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 초고속 질주의 비밀

금융 위기 이후에도 고성장을 지속하고 고용을 늘리는 중국 기업이 있다. 지난 9월 10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알리바바그룹이다. 알리바바닷컴은 올 상반기에만 400만 개사를 신규 회원사로 유치했다. 알리바바닷컴은 세계 240개국 4200만 개 회사(유료 회원 53만 개)가 이용하는 세계 최대 B2B 업체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30억 위안(5400억 원), 순이익은 12억 위안(2160억 원)을 기록했다.2003년 설립한 타오바오닷컴은 3년도 안 돼 중국 시장을 장악하던 이베이를 제치고 현재 중국 C2C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1억 명을 돌파한 타오바오닷컴 이용자는 6월 말 현재 1억4500만 명에 이른다. 마윈(45)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타오바오닷컴을 월마트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유통 업체로 키우기 위해 5년간 50억 위안(9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올 상반기 거래액이 오프라인 유통 업체까지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알리바바 계열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이용자 수는 7월 초 2억 명을 돌파해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계좌 수 1억8000만 개를 넘어섰다. 한 아파트에서 18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말까지 직원 수를 1만7000명으로 작년 말 대비 42% 늘릴 계획이다.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최근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한국 미국 일본 인도 등 7개국 주요 언론사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창립 기념일에 전 세계 직원과 가족 및 고객 등 2만7000명이 모인 알리페스트에서 행한 연설 등을 포함해 그의 철학과 향후 전략을 정리했다.2007년 11월 홍콩 증시에서 기업을 공개(IPO)해 17억 달러를 조달했다. 2004년 구글의 나스닥 상장 이후 인터넷 기업으로선 최대 규모의 IPO였다. 이 돈의 용처를 궁리하던 중 금융 위기가 닥쳤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절실해지면서 전자 상거래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전시회 박람회 등의 전통적인 마케팅은 위축될 것으로 생각하고 바이어가 많은 미국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에 3000만 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창업 때만 하더라도 알리바바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1만 톤급 유조선을 히말라야산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전 세계 바이어들이 찾는 공장이 몰려 있는 중국에서 시작했고, 인터넷이 급팽창하는 시기라는 타이밍도 좋았다. 시작할 때부터 102년 존속하는 기업을 만들려고 했다.WWW라는 트리플 윈을 얘기해 왔다. 첫째는 고객을 위해야 하고, 두 번째는 직원, 그리고 세 번째는 파트너와 투자자들이다. 특히 투자자들에게는 풍부한 수익을 돌려줄 뿐만 아니라 사회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기업에, 고용을 돕고 꿈을 이루는 회사에 투자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알리바바는 과거 10년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전자 상거래와 중소기업에만 집중할 것이다.창업할 때 사무실로 쓴 아파트에서 자본금이 50만 위안(9000만 원)인 회사를 10년 뒤 50억 달러의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알리바바그룹의 주력 회사인 알리바바닷컴은 이미 상장해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를 초과했다. 지난 9월 10일 창립 기념행사에서 직원의 가족과 전 세계 고객 등 2만7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체육관에서 10년 후 알리바바의 모습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1000만 개 중소기업(알리바바닷컴 유료 회원 기준. 현재는 53만 개)이 알리바바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이를 통해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억 명이 소비하는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알리바바는 중소기업들이 그 어떤 대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중소기업이 주문을 충분히 받도록 하는데 노력했다. 알리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통해 다방면으로 경영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및 은행들과 협력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이 흘러가도록 했다. 이 덕분에 최근 14개월간 200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30억 위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10년 전 내 가족에게 부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지분 매각으로 그 약속을 지켰고 성취감을 가졌다. 하지만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는 없다. 만약 100만 달러를 갖고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0억 달러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닌 사회 자원이다. 이를 잘 사용하는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회사는 일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꿈을 위해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가 직원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를 돌보는 것이다. 오늘 잔혹하면, 내일은 더 잔혹할 것이지만, 내일모레 아름다운 태양이 비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 태양을 보기 위해 견뎌내자고 얘기해 왔다. 나는 직원들이 물질적인 부(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도 얻기를 바라고 있다.넷프레뉴어(인터넷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인)가 언젠가 전 세계 최대 상방(商幇:상인 집단)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 후반 출생한 이들은 개방 나눔 책임 글로벌화를 숭상한다. 내년엔 인터넷에서 지켜야 할 규율을 내놓을 생각이다. 새로운 상업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필요하다.직원들에게 망원경으로 봐도 적을 볼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회사도 알리바바가 두려워할 수 있는 회사들이 될 수 있다. 알리바바도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객의 필요를 찾아 꿈을 이루는 회사가 나오면 그게 바로 알리바바가 가장 두려워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출발부터 중국 기업의 수출을 돕는 글로벌 사이트로 시작했다. 중국 일본 인도 미국의 4개 핵심 시장 외에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6개 지역을 추가해 향후 2년간 이들 10대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일본과는 합작사를 세웠고, 인도는 연내에 합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엔 중국의 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플랫폼도 개발했다.2001년에 한국사무소를 철수했지만 한국에서만 실패한 게 아니었다. 당시 미국만 빼고 해외 사업을 모두 철수했었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았던 외부적 요인과 자금이 부족한 내부적 요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졌고 자금도 넉넉하다. 작년 9월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한 지 1년 만에 한국 회원들이 69% 늘어났다. 한국무역협회를 한국 파트너로 결정하고 9월 15일 3300만 개 중국 기업을 회원사를 둔 중문판 알리바바닷컴에 외국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 제품 코너를 개설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1년간 1000여 개 한국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월에는 월마트 P&G 등 알리바바에 등록한 빅 바이어 초청 행사를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여는 것도 한국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항저우(중국)=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