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원희

방송 데뷔 17년차 연기자인 김원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방송 스케줄이 계속 이어지는데다 사업가로도 부지런히 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의류 쇼핑몰 사업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틈만 나면해외에 시장조사도 나가고 매달 20여 권의 패션 잡지를 열독한다.방송과 사업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김원희를 만났다.녹화가 없는 날이면 방송국 대신 쇼핑몰 사무실로 출근한다. ‘김씨네’ 네 딸이 의기투합해 오픈한 의류 쇼핑몰 ‘키미쇼’ 사장이자 스타일리스트로 만난 그는 프로페셔널로서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우리 자매들은 어릴 적부터 똘똘 잘 뭉치는 편이었어요. 성장해서는 각자 결혼, 유학 등으로 바쁘게 살다가 3년 전 어느 날 꼭 한 번 다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커피숍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아이템을 고려하다가 네 자매 모두 옷을 좋아하고, 패션 전공자도 있어 의류 쇼핑몰로 결정했어요. 각자 1000만 원씩 투자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하게 시작하는 바람에 손해도 많이 봤어요.(웃음)”‘김씨네’ 네 자매의 본격적인 의기투합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자매 중 둘째인 김원희를 주축으로 여성 의류 쇼핑몰 ‘키미쇼(www.kimmyshow.com)’를 오픈한 것이다.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네 명 모두 같은 옷을 4장씩 사들고 오던 김씨네 네 자매에게 의류 쇼핑몰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독자’를 자청하는 그들이었다.“무턱대고 오피스텔부터, 그것도 주거형을 얻은 것부터 문제였죠. 또 연예인인 제가 주축이 돼야 했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만 하다가 6개월, 1년 시간만 지나더라고요.(웃음) 당시엔 오피스텔이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자매들의 사랑방에 가까웠죠.”1년에 걸친 ‘숙고’의 시간을 보낸 뒤 ‘키미쇼’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 사무실부터 새롭게 마련한 뒤 각자 업무 분장을 통해 본격적인 쇼핑몰 운영에 몰입했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의지가 사업적 전략보다 앞섰던 그들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처음 자본금이었던 4000만 원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됐죠.(웃음) 잘 팔릴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노출하기보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구입했거든요. 연예인이라고 떠들썩하게 언론에 홍보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초기 자본금을 포함해 7000여만 원에 이르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네 자매는 시장의 흐름, 고객 분석과 관리, 체계적인 배송 시스템 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절감한 만큼 직원 채용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보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나며 초기에는 하루에 10~20건 정도에 그치던 주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쇼핑몰 운영 1년째. 직원 7명을 둘 정도로 성장한 ‘키미쇼’ 네 자매의 업무 분장도 더욱 전문화되고 세분화됐다. 큰 언니는 전체적인 운영과 고객 상담, 직원 관리, 상품 재고 관리를 담당하는 ‘왕사장’으로, 둘째 김원희는 ‘쓴소리’를 도맡는 최고경영자(CEO) 겸 감각적인 스타일리스트로, 의류직물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일본 유학파인 셋째는 디자이너로 자체 브랜드 준비를, 막내는 업체 관리와 입출고 관리 등을 맡아 각자의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 중이다.“올봄까지도 버는 것보다 나가는 쪽이 컸어요.(웃음) 성수기, 비수기 차이가 크긴 하지만 봄 이후로 매출도 안정적으로 돌아섰죠.”현재 ‘키미쇼’의 회원은 3만여 명. 하루 방문객은 5만여 명에 이른다. 30대 여성이 주 고객의 50%를, 20대 여성은 30%를 차지한다. 10~20대를 메인 타깃으로 하는 쇼핑몰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장 여성과 주부로 구성된 20~30대는 매출을 일으키는 주도적인 고객층이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 역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월급은 없고 수익을 4분의 1로 나누기로 했는데 아직은 활동비 정도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회사를 위해 재투자하고 있어요. 올가을에 30대를 타깃으로 한 자체 브랜드 출시를 목표로 현재 샘플 반응을 보는 중이에요. 디자인 콘셉트는 주로 제가 잡는데 전공자인 셋째가 스타일을 잡고 제작하는 역할을 하죠. 전체적으로 넉넉하면서도 시쳇말로 ‘엣지(edge)’ 있는 스타일이 마른 사람이나 통통한 사람 모두 원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방송 출연 때 선보인 자체 브랜드 샘플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 올가을·겨울 시즌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곤 하지만 그간의 시행착오가 안겨준 경험들을 상기해 자체 브랜드 생산은 리스크가 큰 만큼 차근차근 하나씩 신중을 기해 준비해 간다는 계획이다.매출 목표를 물어보는 마지막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2년 내에 연매출 100억 원”이었다. 단순히 의류만을 판매하기보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얘깃거리를 나눌 수 있는 여자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두 사람이 이견 때문에 티격태격하더라도 나머지 두 사람이 중재함으로써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 팀워크. 가족이기에 가능한 패밀리 비즈니스 ‘키미쇼’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q쇼핑몰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쇼핑몰 창업을 말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 같은 경우엔 권하는 편이다. 단, 자본력과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 성실성이 뒷받침될 때다. 혹자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길을 찾는다면 우뚝 일어설 수 있는 시장으로 본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백화점을 앞지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창업비용 500만 원으로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 요즘은 자본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추세다. 홍보와 마케팅에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온라인 쇼핑몰 자체가 24시간 관리 시스템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노동력이 상당히 요구되므로 인건비도 그만큼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아니라면 시장성이 있는 독특한 아이템 하나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모두 갖췄다고 하더라도 창업자의 성실성이 빠지면 곤란하다. ‘키미쇼’의 경우도 초기에 방송으로 내가 너무 바쁠 때는 구입도, 촬영도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어 쇼핑몰 운영 자체가 힘들었다. 무조건 성실해야 한다.창업은 시기도 중요하다. 쇼핑몰에 대한 지식 없이 시작한 ‘키미쇼’는 시작하자마자 비수기라 손실이 컸다. 겨울에 준비해서 초봄에 문을 연다든지 여름에 준비해 초가을 시즌 시작 전에 오픈하면 상품 판매도 오래가고 품절에 대한 우려도 적다. 또 시즌 내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니 성수기 직전에 오픈하는 것이 현명하다.약력: 1972년생. 1992년 MBC 공채 탤런트 21기로 데뷔. 연기자 겸 방송인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 활동 중. ‘피아노맨’ ‘울랄라 씨스터즈’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등 영화를 비롯해 SBS-TV ‘헤이헤이헤이 2’, MBC-TV ‘오늘밤만 재워줘’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 현재 SBS-TV ‘스타 부부쇼 자기야’와 함께 2004년부터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송 중인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MC로 활동 중.장헌주·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