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뉴페이스’

2009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의 특징은 ‘순위 파괴’다. 상반기 조사에서도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범상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커졌다. 그만큼 업계에서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록 1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불과 2~3년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에 오른 ‘루키’들이 있다. 순위 변동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라면 이들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차지할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반도체·컴퓨터 담당 이가근 애널리스트(IBK투자증권)는 2006년 업계에 들어온 뒤 10위권 내에 입성한 것과 동시에 3위에 올랐다. 이 애널리스트는 2003년 하이닉스 세일즈 앤 마케팅그룹에 입사해 3년 동안 해외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경쟁사들의 동향을 체크해 온 현업 출신. 시장 수요를 빨리 파악해 생산과 개발 부서에 알려줘 생산량을 조절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가 시장 직속 부서로 만든 부서로 2003년 4분기 흑자 전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이 조직은 해외영업본부 산하로 배속됐다.유통 부문 3위에 오른 김경기 애널리스트(한화증권) 역시 현장 출신으로 신세계에서 오랜 기획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로서는 2년 경력에 불과하지만 6년 이상 유통업의 ABC를 갈고닦은 경험으로 유통업의 맥을 잘 짚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존 유통업에서 닦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제공했다. NDR(Non Deal Roadshow:기관투자가 초청 기업 탐방) 때 매장을 직접 방문해 계절과 전략에 따른 디스플레이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실무 경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다.제지·교육 부문 이다솔 애널리스트(한화증권)는 2008년 하반기(12위)부터 이름을 올리기 시작해 2009년 상반기 9위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 4위에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대의 해사한 외모 때문인지 말 그대로 ‘루키’라고 불릴 만하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학고와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의 정통 영재 코스를 밟은 수재다. 2년간의 RA(Research Assistant)를 거친 뒤 애널리스트 경력 2년째다.이 애널리스트는 전후방의 업계까지 조사해 입체적인 분석을 한 점이 비결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 관련 기업들을 분석하기 위해 대학 입시설명회에도 달려가고 학원·학교 선생님도 인터뷰해 살아 있는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했다.엔터테인먼트·미디어·광고 담당 변승재 애널리스트(대우증권)는 경력 2년 반 만에 부문별 순위 4위에 올랐다. 해당 분야가 규제 산업인 만큼 기업홍보(IR)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 실무자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던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또 신세대인 만큼 프레젠테이션 때 아이폰을 직접 들고 나와 설명하고 애니메이션을 많이 활용하는 등 오감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노력했다.철강·금속 담당 전승훈 애널리스트(대우증권)는 대학 시절 재료공학을 전공했지만 군 제대 후 주식 매매에 심취해 애널리스트의 길에 이르게 된 경우다. 주식을 잘하는 비결이 뭘까 생각하다가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고 금융의 모든 노하우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산업은행에 입사했다. 투자금융실에서 벤처캐피털 업무를 담당, 벤처 업체를 키워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업무를 맡았다.2년간의 산업은행 근무 뒤 애널리스트로 전환, 현 양기인 센터장 아래서 철강·금속 분야를 갈고닦았다. 주식 매매에 심취한 개미 출신이다 보니 보고서의 논리성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할지를 던져주는 편이다. 틀리지 않기 위해 모호하게 넘어가기보다 틀리더라도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데일리 시황 부문 5위에 오른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2003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한 뒤 고객자산운용팀에서 랩어카운트를 운용했다. 1년 뒤 자산운용컨설팅본부에서 자산운용리서치를 시작했다. 당시는 리서치센터가 있었지만 데일리 시황은 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에야 비로소 리서치센터로 옮겨 데일리 시황을 작성했다. 경력은 5년이지만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에 피투표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09년 상반기부터다.대개 시황을 쓰는 애널리스트는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와 토론을 많이 하는데,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고, 예전 자산운용리서치에서 주 1~2회 리서치를 쭉 써오던 것도 업력에 도움이 됐다.파생상품 분야 5위인 이중호 애널리스트(동양종합금융증권)는 2005년부터 3년 동안 금융공학팀에서 직접 파생상품을 설계·운영·리스크 관리를 담당한 실무 경력을 갖고 있다. 리서치센터로 옮긴 지는 1년 6개월,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 피투표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8개월째다.실무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실제 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부 밀착형 리서치가 강점이라고 그는 밝혔다. 파생상품은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되도록 쉽게 풀어서 쓰려고 했다.조선·중공업·기계 분야 5위에 오른 이상화 애널리스트(현대증권)는 애널리스트 경력 3년, 현 섹터를 맡은 지는 불과 1년이다. 그러나 1996년부터 SK투자신탁을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 관련 경력을 닦아온 ‘늦깎이 새내기’다. 1998년부터 미국 시카고의 라디오방송에서 경제 관련 리포터를 했고 2000년부터 현대증권에 입사해 자산운용본부 벤처투자팀의 창립 멤버로 벤처심사·투자업무를 했다. 2005년 사내 공채로 스몰캡 담당으로 애널리스트일을 시작했다.벤처 투자, 스몰캡 담당을 하며 조선·기계 산업의 전방산업인 부품 제조업체들을 많이 알고 있었던 점이 짧은 시간 내 섹터에 안착하게 된 비결이다.제약·바이오산업 분야 3위에 오른 김나연 애널리스트(우리투자증권)는 2009년 상반기에 6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뒤 이번 조사에서 3위에 자리했다. 석사논문으로 면역학과 분자생물학을 쓴 김 애널리스트는 2001년부터 아모레퍼시픽에서 라이선싱 매니저로 신약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2007년에는 SK케미칼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와 심사를 담당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분야 1위를 한 권재현 애널리스트(대우증권)와 이때 투자자와 바이오 기업 연구원으로 안면을 튼 인연이 있다. 2008년부터 애널리스트를 시작한 김 애널리스트는 일시적 이슈가 아닌 거시적 트렌드 위주의 전망을 내놓는 것이 비결이다. 해외 제약사들의 움직임과 자금의 흐름, 미국 정부의 움직임 등 큰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적용 가능한 국내 회사의 예를 드는 식이다.석유화학 부문 3위에 오른 백영찬 애널리스트(SK증권)는 애널리스트로 시작했지만 그룹사인 SK에너지에 3년 동안 파견돼 경영관리팀에서 케이팩스(CAPEX: 투자의사결정)를 담당했다. 해외와 국내의 시장 상황은 물론 석유화학 설비와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2008년 말부터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차전지(축전지) 관련 분석을 많이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2009년 정유·석유화학 업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최근까지 석유화학 업계에서 일해서인지 현장에서 보는 업황을 전달한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비결을 얘기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