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농업 비즈니스 ‘열풍’
최근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등 첨단 기술 발달과 함께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히 이뤄져 농업 부문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라 각광받는 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카길(Cargill) 등 다국적 곡물 메이저들이 세계의 식량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고 있으며 신젠타(Syngenta) 등 종자 생산 메이저들은 산업 전체를 주무르고 있다. 농업은 이제 돈 되는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비즈니스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일본은 농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자국의 농업생산력이 떨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식료품을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확보·공급하기 위해 농산물의 자급률 목표를 정해 국내 생산을 권장하는 한편 해외로부터 식량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농업 생산자 조직과 기업 차원에서 사업으로서의 농업 생산과 가공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첨단 시설과 기술을 이용해 공장식으로 채소와 화훼를 생산·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대표적인 사업은 식물 공장이다. 식물 공장은 채소와 꽃 등을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빛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양분, 수분 등을 최적으로 유지하도록 실내 환경을 고도로 제어하는 것으로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태양광을 이용하는 곳도 있지만 형광등, 고압 나트륨램프,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형태까지 다양하다. 식물 공장은 대부분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을 이용한 수경재배를 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50여 개소의 식물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향후 3년간 식물 공장을 3배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하고 농가와 기업들의 시설 설치와 임대에 보조하고 세금 우대와 에너지 절감 지원도 하고 있다.일본은 식량과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입처를 확보하기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전농과 대규모 종합상사들이 해외 개발 수입과 곡물 유통산업에 관심이 많다. 예컨대 미쓰이물산은 브라질에서 농업생산 분야에 직접 뛰어들어 대두나 밀 확보를 도모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유채 착유 공장 건설에 착수해 연간 30만 톤의 유채유와 50만 톤의 사료용 유채밀을 생산할 계획이다.또한 마루베니상사는 2005년에 프랑스계 곡물 상사인 아그렝코 그룹으로부터 남미산 곡물의 일본, 동아시아에 대한 우선 판매권을 취득하는데 합의하고 아그렝코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항만 터미널 업체인 테르로구에 대해 출자 비율을 25.5%로 확대했다. 스미토모상사는 이제까지 북미를 중심으로 연간 약 30만 톤의 대두를 수입해 왔으나 앞으로는 남미에서의 개발·수입을 추진할 계획이다.식량이 아닌 채소도 개발·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아스파라거스는 일본 기업인 시온 사장이 태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 농장을 구입해 무농약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해 매일 비행기로 일본 시장에 안정적으로 높은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해외 농업 개발을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는 특히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중동 국가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자본을 아프리카 국가들에 개발원조함과 동시에 해외 농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은 곡물가 상승으로 국제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등 움직임에 따라 자국의 식량 안보, 인플레 해결을 위해 풍부한 오일머니를 활용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부터 밀 생산을 포기하기로 하고 밀·옥수수·쌀·콩 등의 충분한 공급 확보를 위해 최소 10만ha의 대규모 해외 농지를 매입할 계획이다.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2008년 6월 ‘아부다비 개발기금’이 아프리카 수단에 최소 2만8000ha의 대규모 농업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카타르는 2008년 7월 수단에 농업 투자, 식품 산업 개발, 축산을 담당할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합의했다. 쿠웨이트는 장기적인 식량 안보를 위해 8월 캄보디아의 농업, 수력발전 및 도로 건설 분야에 총 5억46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캄보디아 땅 5만 ha를 임차해 쌀을 생산하기 위해 1억 달러를 캄퐁툼 주에 투자했다.IT, BT, NT의 발달과 산업적인 융·복합으로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농업 비즈니스도 첨단 농업 부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빌딩형 식물 공장(Vertical Farm)이다. 공장형 첨단 농업은 통제된 시설 안에서 생물의 생육 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농축산물을 공산품처럼 규격과 품질을 균일하게 연속 생산하는 시스템화한 농업 형태다. 수경재배 ‘식물 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빌딩 농장은 도심의 마천루형 유리 온실 빌딩으로 건설해 연중 생산을 통해 도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해 운송비용과 보관비용을 절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인천 송도 국제도시 청라지구에 빌딩 농장을 건립할 계획이며 남양주시는 2012년 세계유기농대회에 맞춰 건립할 예정이다. 또한 부천시도 신도시에 빌딩 농장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세계적으로도 아직 빌딩 농장이 본격적으로 건설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스웨덴 등 북유럽, 중국 등에서 관심이 높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는 30층 규모의 수직 농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캐나다 토론토시는 50층을 구상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플랜타곤(Plantagon)이 지난 6월 5일 건설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네덜란드는 최근 2020년까지 자급 에너지 뉴트럴 온실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와 유리 온실 산업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유리 온실에서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 절감, 작물 보호, 생산 증대 등 다목적 프로그램들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06년에 시작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온실로의 변혁 프로그램(Energy-Producing Greenhouse Transition Programme)’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까지 온실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 온실 내의 에너지 투입과 에너지 산출이 제로섬이 되는 획기적인 ‘에너지 뉴트럴(energy-neutral) 온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네덜란드는 온실 농산물 생산과 관련해 발생한 생물학적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 발전, 지열발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태양열로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체 발전 미래 온실 프로젝트(Elkas Project:electricity-producing greenhouse)’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농업의 비즈니스화를 위해 중국은 대표적 농업 지역인 산둥성을 비롯해 1990년대 중반 이후 농업 산업화 정책을 추진해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농가 단위의 재배 면적이 0.5헥타르에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가공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이들 영세한 농가들과 계약해 종자·비료·농약 등을 제공하고 수확 후 수집해 수출 상품으로 가공 또는 상품화해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김병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brkim@krei.re.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