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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쓰나미로 비유됐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밀려왔을 때는 단합하고 공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공황 후 최악이라는 경제 위기에서 비교적 일찍 벗어난다는 평가도 나왔다. 주요 7개국이라던 G7이 한국까지 포함한 G20로 개편되면서 즉각 공조 체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가을부터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재정과 통화에서 확장 정책을 펴 왔고 금융 개혁의 필요성에서도 한목소리가 나왔다. 우리가 추경 편성안을 짜고 친서민 정책을 펴 온 것도 그런 예이고, 유례없는 저금리에다 양적 완화라며 각국이 시장에 자금을 대거 공급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 등 경제 대국들부터 이 치료법에 예외없이 동참했다. 한국은 지금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최고의 모범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한국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며 극찬했다.앞으로도 그럴까. G20의 공조 체제는 계속 굳건히 유지될까. 지금 지구촌 경제의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다. ‘출구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위기의 뒷마무리 대책이다.9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이 문제를 판가름할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마도 각국은 이 회의에서 지난 9월 4~5일 런던의 영국 재무부에서 열린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 때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내놓고 이를 재확인할 것이다. 재정과 통화에서 확장 정책을 당분간 더 지속해 경기를 부양하고, 출구 전략은 아직 때가 아니니 실행에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공조하면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과도한 보너스를 제한하는 식의 금융 개혁에도 보조를 함께한다는 내용이 될 것이다.과연 이렇게 약속한 대로 실행될까. 어려운 일이기에 모두가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아닌가. 정말로 차질 없이 된다면 금융 경제 위기는 조기에, 무난히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출구 전략은 합의된 대로 공조가 쉽지 않다. 금리 조정에 따라 자국의 통화가치(환율)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나라별 사정도 다른 만큼 각국 내부의 정치 경제적 압력 강도 역시 다르다. 마치 주가 조작에 나선 공모자들이 혈서까지 써놓고도, 그래서 가격을 올리는 데는 확실하게 협력을 했으면서도 팔 때는 배신하는 장면이 눈에 어른거리는 이유다.국제 공조가 중요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가 지금 미국 영국 등과 함께 공조할 형편이냐는 문제도 제기한다. 이런 관점은 애초 글로벌 위기가 다가왔을 때부터 우리가 과도하게 동조했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금리만 하더라도 미국처럼 과감한 조치로 우리는 기준금리를 연 2%로까지 내렸는데 연 3% 정도에서 정지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플레 심리 등을 감안할 때 2%는 너무 낮은데, 이를 다시 올리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이 출구 전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물에 빠졌다가 안전한 데로 올라가니 딴소리한다”는 반론도 없지 않겠지만 되새겨볼만한 얘기다.아무튼 G20들은 세계경제의 회복이 확고해질 때까지 현재의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계경제 상황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합의했다. ‘출구 전략’에서는 ‘아직 시행은 시기상조(premature)이지만 사전 준비를 해나간다는데 인식을 공유한다’고 공조 입장을 정리했다.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런던회의에서 지금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4가지를 명시했다. 금융시장 불안, 고용 문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무역 위축 등이다. 각국 정부가 확장 정책을 당분간 지속해야 하는 이유들인 셈이다. 하나같이 우리 경제에 그대로 적용되는 근본적인 위험·불안 요인이다. 이러니 윤증현 장관도 이 회의에서 앞장서 국가 간 협력, 국제 공조를 외쳤던 것인지 모르겠다. 런던회의에서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까지 나서 출구 전략에서 공조를 역설한 것을 보면 위기감을 많이 느낀 곳일수록 이런 목소리를 더 많이 내는 것도 같다. 가계발 금융대란은 없을지, 고용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원유와 식량, 그리고 여타 산업 원자재 가격은 우리가 감내할만한 선에서 움직일지,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면서 교역 감축이 한국의 수출 감소로 직결되지 않을지 4가지 위험 요인은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