 99㎡대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66㎡ 단독주택과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 매입 가격이 1억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전세를 끼고 매입할 경우 충분히 매입이 가능하다.물론 대지 지분만 크다고 아파트 입주권을 더 잘 받는 것은 아니다. 위치, 준공 연도, 건축자재 등에 따라 가치가 책정되는 만큼 빌라가 단독주택보다 평가액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위치나 주택 노후도 등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지분이 큰 단독주택이 빌라나 다세대 같은 작은 지분보다 더 안정적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아파트 시장에 적용되는 DTI 등의 대출 규제도 재촉지구 인기에 일조하고 있다. DTI 규제로 돈줄이 막힌 아파트의 경우 투자 접근은 어려워진 반면 재개발 시장은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또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강남·분당 등 버블 지역들은 집값이 2007년 최고점 수준을 모두 회복했다. 이에 아파트 값은 더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반면 재개발 시장은 2007년 이후로 토지 거래 허가 등 정부 규제와 금융 위기에 따라 수요가 크게 줄어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이 때문에 아파트 매매 시장에 진입하려던 수요자들이 투자 환경이 뛰어난 재개발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북아현뉴타운 내 홍익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지분은 아파트 투자금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고 개발에 따른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은 것이 매력”이라고 전했다.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 jjang713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