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창업 성공 조건

올해 창업 시장의 최대 화두는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조기 퇴직자들이다. 일할 의욕과 능력은 물론 건강과 어느 정도 재력까지 갖춘 퇴직자들은 창업 시장의 최대 수요자가 될 전망이다.훌륭한 경제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조기 퇴직자들 역시 창업에 도전, 성공할 경우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에게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고 창업 후 성공으로 유도하느냐는 점이다. 조기 퇴직자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20년간의 사회생활과 인맥·경험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자산이 창업 성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조직 속의 일원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창업자가 가져야 할 시장 감각이나 도전 정신, 고객 중심 마인드, 책임 의식이 부족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전문성, 또 다른 하나는 인성적인 자질이다.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 성공 노하우를 전달하고 지원해 주는 우수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정, 가맹점으로 창업하거나 자신의 경력·인맥·전문성을 살린 업종을 택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다면 창업 준비 기간을 두고 어느 정도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거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부평역 주변 364㎡(구 110평) 규모의 일본풍 룸 테마 주점인 호오락실(www.orocksil.com) 부평점을 운영하는 박보영(46) 씨는 창업 시장에 대한 무지로 섣부르게 창업, 실패를 맛본 케이스다. 19년 동안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검사 업무를 하다가 창업 시장에 뛰어든 그는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저축과 주택 담보대출로 4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한 그는 잘 알고 지내던 주방장과 의기투합, 퇴직 후 3개월 만에 198㎡(구 60평) 규모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오픈 직후부터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자동차 검사 업무를 해 왔던 만큼 활동적이면서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지만 너무 생각 없이 급히 창업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주방장을 믿고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젖다 보니 고객 분석과 입지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박 씨는 “20~30대 젊은 층이 타깃인 패밀리 레스토랑을 주택가에 오픈했으니 성공할 리 만무했다”며 “1년 운영하는 동안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출이 바닥을 치면서 봉급보다 수익이 낮아지자 폐점을 결정했다.4억 원의 투자금 중 보증금 2억 원만 회수할 수 있었던 박 씨는 2009년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창업에서 업종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박 씨는 정부가 제공하는 컨설팅을 받고 창업 교육에도 참가했다. 박 씨는 “컨설턴트는 활동성과 마케팅 능력, 분석력을 갖춘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업종으로 주점을 권했다”며 “주점으로 업종을 정한 후에는 주점 브랜드 10여 곳의 사업 설명회에 참가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주점으로 업종을 정한 박 씨는 메뉴와 인테리어가 뛰어난 브랜드를 찾았고 2개월 고민 끝에 현재 운영하는 브랜드를 창업하게 되었다.현재 박 씨가 운영하는 주점은 일류 주방장 3명이 3년 동안 연구해 내놓는 안주와 미국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인테리어가 장점이다. 업종을 선택하고 브랜드를 정한 후에는 입지를 고르고 투자비를 마련하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역세권 내의 330㎡(구 100평) 이상의 규모가 승산이 있다는 판단한 박 씨는 다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마련하고 재창업했다. 현재 박 씨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매장을 지키면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5억5000만 원을 투자한 매장에서 월 8000만~9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박 씨처럼 무턱대고 퇴직하는 경우 창업 준비에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3개월 남짓이다. 1년 정도 창업 준비를 알차게 거친 창업자들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은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실제 대부분의 퇴직자는 사전 교육이나 공부도 없이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감으로만 업종 선택에서부터 입지 선정, 투자금 조달까지 모두 해내려고 욕심을 낸다.퇴직자들은 대개 창업의 출발점인 자신의 성향이나 특성보다는 유망 업종 자금에 맞는 업종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대기업 영업부에 근무하던 박모(48) 씨는 지난해 문구점을 창업했다.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말만 듣고 도전했지만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원래 어린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협소한 공간에서 몇 백 원짜리부터 몇 천 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어린이들과 승강이하는 일은 활발한 대인 관계를 좋아하는 박 씨에게 맞지 않았다.내근직이었던 조모(47) 씨는 무점포 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봤다. 투자금이 적다는 말에 창업했지만 영업 경험이 전혀 없던 조 씨에게는 거래처 발굴과 관리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노동 강도가 생각보다 높았던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다.박 씨와 조 씨처럼 자신의 커리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업종을 택해 실패하는 사례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조선 회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김모(51) 씨는 잔치국수 전문점을 열어 연봉 1억 원대 자영업자로 성공했다. 품질관리 부서 출신인 김 씨는 꼼꼼히 쌓아 온 관리 능력을 매장 운영에 접목했다. 메뉴 관리와 직원 관리, 내부 시설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음식점 운영 전반에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표준화된 맛을 고객에게 선보이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창업 성공은 창업 초기 조건과 경영 역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초기 조건에는 업종 선정 외에도 상권 디자인 브랜드 선정 등이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은 초기 조건의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비결 중 하나다. 경영 역량의 경우 인성과 그동안 쌓아 온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배려심, 서비스 마인드, 인내심, 세밀함, 학습 의욕, 성실함, 책임감 등은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며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특히 사업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종업원의 도움이 필요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인 관계 역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창업 성공의 요건이다.평소 이런 능력을 쌓지 못했다면 성공에 필요한 자질을 체크하고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해 역량을 갖춰야 한다. 교육은 매우 좋은 수단이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에서 2막 인생을 잘 설계하려면 첫출발이 좋아야 한다. 어설픈 상태로 뛰어드는 것보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고3 수험생같이 치밀한 공부와 준비를 통해 애초에 좋은 습관, 투철한 정신 무장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그러자면 어설픈 방황보다 전문가와의 면담, 교육, 각종 창업 관련 행사 참여, 상권 및 시장조사 등 바로 실천에 돌입하는 행동력과 결단력 이 퇴직자 창업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ksb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