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금융권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 사례로 홍콩 미니 본드를 설명하면서 “한국도 리먼브러더스와 관련된 부실채권이 6억 달러에 달하고 키코 피해액이 40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은 한국 금융권의 불공정 거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최근 펀드만큼 투자자들을 마음고생시킨 금융 상품도 드물다. 간접 투자 시대의 총아로 불리며 세인의 주목을 한껏 받았지만 돌아온 성적표(펀드 수익률)는 참담함 그 자체다. 그러다 보니 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간접 투자 상품에 대해 생소했다는 점과 펀드 운용사를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말 역외 펀드에 대한 환헤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공정 판매에 대한 논란이 증폭된 것도 비슷한 경우다.이 같은 불공정 판매 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환헤지 파생 상품인 키코(KIKO) 투자로 전도유망한 국내 중소기업 몇 곳이 흑자도산한 것처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미니 본드라는 파생 상품 때문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켰었다. 미니 본드는 지난해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파생 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구조가 너무 복잡해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피해 고객들의 주장이다.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고의 금융지 아시안뱅커(The Asian Bankers)의 크리스찬 카퍼 소매금융리서치 최고 연구위원은 금융권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 사례로 미니 본드를 설명하면서 “한국도 리먼브러더스와 관련된 부실채권이 6억 달러에 달하고 키코 피해액이 40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은 금융회사의 불공정 거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거래의 약자인 개인 고객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면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고객과 금융회사의 분쟁에서 고객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독일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에서 사회학·경제학·통계학 석사를 받은 그는 아시안뱅커가 올 초 아시아 유명 금융회사 최고위 관계자 45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를 설명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0%는 고객보다 금융회사에 있다고 응답했고. 20%는 전적으로 금융회사의 책임이라고 대답한 것은 불공정 계약의 심각성을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카퍼 최고 연구위원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으로 판매 직원 재교육(40%)을 꼽았다”면서 “한국에서 불공정 판매 방지 일환으로 미스터리 쇼핑(암행 감찰)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판매 만족도를 측정하는 방법일 뿐 불공정 판매 여부를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우리 금융 당국의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그는 불공정 판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홍콩 금융 당국이 지난 6월 29일부터 모든 금융회사 일선 창구에서 상품 판매 시 의무적으로 고객과의 계약 내용을 녹음하도록 지시한 것을 예로 들면서 “한국 금융 당국도 불공정 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회사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불공정 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키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약력: 독일 뮌헨 출생. 영국 랑카스터대(정보사회학), 싱가포르국립대(사회학),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사회학·경제학·통계학 석사. 1999년 독일 뮌헨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2001년 태국 상공회의소 리서치 위원.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