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허덕이는 동계 올림픽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2월 12∼28일)은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에 대한 기대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의 우승이 확정된다면 박태환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 이상으로 값진 금메달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한국은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두 차례나 쓴잔을 마신 데다 2018년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3수’에 도전하고 있는 터라 온 국민의 열망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이 여세를 몰아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할 태세다.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 매스컴은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 효과를 보도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 국가 브랜드를 홍보하게 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올림픽 개최지는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림픽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특히 기업들의 후원 규모가 떨어지는 동계 올림픽은 수익 구조가 더 열악하다. 흑자를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적자 올림픽’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밴쿠버 올림픽은 준비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약 8700만 캐나다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어 왔다. 올림픽 빌리지 건설과 관련해 2000만 캐나다 달러를 요청한 것이 불과 1년도 안 됐다.보다 못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09년 12월 2200만 캐나다 달러(약 246억 원)를 지원해 주고 입을 막았을 정도다.하계 올림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는 2008년 올림픽을 통해 1억4600만 달러를 벌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도 1억6000만 달러의 예산 부족 문제가 점차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조직위의 300만 달러 이익 발표에도 불구하고 61억 달러의 채무가 남았고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조직위는 2800만 달러 흑자라고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110억 달러의 빚이 남았다고 시러큐스대학의 릭 버튼과 노암 오릴리 교수가 밝혔다.이들 교수들은 미국과 캐나다 올림픽 조직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올림픽 유치 경쟁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대회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알베르토 루이스 갈라돈 시장은 유치 활동으로 쓴 돈이 56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마드리드는 2006년 9월 유치위를 발족한 뒤 예산으로 2500만 달러를 집행했고 나머지는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마드리드는 4년 전 2012년 런던올림픽 유치 경쟁에서도 실패했다. 강원도 평창처럼 ‘3수’를 하려면 또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고려한다.첫째, 경기장 건설에 따른 고용 창출과 올림픽 기간 내 관광 특수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둘째, 올림픽 이후 관광객 증가 효과 및 장기 고용 성장 등의 간접적인 경제 효과. 마지막으로 도시의 홍보 효과나 사회적 자부심 등 무형의 효과다.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는 경제 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실제적인 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여러 도시가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 올림픽으로 인한 손익 계산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IOC는 치솟는 TV 중계권료와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수익이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는 반면 개최지가 떠안는 적자의 폭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유치 이후에도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 유치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실리를 따지지 못하고 ‘명분’에 휩싸여 밀어붙였다가 자칫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듯하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