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난 럭셔리 쇼핑몰

불황의 여파로 고급 백화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명품이나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하는 럭셔리 쇼핑몰들은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삭스피프스애비뉴 버그도프굿먼 블루밍데일 등 미국의 고급 백화점엔 손님이 대폭 줄었다.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모회사인 삭스인코퍼레이티드의 경우 지난 7월까지 3개월 동안 매출이 20% 이상 감소하며 5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미국인들이 불황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백화점에서의 구매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반면 고급 의류나 패션 잡화 등을 할인 가격에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쇼핑몰들은 불황 덕을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가 많아 제품 공급도 원활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럭셔리 쇼핑몰 길트그룹(Gilt Groupe)이나 오트룩(HauteLook), 루라라(Rue La La), 프랑스의 방트 프리베 닷컴(Vente-privee.com) 등에선 시즌이 지난 디자이너 의류를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명품 인터넷 쇼핑몰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단지 가격이 저렴해서만은 아니다. 이들 사이트는 다른 멤버로부터 e메일 초청을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이는 멤버들에게 일종의 ‘우리끼리’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낸다.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온라인 쇼핑몰과의 거래는 매력적이다. 재고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고가의 옷이나 신발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대중 앞에 내보여야 하는 ‘굴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회원이 될 때까지 어떤 디자이너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또한 이들 쇼핑몰은 검색엔진에서도 비켜나 있다. 자신들이 취급하는 특정 브랜드를 검색창에 넣더라도 쇼핑몰 이름이 뜨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까르띠에 같은 대형 명품 업체들도 이들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루라라는 최근 회원들이 이동 중에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아이폰을 통한 주문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판매 품목을 의류 외에 와인 스파서비스 여행 상품 등으로 확대했다. 방트 프리베 닷컴은 심지어 요트와 아파트도 판매한다.이들은 아직 종합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7년 두 명의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졸업생들이 창업한 길트그룹은 미국에서 14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쯤엔 매출이 4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방트 프리베 닷컴은 회원 수가 800만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후 가입자 수가 42% 급증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사를 둔 네타포르테(Net-a-Porter)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할인 가격이 아닌 정가에 판매하는데도 번창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네타포르테는 패션 잡지를 읽는 재미와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경험을 하나로 결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신제품을 패션쇼에 선보이고 패션 잡지에 소개한 후에나 백화점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차를 없앴다. 디자이너와 계약해 패션쇼에 선보인 의상을 다음날 곧바로 판매하기도 한다. 뉴욕과 런던 지역엔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억3450만 달러의 매출과 1660억 달러의 세전이익을 냈다.럭셔리 쇼핑몰들은 지역적으로도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방트 프리베 닷컴은 현재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스페인에서도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길트그룹은 최근 일본에서도 쇼핑몰을 열었는데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잘나가는’만큼 도전도 커지고 있다. 고급 백화점 니만 마르쿠스는 자체 웹사이트를 열고 일부 한정된 고객들에게만 제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온라인 쇼핑몰의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들의 패션 부문 강화도 위협적이다. 아마존은 최근 온라인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인 샵밥(Shopbop)과 신발 쇼핑몰인 자포스(Zappos)를 인수했다. 이베이는 자사 사이트에서도 물건을 판매하라고 유명 디자이너들을 설득하고 있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나 PPR (Pinault Printemps Redoute) 등 일부 명품 회사들도 자체 인터넷 판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박성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