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중국 경제 및 증시 전망

2009년 중국 주식시장은 강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상반기 급상승→ 3분기 반락과 조정→ 4분기 반등의 흐름을 보이며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년 말 대비 80%가량 상승했다. 연중 저점이기도 한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과 통화 확장 정책에 힘입은 시중 유동성 급팽창이 있었다. 가전하향(家電下鄕) 및 자동차하향(汽車下鄕), 이구환신(以舊煥新)으로 대표되는 내수 부양책의 효과로 농촌 지역에서 가전제품과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 및 투자 급증으로 제조업 경기의 전반적 상황을 반영하는 전력 생산량이 감소세를 벗어나 전년 동월 대비 18%까지 증가했다.이와 함께 상반기에만 은행 신규 대출 7조3000억 위안(위안화 대출 기준)이 풀리면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정부가 과잉유동성 조절을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게 유지됐다.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업종은 정책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자동차·가전제품 등 소비재와 에너지·소재·금융 등이 있다. 반면 IT·유틸리티 업종은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한편 하반기 상하이B주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도 2009년 주식시장의 한 특징이었다. 7월 이후 상하이A주가 약 5% 하락한 반면 상하이B주의 상승률은 13%가량 상승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로 위안화 평가절상 기대가 커지며 달러화로 거래되는 B주 시장에 핫머니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2010년 중국 경제는 대외 경제 환경 개선, 적극적 재정정책 지속에 힘입어 9%대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2009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2010년에도 경기 부양적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적극적인 재정지출은 아직 해외 경제 환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중국 내 민간경제의 자생력이 강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2010년에도 경제성장의 핵심적 원동력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부양책에 힘입은 민간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며 성장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유동자산 투자는 2009년보다 증가세가 둔화되겠지만 20%대 후반의 높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고 부동산 투자는 정부의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30%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실적은 전년에 이어 2010년에도 개선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부양책의 효과가 약화되고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이미 2009년 중반에 미세 조정에 들어간 통화정책은 2010년에 초반 지급준비율 인상과 하반기 기준금리 조정을 거치며 중립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대출 둔화 등에 따른 시중 유동성 축소, 비유통주 해제 증가, 기업공개(IPO) 및 증자 물량 확대 등으로 수급이 2009년보다 상대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정책, 수급 악화 등의 요인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강도가 조절될 것이고 시중 유동성도 전년에 비해 줄어들 뿐 2008년 이전에 비해서는 풍부하게 유지돼 수급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한편 중국은 1996~99년에 1차 과잉투자가 이뤄졌고 2005년 이후 2차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했다. 더욱이 2008~09년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비유동자산 투자가 진행된 결과 과잉생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따라서 2010년에는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단순한 비유동자산 신규 투자가 억제될 것이며 대신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철강·시멘트·평판유리·석탄화공·폴리실리콘 등과 같이 과잉생산이 심각하거나 에너지 저효율의 낙후 설비가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이미 2009년 9월부터 신규 생산 설비 허가가 잠정 중단됐고 2010년에는 일부 설비가 폐쇄될 전망이다.현재 과잉생산 산업이 비유동자산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신에너지·신소재·에너지절감·환경보호 등 신흥(新興)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부동산 시장은 자산 가격 전반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지표들이 과열 조짐을 나타낼 때마다 다양한 예방 조치들이 계속해서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는 부동산 투자의 회복세가 지속되며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부동산 가격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2010년 주식시장은 유동성 및 수급의 상대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제 및 실적으로 대표되는 호재에 힘입어 강세를 띠고 시장의 분위기는 전년과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2009년이 장기 상승 추세 초반의 유동성 장세였다면 2010년은 강화된 펀더멘털을 배경으로 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개별 호재가 있는 관련 주식군(群)이 상승세를 이끄는 보다 마이크로(micro)한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 컨센서스는 2010년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고 4600대까지 뛰어올라 2009년 말 대비 평균 30% 내외, 최고 50%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중국 주가가 20~30%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9년 80%의 상승률을 기록한 상하이종합지수가 2010년에는 30%가량 오를 전망이다.연중 주가의 흐름은 연초 반등→ 중반 조정→ 후반 상승의 ‘기울어진 N’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말 발표된 부양책에 대한 기대,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제지표의 빠른 개선, 2010년 초반 다시 급증하게 될 신규 대출과 수급 개선 등이 올해 초반의 강세를 이끌 것이다.올해 중반에는 통화정책 변경 우려, IPO 및 증자 확대, 4분기 유통주 해제 급증에 대한 선반영, 하반기 성장세 둔화 전망으로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수급 조절 대책, 해외 경기 회복과 위안화 환율 하락, 구조조정 과정의 업종별 개별 호재, 악재의 선반영 일단락, 그리고 상황에 따라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2차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주가 하락 폭이 제한되고 반등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각 국면 전환의 시기는 물가 및 부동산 경기, 통화정책 변화 속도, 해외 금융 환경과 주요국 정책 변화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업종별로는 소비·금융·에너지 등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구조조정 관련주, 5월에 열릴 상하이 EXPO와 관련된 부동산 개발·관광·교통·유통·음식료·IT주 등 개별 호재를 보유한 주식도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hjyun@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