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한경비즈니스 공동기획-④ 안건영 (주)고운세상B&H 대표

만난 사람= 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국내에는 생소했던 네트워크 병원 개념을 도입해 고운세상 피부과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린 고운세상B&H의 안건영 대표. 그는 전문의였지만 이제는 의료업에 효율적인 경영 개념을 도입해 병원을 하나의 기업으로 일구며 이 네트워크를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미국 베벌리힐스에도 지점을 냈고,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는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안 된다는 기존의 터부를 깨고 의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안 대표의 성공 스토리와 비전을 들어봤다.지난 1998년 고운세상 피부과를 열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피부과는 습진·두드러기·무좀 등 질환 위주로 진료했었죠. 하지만 1998년에 레이저 치료 기술이 도입되면서 반점·문신·흉터의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 피부 관리’ 개념이 태동되기 시작했죠.당시 피부과에는 없던 미용피부과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동업 형태로 시작했습니다.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서비스관리조직)는 프랜차이즈의 본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병원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것이죠. 일반 개인 병원을 보면 의사는 간호사의 채용, 연봉 협상 등을 하고 간호사는 문의 전화를 받는 등 의사·간호사 모두 원래 업무에서 벗어난 일들도 하죠.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외적인 업무를 외부로 분리한 것입니다. 고운세상B&H는 소속 병원들을 위해 콜센터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산 개발 총무, 회계, 인재 개발 등 진료 외의 모든 병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레이저 같은 고가의 장비도 모든 소속 병원이 다 갖출 필요 없이 몇 대를 돌려가며 공급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1999년에는 환자 관리를 위해 EMR(Electric Medical Record:전자의료기록)를 자체 개발해 소속 병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기존 의료 기록은 병력에 관한 정보만 있었지만 EMR에는 은행의 프라이빗뱅크처럼 환자가 병원에 올 때 버스로 오는지, 소개로 왔는지, 예약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등 모든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의료업은 가격 경쟁보다 질적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를 빨리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트라넷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해외 학회에도 빠지지 않고 의사들이 돌아가며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논문 사례도 많이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 네트워크에는 피부과 전문의가 40명 있습니다. 노하우를 상향 평준화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거죠.MSO 시스템 아래 각 병원은 역지주회사(Reverse holding company)로, 참여자들이 모두 주주입니다. 고운세상 피부과는 돈암동에서 처음 시작해 고객에게 인정받고 성공하게 돼 확장했습니다. 강남 분당 홍대 명동 청담 방배 등 지난 11년 동안 19개점으로 늘어났습니다. 성형외과도 프랜차이즈로 가입했습니다.마치 로펌과 같이 신입 의사는 3년간 함께 일하며 철학이 같고 실력이 인정되면 파트너로 영입합니다. 네트워크 병원은 미국·일본에서는 훨씬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 1991년 일본에 유학 갔을 때 네트워크 병원의 개념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제 의료계의 트렌드는 네트워크와 브랜드가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고운세상 피부과가 브랜드가 된 것처럼 국내에 우리들병원, 예치과 등이 마찬가지입니다.의료 서비스는 공장에서 만드는 제조업과 달라 의사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에 들어와 3년간 근무하며 실력이 검증될 때까지 단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병원에 가든지 똑같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에스테틱, 서비스 메뉴 등 모든 파트의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내 전문 강사에게 전문 교육을 받고 투입됩니다.이렇게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NQC(Network Quality Control:네트워크 품질관리) 부서를 따로 두었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경우 어딜 가도 똑같은 맛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동일한 서비스 관리를 통해 이미지를 형성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인정을 받는 것이지요.문을 연 지 1년이 지난 현재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미용 피부 치료와 성형 기술은 미국과 일본보다 앞섭니다. 다른 나라보다 기술이 우위라면 점점 경제 블록화하는 현시점에서는 외국인 시장을 공략해야죠. 다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인프라는 언어 문제입니다. 단순한 통역사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전문 의료 통역사의 양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의료 민영화에 많은 오해와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러한 폐쇄성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그렇지 않습니다. 현 제도에서는 의사만 병원을 열 수 있습니다. 의료를 산업으로 키우려면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본이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산업이 증폭될 수 있는데 자본의 유출입이 현재 막혀 있습니다. 쟁점은 ‘의료 면허에 대한 독점이냐’, ‘의료업에 대한 독점이냐’입니다.원초적인 시각에서의 반대 의견도 물론 있습니다. 의료 행위가 지나치게 상업화된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례로 삼성과 현대가 병원을 만들면서 기존의 종합병원이 친절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이 비싼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보험공단이 정하는 전 국민 수가가 완벽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병원 투자를 허용해 수가가 흔들린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국내 상황으로 볼 때 그런 우려는 없습니다.보험의 비급여 분야인 미용 성형과 치과 등은 시장경제 수요와 경쟁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식의 경우 이전 300만 원에서 현재 10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임플란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급자들의 경쟁을 유도하면 소비자의 편익이 더 커집니다. 투자형 병원이 생기면 공급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환자의 편익은 더 커질 것입니다.설립 시 모토로 내세운 것이 바로 ‘환자도 고객이다’였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의사들로부터 “병원이 장사하는 곳이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도 서비스업이고 의사는 공급자, 환자는 소비자입니다.그러나 환자에 대한 인간적 존중과 전문가 견해의 양보는 다른 것입니다. 이는 상담 성사율을 통해 통계를 냅니다. 상담 실패 분석 항목 중 의사의 권유가 있습니다. 의사의 전문적 견해로 시술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됐을 때는 상담을 결렬시킵니다. 따라서 상담 실패율이 0인 경우는 문제가 있는 것이죠.이제 화장품은 피부를 개선하는 약품 기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15%씩 성장하며 전체 화장품 시장의 연 3% 성장을 이끌고 있죠. 피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진료와 의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의사가 화장품 제조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현재 고운세상코스메틱은 BB크림 등 기능성 화장품 위주로 생산,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홍콩 등에도 수출하고 있습니다.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운세상B&H를 증시에 상장하는 겁니다. 아직 국내에 이런 모델이 없습니다. 의료 산업은 무한의 가치가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모델이 생기면 골든 인더스트리가 될 것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파생돼 나올 수 있습니다. 약력: 1965년생. 90년 중앙대 의대 졸업. 91년 일본 준텐도 의과대학 피부과 연구강사. 98년 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사무총장. 고운세상B&H 대표이사(현).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