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 토크

세종시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엔 정운찬 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로 무대를 옮겨 왔다. 지난 9월 21~22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세종시 문제로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웠다. 사실상 ‘세종시 청문회’로 불러도 될 만큼 논쟁이 뜨거웠다.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후 ‘세종시 원안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데 이어 청문회서 “행정적 비효율성”, “자족도시 기능 강화” 등을 거론하자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선진당 소속의 한 청문위원은 “세종시에 옮겨갈 부처 이전 고시를 빨리 하라”며 똑같은 요구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강도 높은 공세에 정 후보자는 청문회 마지막 날(22일) “총리가 되면 이전 고시를 되도록 빨리 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아직 정부 부처 중 어디를 옮겨야 할지 최종 결정이 안된 상태”라는 전제를 붙였다.정 후보자는 “(세종시 원안을)수정한다, 안 한다가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면 그 도시는 자족 기능을 가진 도시가 돼야 한다”며 세종시의 자족 기능 부족에 따른 수정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정 후보자가 수정 입장을 굽히지 않자 야당은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 후보자의 지역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후보자는 총리직이 탐나 고향인 세종시를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것”(김종률 민주당 의원), “고향 출신이 해서는 안 될 악역을 맡았다”(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는 힐난이 쏟아졌다.사실 세종시 논란은 늘 반복돼 왔다. 올 초부터 법적 지위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민주당·자유선진당 간의 어지러운 설전이 계속됐다. 따지고 보면 태생부터 논쟁적이었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서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해 처음 제시된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카드로서 세종시는 막강한 힘을 보여 왔다. 당시 대선은 물론 이후 선거에서도 충청 표심을 갈랐다. 대다수, 특히 충청권 정치인들이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을 외치는 이유다.더욱이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책적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갔다. “막대한 돈만 퍼붓고 ‘유령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당초 계획을 변경하자는 얘기가 여권 내부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물론 외형적으로 한나라당은 거듭 ‘원안대로 처리’를 내세우고 있다. 충청 민심을 감안해서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지난 7월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소위에서 세종시를 특별자치시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이 세종시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체는 아니다. 핵심은 정부 기관을 얼마나 옮기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법이 정하는 게 아니라 현 정부가 부처 이전 고시를 해야 할 사안이다.노무현 정부 때는 12부4처4청을 옮기기로 했었다. 현 정부 들어 직제가 바뀌면서 9부2처2청이 옮겨가야 한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이런 내용의 변경고시를 하지 않고 있다.정부는 내심 “원안대로 하면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명박표 세종시’란 표현을 쓴 적도 있다. 한나라당 행안위 간사인 권경석 의원이 “세종시법은 세종시란 그릇을 만드는 법이고 그 안에 뭘 담느냐 하는 것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최근 여권 주변에선 과학비즈니스벨트, 대기업 본사 이전, 국립대학 이전 등 다양한 안들이 흘러나온다.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화약고’라는 얘기다. 정 총리 후보자의 이번 세종시 발언은 충청 출신이 보완론을 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어찌됐든 청문회를 계기로 세종시 논란의 판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이준혁·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