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끊임없이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장이란 양적으로 성장(Growth)하고 질적으로 발전(Development)하면서 성숙해진다는 의미다.그러나 산업화 이후 세계는 양적 성장의 기치 아래 고도성장을 추구한 결과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는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반대급부로 나타난 것이 바로 친환경 녹색 성장이다.세계시장 규모가 5000조 원으로 추정되는 식품 산업도 같은 길을 달려왔다. 물질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화학비료 등의 등장으로 보다 많은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었고, 최소한의 식량난도 막아낼 수 있었다. 식품 가공 산업도 함께 발달해 보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마실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제 지구촌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음식을 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그렇지만 얻는 것 이상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화학비료·농약 등의 남용으로 토지는 점점 죽어가고 있고, 대표적 식품가공법인 열처리공법과 각종 화학첨가물 산업의 발달은 인류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광고물들은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소비를 유도하기 바쁘다.상당수 기업들은 친환경과 소비자들의 건강은 아예 아랑곳하지 않고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파는데 골몰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과 기업을 우대하고 믿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야말로 생산자 천국이었다.하지만 고도성장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산자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소비자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유기농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고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필자는 친환경 소재뿐만 아니라 가공 산업에까지 친환경 공법을 도입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식품가공법인 열처리 공법과 각종 화학첨가물의 발전은 인류의 건강을 시종일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온 살균 공법의 경우 살균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고 본연의 맛과 향이 없어져 인공향과 색소 등 화학첨가물이 첨가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다행인 것은 뜻있는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상당히 발전된 친환경 공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형 보존 공법인 동결건조 공법은 물론 한국 식문화의 대표적 가공법인 발효 공법 등이 그것이다. 동결건조 공법은 식품 원료를 섭씨 영하 40도에서 급속으로 동결건조하는 것으로 진공 상태에서 얼음 상태인 수분을 승화시켜 식품의 원료·맛·영양·색상·형태 등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향이나 보존료 등 인공적인 화학첨가물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과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동결건조 공법이 식품 제조에 널리 쓰이지 않는 것은 가공비용이 일반 건조 공법에 비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기술이 발달해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동결건조 공법으로 만든 제품들이 전체의 10%가 넘는다고 한다. 미래 식품 산업의 대변화라고 해도 좋다. 맥도날드·코카콜라·켈로그로 대변되던 미국의 식품 문화 코드가 친환경 슬로 푸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도도한 물결 속에 우리의 식음료 기업들과 학자들, 그리고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1988년 경성대 회계학과 졸업. 1995년 웅진식품 마케팅부장. 1999년 웅진식품 대표. 2005년 웅진식품 부회장. 2006년 세라젬그룹 부회장. 2009년 얼쑤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