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부적소류무이성강해(不積小流無以成江海:작은 물줄기가 모이지 못한다면 강이나 바다를 이룰 수 없다).’지난 1월 6일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만난 최현만 부회장은 응접실에 걸려 있는 서산대사의 글을 보며 늘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 창업 멤버로 지난 10년간 금융계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이런 까닭에 지난해 12월 한경비즈니스 선정 ‘2009 올해의 CEO’ 금융업 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창업 때부터 국내 증권 산업의 변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다져 온 미래에셋은 ‘업계 최초’란 타이틀이 수두룩하다. 국내 최초로 ‘종합자산관리’ 개념 도입, 최초의 온라인 주식 거래, 최초의 뮤추얼 펀드와 부동산 펀드 등이 그것이다. 눈부시게 성장한 10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10년을 계획하는 최 부회장에게 미래에셋의 야심찬 계획과 국내외 경기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경제 위기가 단계별로 발생한 것과 같이 회복도 단계별로 이뤄질 것입니다. 100년 만의 경제 위기로 일컬어지는 이번 경기 침체는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위기가 시스템적으로 얽혀 실물경기까지 위기로 몰고 온 것이었습니다.경기 부양 정책을 통해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은 껐지만 처방이 실물경기까지 스며들기까지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경영하며 인수·합병(M&A)이나 스핀오프 등 구조조정 등을 거쳐야 합니다.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거나 재정 혜택을 받은 글로벌 수출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해외 경쟁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에 오히려 호기를 만난 것입니다.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실물경제까지 시중에 풀린 돈이 미치지 못했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습니다. 가계 부채가 크고 고용 창출이 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금리와 유가 상승에 대한 염려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다시 위기가 온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런 우려들은 회복기에는 당연한 것이므로 이겨내겠다는 심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창업 때부터 예상 코스피지수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이 투자의 시기인지,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3년 단위로 보면 앞으로 10년간은 펀드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부를 창출했고 증식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증식된 부를 관리해 줘야 합니다. 금리 등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는 있겠지만 주식형 펀드는 앞으로 10년까지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모든 펀드는 적립 형으로 가야 합니다. 기존에 적립형 펀드에 투자하던 고객들은 2007년 말 경제 위기가 발생하니 불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와 상관없이 묵묵히 펀드 투자를 하던 사람은 만족할 만한 투자 수익률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적립의 힘입니다.투자자에게 환상의 욕심과 공포를 만드는 게 주식시장입니다. 보유 주식이 조금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욕심과 공포로 바로 매도·매입을 결정해 버리는 것이죠. 펀드에도 이런 심리가 적용됐었습니다. 거치식으로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분산 투자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사이트 펀드 적립형’입니다.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5%대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증권시장은 유동성, 투자 심리, 펀더멘털 등 세 가지에 따라 움직입니다. 현재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아직 투자 심리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버블 때문에 자금이 갈 수 없는 상태에서 주식시장에서 적립성 장기 투자 개념으로 재테크의 대상을 찾는다면 좋은 이익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지난해 두바이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은 재정 건전성, 산업구조가 취약한 국가에 대해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높아진 반면, 반대로 재정 건전성이 좋고 탄탄한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는 돋보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입니다. 해외와 국내의 상황을 살펴보며 한마디로 성장할 나라의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은 현재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국내 투자자에게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머징 국가 중 ‘ICK’로 불리는 인도·중국·한국 시장을 관심 있게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미래에셋 리서치센터는 선진국 시장보다 이들 나라에 대한 보고서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현재 포트폴리오를 짤 때 국내와 해외 비중은 현재 6 대 4 정도가 좋습니다. 하지만 향후 그 비중은 5 대 5나 4 대 6으로 변화하는 컨설팅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봅니다.박현주 회장의 비전에 따라 올해도 미래에셋은 해외 사업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금융 산업도 국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해야 합니다. 2004년 홍콩법인을 시작으로 해외 사업을 알차게 해 왔습니다.두 번째로 은퇴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투자 전문 그룹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퇴직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는데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강화할 것입니다.마지막으로 PB(소매금융)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것입니다. 개인 VIP 고객들에 대한 기존 PB 서비스를 넘어 통합적인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부동산과 채권 등 모든 자산을 구조 변경하고 컨설팅하려면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에셋매니저(자산관리사) 자체 인증 시험을 만드는 등 철저히 훈련시켰습니다. 이들이 VIP 고객에 대한 진정한 PB 서비스를 선보일 것입니다.올해는 미래에셋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완성하는 해입니다. 해외 사업, 퇴직연금, VIP 상품 등으로 지난 10년이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10년은 고객 가치를 추구하는 원년이 될 겁니다. 미래에셋은 아시아에서 1등 자산운용사가 될 것이고 향후 50년 지속 성장을 이뤄낼 겁니다.IB 역량 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 신탁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영역이고 이를 위해서는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기업 및 개인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자본시장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구조적으로 이제까지 시중은행들만 큰 신뢰를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을 증권시장으로 돌려 그 신뢰를 IB가 이끌어가야 합니다. 특히 M&A 시장은 가장 큽니다. 현재 미래에셋은 시스템과 인프라를 모두 잘 정비했고 IB 마인드를 갖췄습니다. 자기자본 규모만 늘리면 되죠. IB 사업은 신뢰·자기자본·네트워크 싸움입니다. 전문 인력, 신뢰받는 브랜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미래에셋은 IB의 강자가 될 것입니다.이머징 마켓 펀드도 있고 업계에서 수익률도 최고입니다. 그리고 최근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우리의 성장 스토리와 기업가 정신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로서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외국계 금융 기업들은 작은 기업이 어떻게 성공하게 됐는지 연구하기 위해 많이 찾아옵니다.골드만삭스도 좋은 물건 있으면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최근 우리 브랜드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고객들이 직접 투자하게 하기보다 금융 전문가 집단이 많아져 투자 컨설팅을 하고 간접 투자를 받아 이익을 배분하도록 잘 이끌어 줘야 합니다. 천수답(天水畓)식 증권 산업이 아닌 운용 능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 왔습니다.경영자는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 내에서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고 건전한 기업 문화를 형성합니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조직에서 성공합니다. 이제까지는 냉철한 이성만 경영자에게 강조해 왔는데 따뜻함이 없이 원칙만 강조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마음을 열지 않고 경영자라는 권위만 앞세우고 살갑게 사람들을 대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가 강조한 타운미팅을 통해 수평 간 대화뿐만 아니라 수직 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내 사업부제를 통해 권한을 8명의 사장에게 분배해 조직 단위의 역동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 시스템을 통해 고객을 위한 좋은 수익률도 나온다고 봅니다.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 1961년생. 90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 99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6년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2007년 미래에셋증권 총괄대표이사 부회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