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 1월 5일 오전 마포 공덕동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10층 국제회의실. 섭씨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를 뚫고 모여든 수험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날 이곳에선 카타르항공 승무원 2차 면접시험이 진행됐다. 카타르항공 본사에서 직접 나온 면접관들이 1차 전형을 통과한 예비 취업자 90명을 꼼꼼히 평가했다.공단은 이번 채용을 위해 카타르항공 측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모집 공고에서부터 서류 공모, 면접 장소와 면접 도우미 지원까지 발벗고 뛰었다. 해외 취업이 극심한 청년 취업난 해소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올해 이런 형태의 해외 취업 알선 사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취업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했다. 작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모두 1571명으로 2008년 1434명을 앞질렀다. 직종별로는 사무·서비스가 819명으로 가장 많았고 IT(166명)·의료(51명)·기계금속(38명)·건설토목(21명)·전기전자(13명)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644명)·호주(236명)·일본(225명)·캐나다(139명)가 ‘빅4’를 형성했다.당초 예측을 깨고 지난해 이처럼 해외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적극적인 해외 구인처 개발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단 측의 분석이다. 지난해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의료 인력 채용 회사인 HCL을 비롯해 호주의 10위권 인력 파견 회사 등 10개 글로벌 민간 전문 업체와 구인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해외 취업 관련 사업은 취업 알선과 연수 지원 두 분야로 나뉜다. 올해 취업 알선 쪽에서는 해외 구인처 발굴에 계속 힘을 쏟는 한편 취업자들의 사후 관리 체계도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해외 일자리 정보는 공단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월드잡(www.worldjob.or.kr)’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연수 지원 분야에서는 대학·지제체와 연계해 연수 후 취업자에 대해 항공료와 정착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을 진행한다.해외 취업에서 구인처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수 구직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한국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어학 능력 등에서 적격자를 찾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업 준비생들의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해 ‘월드잡’에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어학 콘텐츠를 개설하고 원어민 강사를 통한 오프라인 교육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공단은 올해 일자리 관련 역점 사업 중 하나로 한국직업방송을 선보인다. 일과 고용, 직업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24시간 케이블TV 채널이다. 그동안 외부 케이블TV 채널을 1일 3시간씩 임대해 방송하던 것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록을 하는 한편 한국경제TV를 위탁 방송사로 선정해 공동 업무 협의체 구성을 끝냈다. 공단이 편성권을 갖고 프로그램을 기획·편성하고 한국경제TV는 제작과 운영을 담당하는 형태다.한국직업방송은 일터와 직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최고의 전문 케이블 채널을 지향한다. 단순 취업 정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평생 능력 개발 강좌도 운영한다. 또한 딱딱하고 틀에 박힌 구성에서 탈피해 흥미를 가미함으로써 온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백수잡담’, ‘일과 사람’, ‘잡투데이’, ‘직업 기행’ 등을 킬러 프로그램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직업방송은 지난 1월 1일부터 정규 방송을 시작했으며 오는 3월 공식 개국식을 열 예정이다.고령자 일자리도 관심 분야 중 하나다. 공단은 그동안 노동부가 시행해 온 고령자 뉴스타트 사업을 지난해 넘겨받아 운영하고 있다. 50세 이상 고령자에게 일정 기간 직무 훈련과 취업 능력 향상 프로그램, 현장 연수 등을 패키지로 제공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700명을 지원해 그중 53.4%인 30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사업이 공단으로 이관 된 후 실제 취업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직무 능력 향상과 현장 연수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뉴스타트 사업은 올해 대상자가 3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새로운 인력 수요에 맞춰 각종 자격증의 신설과 폐지, 통합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응시 인원이 적고 시대에 뒤떨어진 농화학기사 등 5개 종목이 폐지됐다. 이와 함께 녹색 성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태양광발전기사·생태공원조성기사·그린홈기사 등 9개 분야 44개 녹색 자격증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는 숙련 기술 인력의 확보다. 젊은 기능인의 육성은 국가 인적자원 개발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공단은 기능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과 기능 장려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현대중공업·보르네오·세크 등 4개 업체가 기능 장려 협약을 맺어 주요 기능경기대회 선수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대기업 중에서 포스코와 LG가 협약에 새로 참여할 예정이다.------------------------------------------------------------------------------------------ l 정진영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국장의 사무실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해외 구인처 발굴을 위해 그가 뛰어야 할 미개척 시장이다. 정 국장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해외 취업자는 오히려 늘었다”며 “현지에서 발로 뛰는 구인처 개발이 주효했다”고 말했다.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전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오히려 전년보다 취업자가 늘었다. 국내 인력을 해외에 더 많이 보내려면 구인처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 10만 명 양성’ 정책에 맞춰 구인처 개발을 앉아서 기다리던 데서 현지에서 발로 뛰는 형태로 바꾼 게 효과를 봤다. 이제는 해외 일자리는 있는데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력이나 어학 능력이 문제다.해외 구인처 발굴을 계속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틈새시장은 있게 마련이다. 작년 해외 유력 인력 채용 회사들과 일자리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공단의 조직과 인원으로는 전 세계를 커버하는데 한계가 있다.그동안 해외 취업자 사후 관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철저한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해당국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고 새로운 구인 수요가 생긴다. 1차로 일본·중국·호주·캐나다 4개국에 사후 관리 대행 업체를 선정했다. 이들이 공항 픽업에서부터 정착 지원, 애로 사항을 파악하게 된다.그동안 취약 계층은 해외 취업이 어려웠다. 항공료와 초기 생활비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학·지자체와 협력해 취약 계층 청년들에게도 해외 취업의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공단과 대학이 연수비를 지원하고 취업되면 지자체가 항공료와 정착비를 1인당 400만 원 한도에서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