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상품’ 왜 필요한가

유명 스포츠 스타의 출현은 자국 내 스포츠 산업의 활성화도 가져오지만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양용은이 미국 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정상에 오른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양용은의 우승이 ‘단발성’에 그치고 만 것이다. 스타는 지속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만 한다. 어쩌다 큰 것 한방 터뜨리는 것은 연속성이 결여된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나 미 LPGA투어의 신지애는 양용은과 달리 정상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연속성이 뛰어나다. 그런데 양용은의 우승처럼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 피겨스케이팅이 여자 골프보다 인기가 높지만 주목도는 여전히 메이저 스포츠와 경쟁이 안 된다. 아울러 김연아나 신지애는 해외에서 상품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연아의 경우 국내에서는 최고의 스타가 됐지만 외국에서는 생각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 신지애는 더욱 심하다. 상금왕을 차지했지만 언론 노출이 거의 전무하다. 사실상 국내용이다. 스포츠 스타라는 ‘상품’을 통한 국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이에 대한 이유를 찾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우리는 아직도 세계와의 교류가 약하다. 한마디로 우리끼리만 너무 좋아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광고를 실은 일이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광고비를 댄 유명인은 국내에서 영웅이 된 듯하다. 하지만 얼마 전 그 광고가 실린 뉴욕타임스에서 한 면짜리 한국 기사를 다루면서 한국 지도를 함께 실었는데 버젓이 독도가 있는 바다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 광고는 정작 어필해야 할 대상에게는 가지 않고 우리에게만 전달된 것이다.선진국의 스포츠와 문화 접목해야또 ‘국민 에이스’로 불리는 박찬호를 보자. 박찬호는 국내에서 여전히 대단한 인기다. 최근에는 KBS TV의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가고 있다. 여기에 스포츠 신문들은 연일 박찬호의 몸값이 올라갔다느니, 어떤 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느니 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찬호란 ‘상품’은 사실상 끝난 지 오래다. 1∼2이닝용 불펜 투수로 그를 바라 볼 뿐이다.박찬호가 가고 싶어 한다는 ‘선발을 보장하고, 월드 시리즈에선 우승할 수 있고, 분위기 좋은 팀’에서 그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다. 솔직히 얘기해서 누가 불펜 투수에게 관심을 두겠는가. 지난해 우리가 준우승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회 때부터 주목을 끌지 못하더니 끝난 이후에는 언급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우리끼리만 좋아하는 스타는 국가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와 ‘인식’의 갭이 너무 크다. 지나치게 우리의 것에만 몰입하는 것은 세계와의 소통을 막는다. 세계를 향해 닫힌 창을 더욱 열어야 한다. 세계 스포츠 시장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글로벌 스포츠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스타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도 우리도 함께 호흡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스타를 사랑할 줄 알아야 세계도 우리의 스타를 품게 된다.세계는 우리의 기대만큼 우리를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은 세계 최강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중국이나 ‘경제 부국’ 일본에 비해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그저 우리가 좋으면 외국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는 이제 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의 저력에 걸맞게 국가의 브랜드도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외국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스타 상품을 배출하려면 선진국의 스포츠와 문화를 국내에 접목해야 한다. 국내 스타가 쉽게 외국에서 동화되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진 스포츠 팀과의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스타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상품’과 같은 존재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올해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대형 스타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내야 한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