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대 파워그룹’ 고대 경영대 출신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내서 가장 끈끈한 3대 인맥으로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 그리고 고려대 교우회를 꼽는다. 이 중에서도 고려대 교우회는 동문 간 결속력에서 타 학교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한 유대를 자랑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자신의 모교에 큰 긍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대선 직후 모교 행사에 참석하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측근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고려대 교우회 모임에 참석해 연설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최고 권력자가 아끼는 고려대 인맥들, 그중에서도 ‘성골’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대 출신들은 ‘MB 시대의 파워 엘리트’로 군림하고 있다.최근 개편에서 최고 권력자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이라는 직책을 동시에 맡으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윤진식 정책실장은 아마도 대표적인 고려대 경영대 출신 인물일 것이다. 정책실장직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정책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경제수석과 함께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등 4개 수석실이 모두 그의 관할 아래 있다.그는 1972년 12회 행시에 합격한 이후 2003년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에 오르기 전까지 30여 년간을 재무 및 조세 업무를 맡아온 ‘경제 관료’다. 특히 김영삼 정부 말기 청와대 조세 금융비서관 시절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산업자원부 장관 퇴임 이후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현실 정치에서 잠깐 물러서 있던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의 경쟁력강화위원회 투자유치 TFT팀장, 부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화려하게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역시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자 같은 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2003년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고려대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특히 그는 국내 1세대 국제금융 전문가로 초대 국제금융센터 소장과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경제·금융통이다. 추상적인 국가 브랜드를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연결해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국가브랜드위 위원장으로는 최적임자 중 하나라는 평가다.재계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들이 특히 많다. 한 분석에 따르면 그룹 오너 2~3세 중 30여 명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알려졌다.최근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며 승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특히 올 들어 활동 폭이 커지면서 지난 9월 초 현대차 부회장에 올랐다. 2월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 등을 방문했고 지난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최고경영자(CEO) 만찬에 참석하며 대내외적으로 활동 영역을 키워갔다.또 함께 테니스를 즐길 정도로 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허창수 GS 회장도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다. 이 밖에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구자열 LS전선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임종욱 대한전선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등이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다.전문 경영인으로는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김인 삼성SDS 사장, 유정준 SK에너지 해외사업담당 사장, 이태희 (주) 두산 사장 등이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격의없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장경작 호텔롯데 전 총괄사장(현 상근고문)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대 61학번 동기 동창이다.지난 3월 상근고문직으로 물러난 장 전 총괄사장은 지난 1994년 조선호텔 사장으로 취임해 조선호텔을 국내 최고급 호텔로 키워낸 주역으로 2005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지난해 2월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신설된 호텔부문 총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롯데그룹이 최근 제2롯데월드 건설에 탄력을 받아 추진하자 장 전 총괄사장이 주목받기도 했다.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 61학번으로 이 대통령과 동기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이 대통령이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평가한다. 대통령과 가족 모임을 가지고 함께 등산을 다닐 정도로 허물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학창 시절 절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남다른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김순구 솔로몬저축은행 부회장도 경영학과 61학번이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동원건설 사장을 역임했고 2002년부터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채권추심, 자산관리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김승유 회장이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널리 알려진 반면 박성학 코래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선거 기간 중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과 포항에서 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밖에 권훈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김문웅 펜월드트레이딩 대표이사, 김태원 태아건설 회장, 박광근 유니온테크 대표, 박배호 고려종합철강 대표, 박영 (주)세아 회장, 서진석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등이 이 대통령과 함께 고려대 경영대 61학번 동기생이다.금융계서는 지난 4월 취임한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고려대 경영대 인맥의 대표 주자다. 황 사장은 대학 졸업 후 1979년 씨티은행을 거쳐 당시 아테네은행 부행장, 한화 헝가리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의 세계화를 이끌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이다.이후 씨티은행에 재입사해 워싱턴에서 북미담당 영업이사와 서울지점 임원을 거쳐 국내에서 제일투자신탁증권(현 하이투자증권) 사장으로 5년간 근무한 뒤 2004년 PCA투신운용 사장을 맡아 이끌어 왔다.또 황 사장의 선임과 동시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 교수 역시 경영학과 출신이다. 이 때문에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이끌고 있는 우리금융은 연세대 출신이 많은 금융가에서 대표적인 고려대 출신 집합소로 불린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 정찬형 한국투신운용 사장 등 적지 않은 금융권 실세들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또 7월 취임한 메트라이프생명의 김종운 사장도 같은 과 출신이다. 김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UC버클리에서 MBA를 마쳤으며 미국 메트라이프 매니징 디렉터, 대한생명 전무 등을 거쳤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