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사막 ⑦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훌륭한 전문직을 가져라.” 이는 1970년대식 조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멘토라면 이제 이런 조언은 하지 않아야 한다.“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등 6가지 재능은 우리가 읽기, 쓰기, 셈하기를 익혀야 했듯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로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2005년에 ‘새로운 미래가 온다(한국경제신문사 펴냄)’라는 책을 낸 다니엘 핑크의 조언이다.핑크는 미래 사회의 전망과 조언에 탁월한 예지력을 보이고 있는 멘토라고 할 때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본다면 결코 손해나지 않을 것이다. 핑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1970년대식 조언이 지배하고 있는 현상을 ‘좌뇌 중시 문화’에서 찾는다. 좌뇌는 이성과 분석이 지배하는데 ‘학력 지상주의’ 사회는 좌뇌 중시 문화에서 나온다.그러나 핑크는 21세기 들어서는 ‘우뇌형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좌뇌형 사고와 인재가 강조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엔지니어, 과학자를 ‘강권’하는 사회라면 좌뇌형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학교나 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피터 드러커가 말한 ‘지식노동자’들, 속칭 ‘먹물’들이다.= 미국 중산층의 경우 지식노동자의 땅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PSAT, SAT, GMAT, LSAT, MCAT 등이 그것이다.이는 모두 좌뇌형 사고를 측정하는 시험들이다. 논리력과 분석력을 요구하고 수험생들에게 컴퓨터처럼 한 개의 정답만 골라내기를 요구한다.핑크는 “새로운 미래의 중심에 우뇌가 있다”고 강조한다. 좌측 뇌는 논리 연산 언어 분석 능력을, 오른쪽 뇌는 종합, 감정 표현, 문맥, 그리고 큰 그림을 담당한다. 좌뇌 주도형 사고는 결과를 필요로 하는 완고한 조직에서 높이 평가받으며 학교에서 강조되는 특질이다. 우뇌 주도형 사고는 창작자나 남을 돌보는 사람처럼 이러한 능력들은 조직에서 무시당하고 학교에서 소홀히 여겨진다.= 이에 따라 좌뇌는 메이저 뇌, 우뇌는 마이너 뇌 취급을 받아왔다. 마치 학자와 정치가, 변호사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예술가와 이야기꾼들을 이방인 취급했던 인류의 역사와 비슷하다.인류 역사는 ‘좌뇌 숭배론’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우뇌 숭배론’도 경계해야 하지만 그동안 평가절하해 온 우뇌에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감정이 없는 논리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반면에 논리가 없고 감정만 있다면, 시계는 맞지 않고 버스는 항상 늦게 오는 비이성적인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결국 음과 양은 항상 서로를 필요로 한다. 뇌도 그렇다고 다니엘 핑크는 강조한다. 특히 그동안 과소평가되고 무시되었던 우뇌형 재능, 즉 예술적이고 초월적이며 장기적 안목과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능이 중시되기 시작했다는 핑크의 주장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논리적·선형적 능력, 디지털 능력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에서 창조적 능력, 공감하는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등을 필요로 하는 ‘하이콘셉트’의 시대로 천천히 이동해 가고 있다.핑크는 우뇌형 재능이 요구되는 이유로 하이콘셉트(high-concept)와 하이터치(high-touch) 시대의 도래를 들고 있다. 하이콘셉트는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하이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 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한다. 저자는 새로운 인재에 대한 조건으로 6가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놀이(play), 의미(meaning) 등이 그에 해당한다.첫째,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둘째,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안 된다. 스토리는 소비자를 움직이는 제3의 감성이라고 한다.= “왕비가 죽고 왕이 죽었다”는 것은 팩트이고 “왕비가 죽자 왕이 상심한 나머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스토리다.저자는 이러한 트렌드의 사례로 컬럼비아대 등 여러 의과대학에서 도입한 ‘이야기 치료’라는 과목을 든다. 필라델피아 제퍼슨 의과대학은 의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공감지수’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셋째,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집중만으로는 안 된다. 작은 부분들을 붙이는 능력, 즉 조화 능력이 요구된다.= 현 시대가 가장 많이 요구하는 능력은 분석이 아니라 통합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새로운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이질적인 조각들을 서로 결합해 내는 능력이다.넷째, 공감이 필요하다. 논리만으로는 안 된다. 논리적인 사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 가운데 하나이지만 정보가 풍부하고 분석적인 도구가 발전한 세계에서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갖춰야 한다.다섯째, 놀이도 필요하다. 진지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물론 진지해져야 하는 때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지나친 진지함은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의 풍요로운 삶도 망치고 만다. 여기에 웃음이 필요하다. 놀이를 즐길 때는 우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웃음은 결코 수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2 더하기 2는 4가 되는 식이 아닙니다. 웃음을 통해 2 더하기 2는 64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는 데 있어 호모루덴스(유희의 인간)는 호모사피엔스(현명한 인간)만큼이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게임 비즈니스는 바로 놀이의 재능에서 나온다. 오늘날 많은 예술학교들이 게임 아트 및 디자인 분야의 학위를 수여하고 있는 이유다. “디지펜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는 조이스틱에 열광하는 고교 졸업생들 사이에서 하버드대학이나 마찬가지”라고 USA투데이는 비유하고 있다.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는 좌뇌와 우뇌를 위한 대학원 학위과정인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석사학위’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에서부터 비즈니스, 즉흥 연극에 이르기까지 좌뇌와 우뇌의 재능을 연마한다. 게임은 공감을 넓히는 하이테크이며 게임 산업은 좌뇌와 우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을 선호한다.= 게임은 수백만 명의 취미인 동시에 수만 명의 일터, 특히 양쪽 뇌를 사용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게임 산업 분야의 이상적인 인재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마지막으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질적 풍요는 사람들이 생존 투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좀 더 깊은 의미를 모색하도록 이끌었다. 목적의식, 초월적인 가치, 그리고 정신적인 만족감이 그것이다.세상은 여전히 ‘좌뇌파’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좌뇌의 세상은 이른바 학력만 좇으며 살아온 ‘먹물파’들을 한낱 지식노동자로 전락시켰다. 먹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창의적인 재능, 깊고 직관적이며 자신만의 사고 패턴을 갖고 싶다면 ‘우뇌파’로 전향하라!’ 이게 아마도 전 세계의 먹물, 좌뇌파들에게 핑크가 들려주고자 하는 멘토링이 아닐까.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